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도시, 런던

등록 2015.12.14 14:10수정 2015.12.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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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관광지, 세계에서 가장 다민족이 많이 움직이는 도시, 그리고 빅뱅(Big Ben)의 시계소리. 런던은 항상 그리운 도시이다. 유학의 꿈을 안고 히드로 공항의 음습한 실내를 걸어 나와 피카딜리 라인의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부터, 런던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둔탁한 모습의 곡선의 빨간 다블덱 (Double Deck)이 신형으로 바뀌어서 아직도 런던의 거리를 유쾌하게 질주하고, 트라팔가 광장의 비둘기와 관광객과 분수대 그리고 키 큰 넬슨장군의 동상이 런던의 역사를 점철하고 있다.


테임즈 강변의 유수한 건축들의 웅장함은 파리 세느 강변에 비길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도시의 구조가 일개 개인의 전유물과 가진 자들의 놀이터가 아닌 시민의 진정한 생활과 휴식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 선진의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어느 오후, 맑고 정갈한 색채가 런던의 츄라팔가 광장을 채운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스며들어 오던 청춘의 호흡이 심하게 떨린다. 런던의 거리는 그만큼 유혹적인 자세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어느 오후, 맑고 정갈한 색채가 런던의 츄라팔가 광장을 채운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스며들어 오던 청춘의 호흡이 심하게 떨린다. 런던의 거리는 그만큼 유혹적인 자세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김진환

트라팔가 광장. 이곳은 세계적으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런던 시내의 만남의 광장이기도 하다. 빛바랜 황금의 터전, 런던의 국회의사당이다. 찬연하게 빛나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오늘도 그 침묵과 질서정연함을 간직하며 자리하고 있다. 밖에서 바라보는 건물의 위용과는 달리 주의를 걸으면 왠지 소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왜일까.

누런 테임즈 강물의 곁으로 유람선이 즐비하게 운행되고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종일 분주한 도시, 런던은 이 국회의사당의 시민적 의미에서 그 상징성은 빛을 발한다. 소위 평민(平民)들이 주도하는 하원 (House of Commons)에서 'Commons'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히틀러는 영국을 점령하여도 영토와 자원의 부재를 들어서, 그리고 물리적으로는 영국해협이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어서 영국 침략을 소련 쪽으로 돌리게 된다. 하지만 다윈의 이론, 약육강식이라든지 효율성의 측면에서 영국을 이태리의 무솔리니 못지않게 좋아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25만 병사로 4억의 인도를 경영하고 있음을 독일제국의 건설을 위한 교훈으로 얘기하고 있다. 약간은 보잘 것 없는 국가이지만 그들 또한 식민지경영의 나쁜 역사도 함께 하고 있다.

런던은 지하철의 도시이다. 메트로폴리탄 라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건설되어진 작고 깊은 지하철이다. 지하철의 노선구성이나 연결은 누가보아도 잘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전의 불결하고 비좁은 지하철의 공간과 플랫폼이 많이 개선된 감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오래전에 건설되어서 인지 요즘의 지하철과는 품질이 떨어진다고 여겨진다.


지하철과 또한 버스의 상호연결이 체계를 갖추면서 유기적으로 운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교통요금의 악명을 씻을 수가 없다. 사회간접자본의 국가운영이 수익자 부담율이 높아서인지 도저히 요금의 현실적 감각이 다가오지 않음은 한국의 저렴한 교통요금에 오랫동안 익숙한 탓이기도 할 것이다.

 런던의 그린파크이다. 청결한 녹색이 인간들의 심성에 진한 노스탈지어를 내지른다. 그저 초록의 물감을 펼쳐놓은 듯, 그리고 그속에서 우리들은 순수해 진다.
런던의 그린파크이다. 청결한 녹색이 인간들의 심성에 진한 노스탈지어를 내지른다. 그저 초록의 물감을 펼쳐놓은 듯, 그리고 그속에서 우리들은 순수해 진다. 김진환

런던은 공원의 도시이다. 하이드파크, 그린파크... 어디를 가도 작고 푸른 파크들이 즐비하다. 도심 속에 푸름이 있다는 것은 시민들의 심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어디를 가도 멀겋게 자란 나무 한 송이 제대로 없는 게 우리들의 현실. 도시미관의 문제라기보다는 생활의 터전을 바라보는 운영자들의 의식의 문제이며 저급한 개발주의에 매몰되어 도저히 인간이 인간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도심의 공간적 녹지와 여유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푸른 초원 같은 도시의 거대한 공원, 거기에는 단 하나, 인위적 조형물이나 조성을 극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잔디와 나무 그리고 벤치 이것이 전부이다. 그 이외에 무엇을 설계한다는 것은 조잡한 운영자의 미숙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아디파크는 어디에 있어도 그 푸르른 초원의 향기를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공원의 규모와는 달리 소박한 놀이공원의 안식처로서 공원을 찾는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누워서 책을 읽고, 벤치에 앉아 날아다니는 새를 바라보고, 조그만 통로 길을 따라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연인들은 스킨십의 짜릿한 정열을 마음껏 교감하기도 하고 그리고 푸시 체어를 끄는 젊은 부부는 환한 웃음을 교류하기도 한다. 정말 여유로운 곳이다.

공원을 활보하는 자유인들의 옷차림에서 영국 젊음이들의 유쾌한 일탈을 목격하게 된다. 빨간 펑크머리와 기괴한 옷차림에서 분명 청춘의 시간에 정지한 채로 그 순간에 머무르고자 하는 이들의 자유의지를 본다. 또한 하이드 파크는 수많은 런던의 다문화를 안고 있다. 그러기에 특히 이슬람인들의 발걸음이 잦다.

그들이 갖고 있는 지역사회의 면면이 휴일날 공원에서 휴식과 이국에서의 서로간의 교류와 친목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인공호수에 헤엄치는 백조들의 유영 그리고 형형색색의 보트에 몸을 싣고 이국의 하늘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민족들의 평화는 어딘지 쓸쓸하게 보인다. 외지인의 문화가 그나마 공감대를 이루어내는 공간에서 이주생활의 고단함이 배어나오는, 그리고 위안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런던, 웨스터민스터사원이다.
런던, 웨스터민스터사원이다. 김진환

런던의 웨스터민스터 성당 앞에는 작은 공원에 아브라함 링컨의 동상이 있다. 링컨은 켐브릿지 대학의 블랙스콘교수의 법과목을 공부하고 그리고 노예해방을 일찌감치 주창한 그 교수의 영향 탓인지 후일 노예해방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버킹엄궁전의 주위는 항상 관광객들이 붐빈다. 조금 걸어 나오면 그 유명한 트라팔가 스퀘어가 시원한 분수의 물줄기를 뿜으며 다가온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휴식과 도시의 정취를 만끽하는 모습을 본다. 넬슨장군의 기마타워동상이 높이 솟아있고 그 앞으로 기마상이 마치 장군의 카리스마에 복종하듯 처량하게 서 있다. 또한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이들 서구인의 의식에 맞게 국립미술관이 자리하고 양옆으로는 남아공과 캐나다대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런던은 템즈강을 따라 흘러온다. 비록 물은 우중충해도 강변을 가로 선 수많은 건축과 조형물들 그리고 휴식공간은 시민의 국가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
런던은 템즈강을 따라 흘러온다. 비록 물은 우중충해도 강변을 가로 선 수많은 건축과 조형물들 그리고 휴식공간은 시민의 국가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 김진환

런던을 가로지르는 강이 있다. 세계의 어느 도시를 가도 강물은 큰 줄기를 갖고 도심을 관통한다. 뉴욕의 허드슨강, 파리의 세느강, 로마의 떼베리강, 독일의 다뉴브강 그리고 한강. 젖줄같이 늘어뜨린 강줄기를 타고 관광객들은 강변으로 형성된 역사적 잔존물과 현대의 빌딩과의 조화스런 모습을 감상하기도 한다. 테임즈 강은 탁한 물줄기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강을 따라 많은 유람선이 바람을 가르며 운행하고 있다. 멀리 그린위치 부두에서 이 유람선을 타고 시내로 통근을 하는 사람들조차 있다.

강변을 타고 이루어진 구조물은 개인의 사유물로서의 주거용이 아닌 공공의 건물이며 이것은 도심의 계획적 건축양식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강변으로 길게 늘어선 가스등의 희미한 불빛 아래로 강변을 걷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느 소설 속 스토리의 주인공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도시와 강변 사이로 길쭉한 벤치가 놓여 있고 많은 사람들은 휴식과 자기 성찰의 시간적, 공간적 풍요를 만끽하고 있음을 본다.

 런던의 나무들은 항상 풍부하다. 그러기에 그 완연한 포만감과 포용성에 우리들은 항상 은혜롭게 만끽하는 자유를 누린다. 선진국이다.
런던의 나무들은 항상 풍부하다. 그러기에 그 완연한 포만감과 포용성에 우리들은 항상 은혜롭게 만끽하는 자유를 누린다. 선진국이다. 김진환

런던은 나무의 도시이다. 도심 곳곳에 허리가 큰 나무들이 한껏 도시를 비도시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삭막한 그리하여 건조한 사회적 분위기속에 메말라 찢어지는 어느 도시의 몰락을 생각한다면, 유럽의 도시는 자연 속의 현대를 안고, 현대 속에 자연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의 매연과 공해를 정화하는 화학적 기능의 자연을 단순한 의미의 도시의 자연이라면, 그 이상의 의미부여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열하는 어느 봄날의 아침, 다양한 색채의 유희에 우리들의 가슴은 뛴다. 자연과 환경과 그리고 이를 대하는 인간의 의식이 정말 평화롭다. 작은 나무의자에 걸쳐앉아 독서하던 날의 여유을 잊을 수 없다.
작열하는 어느 봄날의 아침, 다양한 색채의 유희에 우리들의 가슴은 뛴다. 자연과 환경과 그리고 이를 대하는 인간의 의식이 정말 평화롭다. 작은 나무의자에 걸쳐앉아 독서하던 날의 여유을 잊을 수 없다. 김진환

인간심성의 정화, 그리하여 사회인의 가슴 속에 상호이해와 존중 그리고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갖게 만드는 진정한 인간화를 위한 순기능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한 국가의,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상호 사회 활동 속에 나를 생각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그리고 상호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인간심성의 근본적 순화를 전제로 한다고 본다.

이것은 또한 어릴 때의 교육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언급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타인과 함께 이루어가는 사회인으로 성숙케 하는 교육이 아닌, 경쟁적 교육, 남을 밟고 올라서서 이겨내야 하는 철저한 승리의 교육이라면 분명 사회는 메마르고 사회인은 피폐해 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인간들이 과연 같이 살아가는 사회속의 성숙한 인간으로 자리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비록 이러한 교육의 폐해는 단시간적으로 볼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명 언급되어야 할 사안이다. 사회 속에서의 타인에 대한 작은 배려가 결여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상을 양산하는 사회라면 분명 희망없는 삭막한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이러한 군상은 나라가 위급할 때 나라를 팔고 그리고는 아마도 오도된 역사의 후유증으로 치부하며 오늘 그들의 후손들은 또한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 다시 위급할 시에는 나라를 팔 것 같은 잔상을 간직한 채로.

 런던의 쇼핑거리 코벤트가든이다.
런던의 쇼핑거리 코벤트가든이다. 김진환

런던 코벤트 가든의 무명인사의 장기자랑은 가히 일품이다. 그들만이 개발한 듯한 다양한 재주를 안고 구경나온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모두들 카메라를 꺼내들고 그 공연에 셔터를 눌러대고 마치 시골장터에 출현한 북치는 악단같은 표정의 연기자는 신나게 그들만의 행위에 몰입해 있다.

관중의 얼굴에는 온통 야릇한 경탄의 표정과 웃음이 퍼지고, 자리를 뜰 시간을 잊고 마냥 빠져들기만 한다. 각양각색의 연기자가, 코너를 돌면, 분명히 나타나는 그곳은 아마도 동화 속에 나오는 요술의 마을같이 재미있고 흥겹다. 따라서 그들도 반복 연기 탓으로 절대로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도 런던의 템즈 강변엔 석양이 쏟아진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황금빛 역광이 분산되어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시야를 현혹한다. 시민들은 강변에 넘어가는 햇살을 받으며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단지 그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은 젊은 연인과 별로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여행객들 뿐이었다.

그래도 런던의 강변주위로는 나름대로 역사성을 갖는 건물이라든지 조형물 그리고 유명한 국회의사당 등이 즐비하다. 하지만 런던은 또한 현대적 도시답게 모던한 건축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건설되고 있음을 본다. 특히 완전한 유리건축물 들이 런던의 상징처럼 도시를 채우고 있다. 그리고 런던의 슬로건은 아마도 거리에서 본 'Be the change you want to see in the world'란 슬로건같이 변화를 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려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김진환은 한국방송통신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런던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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