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줍는 동네 A모 할머니가 종종 주시던 음료수.
박정훈
"고마워. 이거라도 하나 묵어."그속에서 유난히도 표정이 밝은 동네 A 할머니. 가끔 박스나 폐지를 모아 건네드리면 늘 고맙다며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꼭 답례로 작은 음료라도 손에 쥐어주고 가신다. 할머니는 걸음이 불편하시다. 마치 동화책에서 보던 꼬부랑 할머니 같다. 그래도 꾸역꾸역, 틈틈이 폐지를 줍는다. 자식이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찾아오는 것을 본 적은 없다. 그래도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늘 사람들을 먼저 반갑게 인사로 맞는 폐지 줍는 할머니.
추운 날씨 탓일까? 아니면, 높게 쌓여가는 쓰레기 더미 때문일까? 최근 우연히 본 박스 할머니의 뒷모습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폐지 한 장, 박스 한 장 조차 무거워 보이는 어깨. 그 어깨를 간신히 추스르며 자신의 손수레에 무겁게 싣고 계셨다. 고단한 삶처럼 할머니의 손수레 위의 폐지들도 지쳐보이는 듯했다. 그 무겁고 더러운 폐지들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더 무거워 보였다.
이제는 성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들 사이로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자신의 야윈 몸을 분주히 움직인다. 폐지보다 훨씬 무거운 쓰레기더미 속에서 폐지들을 찾는다.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높이가 올라갈 때 마다 할머니의 미소는 점점 사라졌다.
가혹한 현실은... 노인들의 후각까지 뺏어가는 걸까"이거 무슨 냄새야? 한겨울인데도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네.""당신은 이 쓰레기더미 냄새 안나? 대체 이거 쓰레기 쌓아두고 뭐하자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