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에 영화관이 생겼다.
신광태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내 고향이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마을 주소를 말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내면 사창리 의미. 사내와 사창가? 그런 생각 때문일까, 다시 한 번 묻곤 야릇한 웃음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의미는 전혀 다르다.
사내면 사창리는 한자로 표기하면 史內面 史倉里다. 조선시대 군량미 비축을 위한 주요 창고가 있었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역사적으로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지금 사내면 지역엔 2개 사단이 주둔해 있다. 전국적으로 2만여 명의 병력이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1970년대 중반까지 술집들이 많았다. 주요 고객은 군인이었다. 몇 푼 안 되는 봉급을 담보로 술집을 드나드는 것을 낙으로 여기는 군인들도 많았다. 막걸릿집, 맥줏집, 양줏집. 계급에 따라 드나드는 레벨도 달랐다. 업주들은 경쟁적으로 예쁜 종업원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연화관을 만들면 어떨까?"
지난해, 최문순 화천군수는 느닷없이 영화관 이야기를 꺼냈다. 외출외박을 나온 군인을 비롯해 면회를 온 군 가족들을 지역에 머물게 하자는 의도다.
과거 위수 지역이란 게 있었다. 사창리에서 춘천이나 서울로 향하는 버스가 검문소 앞에서 멈추면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헌병이 올라탔다. 타깃은 군인들이었다. 복장이 불량한지, 허가된 외출인지 증명서를 확인했다. 그게 귀찮아 이곳에 사는 민간인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지 않았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위수 지역 개념이 지역적 범위에서 즉각 응소가능시간제로 바뀌었다. 외출외박을 나온 군인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비상시 즉각 귀대가 가능한 지역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외출·외박을 나온 군인들이 마을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다. 인근 춘천시로 물밀 듯 빠져 나갔다. 강제로 막을 수도 없는 일, 지역 경제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이들이 도심지로 나가는 이유가 뭘까, 설문조사를 했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지역에 즐길만한 문화가 없다'였다. 도시로 나간 장병들이 주로 뭘 하는지 분석했다. '커피 마시고, 영화 보고, 음식점에 들렀다가 귀대'. 사창리 마을은 군사 지역이란 특수성 때문인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매점들이 많다. 도시에서 유행하는 커피점도 수두룩하다. 서둘러 영화 개봉관을 만든 이유다.
극장에 담긴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