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들의 왕국,일본아메리칸 빌리지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의 90%는 경차나 소형차다.
이정혁
곰곰이 생각해본다. 일본에 소형차가 절대적으로 많은 이유. 일본은 섬나라다. 바닷바람이 심하게 불 터이고, 소금기 섞인 바람 때문에 차의 외관이 마모될 게다. 어차피 큰 차를 사도 시간이 지나면 소형차로 변할 터이고, 그럴 바에는 애초에 작은 차를 사서 타고 다니면 바람의 저항이 덜해 마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작은 차를 타기 시작했다, 이렇게 쓰면 판타지가 되는 거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자료를 모아 본다. 일본의 장기 불황, 즉 잃어버린 20년(1991년부터 일본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이후 정부의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0년까지 지속된 경기침체를 말함)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쌍둥이 동생처럼 일본을 쏙 빼닮아가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두고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일본인들도 1970~1980년대 활황기에는 대형 및 고급 차량을 많이 구매했다고 한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자산 가치가 반 토막이 나면서 기업과 가계가 대출금 및 이자 상환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러다보니 가계의 지출을 줄여야 했고, 소유하던 차량의 크기를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엄청나게 비싼 택시요금도 경차와 소형차 판매를 증가시켰다. 일본의 택시요금은 기본요금이 730엔(한화로 대략 7000원)이며 미터기의 기본 단위가 90엔(대략 900원)이다. 멋모르고 택시에 탔다가는 눈뜨고 귀, 코, 입 할 것 없이 사정없이 베일 수 있다. 다행히 오키나와는 택시 기본요금이 소형차의 경우 450엔, 중형차의 경우가 500엔이며, 기본 단위는 50엔으로 다른 일본지역보다는 비교적 싼 편이다.
거기다 모노레일 요금도 비싸다. 다섯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260엔, 거의 우리나라의 두 배(대구 모노레일 성인 1100원)쯤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사람들은 자가 운전을 해야 했고, 저렴한 경차와 소형차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월세 살며 대형 수입차를 몰고 다니는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끝으로 일본에는 1962년부터 시행된 '차고지 증명제도'가 있다. 이는 차를 사기 전에 반드시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제도로, 땅값이 비싸고 주차 공간이 협소한 일본에서 경차와 소형차가 확대 보급되는 밑바탕이 됐다. 이 정도면 심층적이지 아니한가.
[왜?] 일본 편의점 도시락이 맛있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