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서평 기사 쓰는 기자가 알려주는 비법

[나는 어떻게 썼나 ②] 서평 쓰며 더 배웠다

등록 2015.12.31 11:47수정 2015.12.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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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집기자가 서평 쓰는 방법에 대해 써달라고 했다. 솔직히 버겁다. 다 써가던 글을 말끔히 지웠다. 어쭙잖게 글쓰기를 논하다 보니 어디서나 쉽게 보는, 그저 그런 글이 되고 말았다. 그제야 인정하기로 했다. 글 잘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 난 아니다. 포기하면 편하다.

올해 쓴 서평 기사를 헤아렸다. 45개다. 4월부터 썼으니 한 달에 5개꼴이다. 이 중 14개가 머리기사(오름)에 배치됐다. 편집기자는 "서평이 오름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내 깜냥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다. 순전히 좋은 책을 많이 만난 행운에 있다.


하여 얕은 지식으로 '그럴싸한' 작문 조언을 하기보다 기사를 쓰며 겪거나 느낀 경험을 공유할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이다. 굳이 따지자면 '취재 뒷얘기' 정도다. 이런 과정이 모두에게 적합하다 할 수도 없고, 충실히 따른다고 글이 잘 써지는 일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글 잘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 난 아니다.

[서평쓰기 노하우 ①] 읽는 책에 수북이 흔적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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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은 왼쪽부터 <숫자가 된 사람들>, , <문명, 그 길을 묻다>. ⓒ 김병현


우선, 질질 끌리는 글은 지양한다. 책을 읽고 난 다음, 혹은 읽는 도중 최소 얼개 정도가 짜지지 않는다면 기사를 쓰지 않는다. 한 해 서평 기사 45개를 썼다고 딱 45권만 읽은 게 아니란 뜻이다.

서평은 다른 기사와 조금 다르다고 느낀다. 기사를 작성하다 머뭇거리면 책을 다시 읽는 과정이 생기고 글은 장황해진다. 본문을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했단 반증이다. 자신도 모르는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고? 내 경우는 십중팔구 산으로 갔다.

같은 맥락에서, 책을 깨끗이 읽지 않는다. 암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책 한 권을 읽고 모든 내용을 기억할 수는 없다. 우리 대부분은 누구처럼 'IQ430'이 아니다. 더구나 시간의 제약 때문에 나눠 읽는다면 더욱 그렇다. 서평을 쓰지 않으며 짬짬이 독서를 하는 데 만족한다면 모르겠으나, 정리를 위해서는 자신의 머리를 과신하지 않는 게 좋다.


따라서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은 모두 메모한다. 좋은 글귀나 의문이 생기는 부분은 줄을 긋는다. 빌려 읽는 경우라면 메모지에 한다. 그래서 내 책들은 대부분 더럽다. 시간이 지나 다시 펴봤을 때 이 흔적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온다.

다 읽었다면 서평 작성을 위해 표시된 부분이나 메모를 중심으로 다시 훑는다. 그간 해결된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혹은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면 출판사에 연락한다. 대부분은 친절히 답해준다. 이 과정에서 직접 저자와 전화나 이메일을 여러 차례 주고받기도 했다.

[서평쓰기 노하우 ②] 필요한 사진이나 그림은 적극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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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은 인터넷을 통해 '한국수어사전'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수어사전의 '감사합니다' 검색 결과 화면 갈무리. ⓒ 국립국어원


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에 쓰인 사진이나 그림을 기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 넣기도 한다. 기사가 풍성해진다. 꼭 책에 있는 게 아니라도, 필요한 경우 찾아 쓰기도 했다.

청각 장애인 관련 서적의 경우(관련기사 : '국적기' 타고도 영화 한 편 못 보는 사람들) '감사합니다'란 단어를 '수어사전'에서 찾아 국립국어원 측에 요청해 사용했다. 다양한 외국어로 '감사합니다' 정도는 알고 있지 않나? 같은 마음에서다. 책을 읽고 나니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수어 역시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구술 기록집 <숫자가 된 사람들>을 출판한 오월의봄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다(관련기사 : "도망가다 잡히면 반 죽는 곳" 어떻게 들어갔냐면...). 책에 쓰인 사진에 대해 사용 허락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책은 과거 한 시설의 원장이 행했던 잔혹한 악행을 고발하고 피해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폭로한 내용을 담았다. 정권의 비호 의혹까지 일었던 사건이다.

사용하고 싶은 사진을 추리던 중, 한 가지 의아한 사실을 발견했다. 원장 사진의 저작권자에 원장의 이름이 있었다. 자신이 숨기고 싶은 과거를 들쑤신 책에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새 참회의 눈물이라도 흘렸단 말인가. 그런 뉴스는 접하지 못한 터라 출판사 측에 물었다. 대답이 놀랍다.

"이 사진은 저작권자가 아무개씨로 돼 있는데, 쓰게 해주던가요?"
"사실은... 허락받지 않고 썼습니다. 오히려 그쪽에서 문제로 삼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사용했어요. 그런 식으로라도 논쟁거리가 돼서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알아줬으면 해서요."

그곳은 법적 분쟁을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거대 출판사가 아니었다. 다만 늘 약자의 편에 서서 책을 낸단 느낌이 강했다. 이런 신념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감사했다. 많이 배운 경우다. 간단한 전화 한 통화로 책 내용 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서평쓰기 노하우 ③] 제목에는 흥미를, 내용에는 웃음을

또, 될 수 있으면 기사에서 독자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든다. 보통 사회적 이슈와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나 생활에서 쉬이 만나는 일을 매개로 삼는다. 그러다 보니 '서평 기사'의 탈을 쓴 '주장 기사'가 탄생하기 일쑤였다.

경영학 서적에서 '메르스'를 떠올렸고(관련기사 : '악마' 없는 청와대, 그러니 '우왕좌왕'), 세계사 책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망언을 소개했다. 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게 서평 쓰는 이의 몫이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절대 억지로 끌어다 써선 안 된다. 공감도 없고 맹탕만 된다. 그럴 땐 차라리 그냥 쓰는 게 낫다.

한 기사에서는 대뜸 방학숙제였던 <탐구생활> 얘기를 꺼냈다. 독자들은 처음에 '뭐, 어쩌라고?'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기사 말미 다시 '<탐구생활>을 시작하자'고 할 때는 공감했으리라. 줄기의 일관성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기사를 다 읽은 독자에게 '알겠고, 그래서 뭐?'란 생각이 남지 않도록 노력했다.

특히 기사 첫 부분에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됐던 백인천 전 프로야구 선수의 발언 '요시, 그란도시즌'도 그랬다(관련기사 : 여전히 풀리지 않은 '요시 그란도시즌' 미스터리). 사할린 동포들의 스산한 삶, 이슬람국가(IS) 조직원과 채팅을 나누는 여기자의 모습을 묘사하기도 했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보태 쓴 서두다.

이는 제목과도 연관된다. 물론 편집 과정에서 더 나은 제목으로 바뀌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제목 짓기'에 도전한다.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누군가 제목만 보고도 흥미를 느낄만 한지도 점검한다. 세상은 넓고 기사는 많다.

마지막으로, 서평은 다른 기사보다 분량이 길다. 쓴 자신에게 재미없다면 독자는 오죽하랴. 읽는 이가 웃을 수 있는 장치를 하나씩은 넣으려 노력했다. 물론 책 내용이나 기사 호흡에 따라 부적절하다 판단되면 생략하기도 했다.

대학 문제를 다룬 책의 경우(관련기사 : 2025년, 하나 남았던 '철학과'가 사라진 사연), 서평 작성이 이미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 된 내용을 언급하는 데 불과하리란 판단이 섰다. 순전히 상상력으로 책이 우려한 부분들을 '과잉' 접목해 미래의 상황을 가정한 형식으로 썼다. 지루한 글을 피하려다 하게 된 선택이었다.

쓰고 보니 별것 없다. 어떤 글이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맞는 대로 자연스럽게 작성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아무리 화려한 옷도 크거나 작으면 보기 좋지 않다. <오마이뉴스>에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 만약 새해 다짐으로 '독서'를 꼽았다면 서평 기사로 작성해 송고하는 게 어떤가. 얻는 게 많으리라 확신한다. 2016년, 독서로 대동단결!
#책동네 #서평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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