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연 갈산초 교사
심규상
갈산초(홍성군 갈산면 상신리, 교장 나영광) 이충연 교사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떠드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많이 줄여줘야 건강한 목소리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행정실 직원 포함, 모두 학생 이름을 외웁니다")
이 교사가 담임을 맡은 5학년 교실에는 교과서 외에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다. <위대한 영웅 간디> <안중근> <안네의 일기> <대단한 단추들> <한국명작단편>….
"학습 교재와 자료가 부족한 경우는 없어요. 교사가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자료나 예산을 요구하면 학교장이 충분히 지원해 주고 있어요. 새로운 책을 더 많이 사 학생들이 읽게 하려고 노력해요."학생들에게 다양한 수업방식이 사용된다. 선사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를 배우는 5학년 사회 과목 범위에는 도덕과 국어 과목 주제를 함께 묶어 전쟁과 평화 및 인권 신장과 관련된 책, 영화 그림 등이 수업자료로 제시된다. 교과과정을 재구성해 생태, 인권, 노동, 평화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는 수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인돌(고전 인문이 돌아온다)'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인문 도서를 읽고 토론하고 쓰기 교육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걸 바꾸기 위해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짧게 생각을 표현하게 합니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죠.""행복나눔학교 아닌 '행복증진학교' 돼야"
▲갈산초 5학년 교실 한 학생의 개인 책꽂이
심규상
그는 밴드(모임앱)를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일 예로 간디에 대한 책을 읽으면 느낀 점이나 '내가 간디라면'이라는 주제로 밴드에 짧게 글을 올리게 한다. 학부모들이 볼 수 있게 실시간으로 현장체험활동 장면을 올리기도 한다.
이 교사는 "행복나눔학교(충남형 혁신학교)가 아닌 '행복증진학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이 증진되기 위한 첫 과제는 민주적 학교운영입니다.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안 되면 뭘 해도 안 돼요. 교장, 교감 선생님이 권위를 내려놓아야 가능해요."이는 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많은 결정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복나눔학교는 학교가 민주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가야죠." 문민식 교사(연구부장)는 행복나눔학교를 '소통'과 '행복'이라고 답했다. 그는 '소통'에 대해서는 '들어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갈산초는 구성원간 '소통'이 잘 되고 있을까?
"우리 학교 교직원들은 내 생각을 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족하면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채워나갑니다. 내 의견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채워줄 수 있다는 믿음이 소통 아닐까요?"문 교사는 "많은 일반 학교에서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들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교 관리자인 교장 선생님이 인내를 갖고 하고 싶은 말을 참아 줘야 수평관계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행정업무는 줄고 수업준비, 토론 시간은 늘고
▲길산초 학생들. 표정이 밝다.
심규상
▲갈산초 학생들이 자료를 조사해 만든 표. 갈산초에서는 교과과정을 재구성해 인권의 가치를 가르치는 가치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심규상
행복나눔학교는 학교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 이 교사의 행복나눔학교 시행 전과 후의 일주일 업무량을 들여다보았다.
행복나눔학교 시행 전 행복나눔학교 시행 후 - 수업 24 시간 25 시간 - 수업 연구와 준비 0 시간 5 시간- 동료교사,학교장과의 대화 1 시간 4 시간 - 학생, 학부모 대화 0 시간 3 시간 - 행정업무 6 시간 3 시간 - 기타업무 4 시간 3 시간(갈산초 이충연 교사의 한 주 동안의 평균 업무량 추정시간. 실제로는 매주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 업무시간을 이처럼 정량화하기는 어렵다.)행복나눔학교를 하기 전보다 수업시간이 늘어난 것은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동료 교사의 수업을 줄이기 위한 배려다. 행정업무와 기타업무는 전보다 4시간이 줄었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교내 대회 등 교육적이지 않은 행사를 없애고, 교무업무전담팀이 가동된 결과다.
"수습 교사제로 민주적 학교 문화 확신시켜야"
▲최동호 갈산초 교감과 김미연 교사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심규상
반면 수업연구와 준비 시간, 교사와 학생·학부모와의 대화시간은 무려 11시간이 늘었다. 교사들에게 자율권을 주자 일이 즐거워진 교사들이 학교 구성원과의 토론과 대화, 수업 준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는 교사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아직도 수업에만 전념하기 힘들 만큼 업무량이 많다.
이 와중에 충남도의회는 최근 행복나눔학교 등에 지원하는 교무행정사운영비(27억5000만 원) 등 내년도 교육예산 328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한 돈은 내년 누리과정(만 3~5세 어린이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 비용으로 돌렸다.
문 교사에게 충남도교육청에 건의할 내용이 있느냐고 묻자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수습 교사제 방식으로 작은 학교에 교사를 늘려줬으면 합니다. 초임 발령한 교사를 일 년 정도 수습교사 형태로 근무하게 하자는 겁니다. 학교에도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학교로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이식, 확산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봐요."갈산초는? |
1907년 백야 김좌진 장군은 갈산면 상촌리에 민족사상과 독립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호명학교(湖明學校)'를 설립한다. 이후 1917년 갈산 공립보통학교가 되고, 1923년 현재의 갈산초로 위치를 옮겼다. 백야의 교육 정신은 창의적인 인성교육과 학교혁신에 앞장서겠다는 교육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치원을 포함해 모두 106명이 재학 중이다. 교원은 교장, 교감을 포함 13명, 10명의 일반직원 등 교직원은 모두 2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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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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