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국어원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수어사전'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수어사전의 '감사합니다' 검색 결과 화면 갈무리.
국립국어원
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에 쓰인 사진이나 그림을 기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 넣기도 한다. 기사가 풍성해진다. 꼭 책에 있는 게 아니라도, 필요한 경우 찾아 쓰기도 했다.
청각 장애인 관련 서적의 경우(관련기사 :
'국적기' 타고도 영화 한 편 못 보는 사람들) '감사합니다'란 단어를 '수어사전'에서 찾아 국립국어원 측에 요청해 사용했다. 다양한 외국어로 '감사합니다' 정도는 알고 있지 않나? 같은 마음에서다. 책을 읽고 나니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수어 역시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구술 기록집 <숫자가 된 사람들>을 출판한 오월의봄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다(관련기사 :
"도망가다 잡히면 반 죽는 곳" 어떻게 들어갔냐면...). 책에 쓰인 사진에 대해 사용 허락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책은 과거 한 시설의 원장이 행했던 잔혹한 악행을 고발하고 피해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폭로한 내용을 담았다. 정권의 비호 의혹까지 일었던 사건이다.
사용하고 싶은 사진을 추리던 중, 한 가지 의아한 사실을 발견했다. 원장 사진의 저작권자에 원장의 이름이 있었다. 자신이 숨기고 싶은 과거를 들쑤신 책에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새 참회의 눈물이라도 흘렸단 말인가. 그런 뉴스는 접하지 못한 터라 출판사 측에 물었다. 대답이 놀랍다.
"이 사진은 저작권자가 아무개씨로 돼 있는데, 쓰게 해주던가요?""사실은... 허락받지 않고 썼습니다. 오히려 그쪽에서 문제로 삼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사용했어요. 그런 식으로라도 논쟁거리가 돼서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알아줬으면 해서요."그곳은 법적 분쟁을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거대 출판사가 아니었다. 다만 늘 약자의 편에 서서 책을 낸단 느낌이 강했다. 이런 신념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감사했다. 많이 배운 경우다. 간단한 전화 한 통화로 책 내용 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서평쓰기 노하우 ③] 제목에는 흥미를, 내용에는 웃음을또, 될 수 있으면 기사에서 독자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든다. 보통 사회적 이슈와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나 생활에서 쉬이 만나는 일을 매개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서평 기사'의 탈을 쓴 '주장 기사'가 탄생하기 일쑤였다.
경영학 서적에서 '메르스'를 떠올렸고(관련기사 :
'악마' 없는 청와대, 그러니 '우왕좌왕'), 세계사 책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망언을 소개했다. 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게 서평 쓰는 이의 몫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절대 억지로 끌어다 써선 안 된다. 공감도 없고 맹탕만 된다. 그럴 땐 차라리 그냥 쓰는 게 낫다.
한 기사에서는 대뜸 방학숙제였던 <탐구생활> 얘기를 꺼냈다. 독자들은 처음에 '뭐, 어쩌라고?'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기사 말미 다시 '<탐구생활>을 시작하자'고 할 때는 공감했으리라. 줄기의 일관성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기사를 다 읽은 독자에게 '알겠고, 그래서 뭐?'란 생각이 남지 않도록 노력했다.
특히 기사 첫 부분에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됐던 백인천 전 프로야구 선수의 발언 '요시, 그란도시즌'도 그랬다(관련기사 :
여전히 풀리지 않은 '요시 그란도시즌' 미스터리). 사할린 동포들의 스산한 삶, 이슬람국가(IS) 조직원과 채팅을 나누는 여기자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했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보태 쓴 서두다.
이는 제목과도 연관된다. 물론 편집 과정에서 더 나은 제목으로 바뀌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제목 짓기'에 도전한다.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누군가 제목만 보고도 흥미를 느낄만 한지도 점검한다. 세상은 넓고 기사는 많다.
마지막으로, 서평은 다른 기사보다 분량이 길다. 쓴 자신에게 재미없다면 독자는 오죽하랴. 읽는 이가 웃을 수 있는 장치를 하나씩은 넣으려 노력했다. 물론 책 내용이나 기사 호흡에 따라 부적절하다 판단되면 생략하기도 했다.
대학 문제를 다룬 책의 경우(관련기사 :
2025년, 하나 남았던 '철학과'가 사라진 사연), 서평 작성이 이미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 된 내용을 언급하는 데 불과하리란 판단이 섰다. 순전히 상상력으로 책이 우려한 부분들을 '과잉' 접목해 미래의 상황을 가정한 형식으로 썼다. 지루한 글을 피하려다 하게 된 선택이었다.
쓰고 보니 별것 없다. 어떤 글이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맞는 대로 자연스럽게 작성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아무리 화려한 옷도 크거나 작으면 보기 좋지 않다. <오마이뉴스>에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 만약 새해 다짐으로 '독서'를 꼽았다면 서평 기사로 작성해 송고하는 게 어떤가. 얻는 게 많으리라 확신한다. 2016년, 독서로 대동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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