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가진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부럽다

[서평] 이지형의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

등록 2015.12.14 17:38수정 2015.12.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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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지형의 신간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

이지형의 신간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 ⓒ 헤이북스


이런 풍경이다.

이른 아침. 안개가 내려앉은 서울의 외곽. 마흔일곱 아버지와 열두 살 아들이 나란히 야트막한 산을 넘는다. 아들을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자상한 아버지. 초등학교 5학년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나이다. 그런 까닭에 등굣길에서 아버지에게 묻는다. 인간과 사물에 관한 오만가지 궁금증을. 아버지는 예전에 읽던 책을 다시 펴들어 아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에 친절하게 답한다.


최근 출간된 이지형의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헤이북스 펴냄)는 바로 이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은 210일간의 문답'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제목은 가볍지만, 책 속에는 결코 가볍다고 말할 수 없는 갖가지 지식이 촘촘히 들어차있다.

열두 살의 궁금증과 질문방식이란 튀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 같은 것. 해서 책 속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탄생과 갈등 같은 무거운 주제에서부터, 애니메이션 주인공 포켓몬과 나루토를 영혼신앙과 결부시켜 설명하는 유쾌한 해설까지 경중을 달리하는 지식이 골고루 담겼다.

<꼬마 달마의 마음수업> <사주 이야기> <강호 인문학> 등의 저자인 이지형은 일간지 기자와 대기업 간부로 20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온 사람. 그는 사회적 성공과 자기성취, 일과 술에 미쳐 두 아들에게 소홀했던 30대를 반성하며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는 아들과의 친밀감 확보와 동시에 자신에게 남은 '내일'을 설계하기 위한 '두 마리 토끼 잡기'의 방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문제 제기와 쉬운 설명으로 만나는 세상의 지식

책은 이런 방식으로 전개된다. 산길을 걸으며 보는 흙과 나무, 바위만이 지속되는 풍경에 지겨워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슬며시 묻는다. "너는 이 세상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냐?"


아들이 답한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뭐 그런 게 아닐까. 그게 제일 많잖아."

그러면, 아버지는 쉽고도 편안한 어투로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설명한다. 당연지사 아리스토텔레스와 엠페도클레스, '4원론'과 '원소 주기율표' 등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어려운 단어와 고대 철학자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책의 한 편에 조그만 글씨로 그것들에 관한 친절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읽어도 좋을 가벼운 '지식 바이블'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가 애초에 주목한 독자층은 청소년들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마흔다섯 성인인 필자가 보기에도 책은 유치하거나 가볍지 않다.

특히 부자가 일본을 여행하며 주고받는 하이쿠(俳句)와 관련된 이야기나, 개구리를 이용해 설명하는 '진화의 3가지 전제' 등은 성인이라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해서, 이 책의 독자층은 10대부터 70대까지 넓어져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 독후감을 이야기하자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따스함'이다. 아버지를 일에 빼앗긴 아들이 흔한 시대. 아들을 컴퓨터게임에 빼앗긴 아버지가 지천인 시대. 부자가 손을 잡고 걸어가며, 세상과 인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차가운 겨울날씨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더워진다.

이지형과 앤초비(아들의 별명)가 책의 마지막에 드러내고 있는 서로의 대한 마음을 확인하면 그 따스함은 배가된다. 자식이 없는 필자는 자식을 가진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부러워진다.

'137억 년. 그 우주의 긴 시간 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우주의 무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아주 우연하게도 아빠와 아들로 만났다. 그렇게 알 수 없는 이유로 만나, 7개월간 지구의 한 모퉁이를 함께 걸었고,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이 남긴 것에 대해, 지구와 우주에 대해 길고 긴 얘기를 나누었다. 그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한 앤초비를 아빠는 너무나 사랑한다. 우주의 깊이만큼.' - 이지형의 에필로그 중에서.

'(아빠와 걷던 길을) 어쩌다 혼자 걸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본 을씨년스러운 휑뎅그렁함이란 단어가 떠오를 만큼 걷는 게 힘들었다. 요즘은 아빠와 같이 걸어가지 않지만, 가끔은 아빠와의 이야기가 조금 그립긴 하다. 아빠 책에 내가 앤초비라는 이름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은근히 기뻤다. 내 별명이 세상에 알려진다는 사실 때문일까?' - 아들의 에필로그 중에서.
덧붙이는 글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교양을 부드럽게 풀어헤쳐 보여주는 친절한 지식 가이드), 이지형 지음, 헤이북스 펴냄, 2015.12.05, 1만 5000원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 - 세상의 모든 교양을 부드럽게 풀어헤쳐 보여주는 친절한 지식 가이드

이지형 지음, 앤초비 그림,
헤이북스, 2015


#이지형 #초딩도 안다 당신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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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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