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그림책 주인공 라피는 선생님한테서 처음 뜨개질을 배운다.
책과콩나무
"선생님, 뭐하세요?" 라피가 묻자, 선생님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동생한테 줄 목도리를 뜨고 있단다." "와, 예쁘다! 선생님, 뜨개질 하는 거 어려워요?"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 가르쳐 줄까?" "네, 네! 가르쳐 주세요!"(본문 7쪽)학교에서 공차기를 안 하는 '라피'라는 아이는 으레 놀림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라피는 일부러 애써 공차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피는 알록달록하거나 울긋불긋한 빛깔하고 무늬가 깃든 옷을 입고 싶습니다. 애써 거무죽죽하거나 시커먼 옷을 입고 싶지 않습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입니다만, 치마는 가시내만 입을 옷이 아닙니다. 사내도 입고 싶으면 얼마든지 입을 만합니다. 발을 하나씩 꿰기에 바지이고, 허리에 두르기에 치마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이 그림책에 나오는 라피라는 아이가 치마를 두르지는 않습니다.
뜨개질하는 아이는 뜨개질만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노래하기를 즐기고, 그림 그리기를 사랑하며, 뜨개질하기를 새로 익혀서 언제나 신이 나서 이 삶을 누릴 뿐입니다.
라피는 학교에서 '가시내 같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말을 어머니한테 고스란히 옮깁니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는 '아이(라피)가 얼마나 자랑스러우면서 사랑스럽고 훌륭한 아이(아들)'인가 하는 대목을 부드럽게 이야기해 줍니다. 아이는 어머니 말을 듣고 한결 씩씩하게 기운을 내고, 더욱 즐겁게 잠자리에 든 뒤에, 학교에서 어떤 일을 겪더라도 의젓하고 당찬 몸짓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