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17년만에 "이혼여성 6개월 재혼 금지는 위헌"

최고재판소 "이혼 제한 위헌 결정... 부부 동성 사용은 합헌"

등록 2015.12.16 17:45수정 2015.12.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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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최고재판소의 여성 차별 민법 관련 위헌 판단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일본 최고재판소의 여성 차별 민법 관련 위헌 판단을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NHK

일본에서 이혼한 여성의 재혼을 6개월간 금지하는 민법이 117년 만에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겸 헌법재판소)는 16일 대법정에서 여성이 이혼 후 6개월 동안 재혼하지 못하도록 하는 민법 733조가 위헌이라고 전원 합의체로 판결했다.

현행 민법 733조는 여성의 혼인이 취소 및 해소된 날부터 최소 6개월이 지나야 재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혼 후 태어난 자녀와 아버지의 관계에 혼란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가정 폭력으로 이혼한 일본 오카야마 현의 한 여성이 민법 733조 때문에 이혼 직후에 재혼할 수 없었고, 여성만 재혼 금지 기간을 두는 것은 남녀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에 어긋난다며 국가에 165만 엔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자녀의 친부를 두고 벌어질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미리 막겠다는 법의 취지에 합리성이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을 내렸으나, 이를 최고대법원이 뒤집고 위헌 판결을 내렸다.

<아사히신문>도 최고재판소 판결에 앞서 여성의 이혼을 6개월간 금지하는 법은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법안이며, 의학 기술 발달로 신속한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법의 취지도 맞지 않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로 1898년 메이지 민법 시행 이후 117년 넘게 여성의 재혼을 제한하는 규정이 개정에 직면했다. 하지만 최고재판소는 "재혼 금지 기간이 100일을 초과하면 과도하지만, 그 이하면 합리적"이라고 밝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결혼한 부부는 반드시 같은 성 써야" 합헌

최고재판소 대법정은 결혼한 부부가 서로 다른 성을 쓰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에 대해서도 합헌 판결을 내렸다. 민법 750조는 메이지 시대 이후 부부가 결혼하면 서로 같은 성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결혼한 부부가 남편 혹은 부인의 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함께 쓸 수 있지만, 남성 중심 가부장적 제도의 영향으로 실제 부부의 96%가 부인이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도쿄에 거주하는 사실혼 관계의 남녀 5명은 "결혼 후 성을 바꾸도록 강제하는 것은 권리 침해이며, 실질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국가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헌법이 부부의 성을 다르게 사용하는 것까지 보장하고 있지 않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최고재판소도 합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이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법률 개정 가능성이 남아있다.

유엔의 여성 차별위원회도 부부가 서로 같은 성을 쓰도록 규정한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일본 정부에 철폐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보수층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무너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NHK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결혼한 부부가 같은 성을 써야 한다는 응답자가 50%로 나타나 다른 성을 쓰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자 46%보다 많았다.

#일본 최고재판소 #이혼 금지 #여성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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