▲책표지또 다른 언어, 수어로 말하는 사람들 <반짝이는 박수 소리>
한겨레출판사
아니, 그보다 먼저 당부 하나. 길 가다 서로 손을 이용해 대화하는 이들을 보거든 부디 그냥 지나치시라. 고요하지만 누구보다 꽉 찬 삶을 사는 이들이니 측은해 하지도, 궁금해 하지도 마시라.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그들의 이야기다.
동명의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 이길보라 감독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들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묵묵히 걸어온 인생의 자취를 모아 펴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목한 가정의 이야기다. 다만 이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사회요, 우리다.
이길보라 감독은 청각장애 2급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 낯선 이가 이 감독의 엄마에게 "웨어 아 유 프롬"이라고 물으면 그는 옆에서 "우리 엄마는 청각장애인"이라고 답해야 했다.
'청각장애'란 말을 듣는 사람은 으레 "고생이 많겠구나"라며 가여워한다. 마치 외국인이 '하우 아 유'라고 물으면 '파인 땡큐 앤드유'라고 답해야만 할 것처럼 반사적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말을 했단다.
'무슨 고생?'이라 묻고 싶었다. 하지만 어렸던 저자는 어른 말에 토를 달면 '버릇없는 아이'가 된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단다. 청각장애 부모를 둔 아이들이라면 흔히 겪는 일이다. 역시 청각장애 부모를 둔 한민지씨는 책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털어놨다.
'시골에서 자랐는데,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할매들이 불쌍하네, 장하네, 대견하네, 뭐 이런 이야기를 해요. 듣기 좋은 꽃노래라도 계속 들으면 안 좋잖아요. 난 충분히 사랑받고 행복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할머니가 뭔데 그런 이야기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 <반짝이는 박수 소리>에서
'수어'란 언어를 사용하는 소수자들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