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가객 김광석이 이승에 남긴 '감동' 선물

[리뷰] 김광석 20주기 '김광석 노래 부르기 2016' 현장

등록 2016.01.07 14:24수정 2016.01.09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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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블루소극장 입구에 있는 김광석 노래비. ⓒ 학전블루소극장


'가객' 김광석 별세 20주기였던 지난 6일 저녁, 추워지는 날씨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대학로의 작은 극장을 찾았습니다. 김광석을 기억하며 열리는 '김광석 노래 부르기 2016'(아래 노래 부르기)이 열리는 학전블루 소극장이 그들의 목적지였습니다. 학전. 김광석이 첫 라이브 공연을 했던 곳이며 김광석과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라는 보석이 발굴된 바로 그곳이랍니다.

'김광석 노래 부르기'는 2012년부터 프로 가수나 음악인이 아니어도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 누구나 참가 신청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 행사가 올해로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내년부터 김광석추모사업회가 그간 모은 공연수익금으로 '김광석 추모재단'을 만들면서 음악인을 위한 더 좋은 행사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노래 부르기' 행사는 올해로 종료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죠.

20주기 그리고 마지막 무대. 그랬기에 신청자 수도 더 많았을 것이고, 공연을 보려는 분들도 더 많았을 듯합니다. 전문 가수가 아니지만 김광석을 사랑하는 이들이 새롭게 부르고 연주하는 김광석의 노래들. 그 노래들을 듣기 위해 저도 학전블루 소극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양한 연령의 13개 팀이 선보인 아름다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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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상자 박승화의 특별 공연. ⓒ 학전블루소극장


'김광석의 친구들'은 올해도 학전블루 소극장을 찾았습니다. 김광석과 절친한 사이였던 가수 박학기가 사회자로 등장했고 <서른 즈음에>를 작사·작곡한 강승원, <사랑했지만>을 작사·작곡한 한동준, 동물원의 박기영, 유리상자 박승화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습니다.

가수 권진원은 관객으로 참여했고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이은미는 산삼주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그 산삼주는 참석한 가수들과 몇몇 관객들이 무대 중앙에 있는 김광석의 영전에 바친 뒤 한 잔씩 돌려 마셨습니다.


올해 '노래 부르기'의 특징은 연주자들도 포함을 시켰다는 점입니다. 노래 11팀, 연주 2팀. 총 13팀이 이날 무대에 올랐지요. 그중에는 김광석이 활동하던 시절 젖먹이 아이였던 1993, 1994년생들도 있었고, 김광석이 누군지도 모를 수도 있는 중학생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홍대에서 라이브를 하는 남성 3인조 밴드가 중후한 목소리로 선보인 <먼지가 되어>로 공연의 막이 올랐습니다. 1994년생인 황보람양은 <다시 아침>을 매력적인 목소리로 불렀지요. "김광석의 노래를 듣고 해석을 달리 할 수 있고 자신만의 추억을 생각할 수 있어 멋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황보람양이 이번 무대에 나선 이유라고 합니다.

'하이 미스터 메모리'라는 긴 예명으로 등장한 박기혁씨는 기타를 치면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감정을 살렸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소리를 듣고 참가를 결정했다는 혼성 4인조 '롤나잇'은 <변해가네>를 색다른 화음과 함께 선보였습니다. 중간에 마이크가 꺼지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핑거 기타를 들고 나온 장재훈씨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정말 부드럽게 연주했습니다. 느린 리듬으로 시작해 점점 흥겨움을 가미한 연주는 원곡의 부드러움과 리듬을 한껏 살렸습니다.

<지하철 1호선>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 김기정씨는 역시 뮤지컬 배우다운 실력을 뽐내며 <먼지가 되어>를 열창했습니다. 특히 중간에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작곡가 바하의 곡을 차용한 최지민씨의 연주도 노래 분위기를 살렸죠.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김광석이 살아있었다면 이렇게 노래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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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어느 노부부의 60대 이야기>를 부른 박장희씨. ⓒ 학전블루소극장


그리고, 한 가족이 등장합니다. 1958년생 개띠이신 박장희씨 가족입니다. 자신은 기타를 치고 딸은 바이올린을 켜면서 부른 노래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였습니다.

박씨는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습니다. 그 그리움을 담아 그는 이 노래를 담담하게 불렀습니다. '아마도 김광석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원곡의 분위기를 정말 잘 살렸습니다. 살짝 눈물이 고였는데,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관객 몇몇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네요.

1993년생인 김시혁씨는 아버지가 차로 학원에 데려다주면서 김광석과 이문세의 노래를 들려줬다고 합니다. 어린 마음에 조금은 지루하게 들리는 노래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가사에 집중하게 됐다는 게 김씨의 이야기네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그가 선택한 노래는 <거리에서>였습니다. 약간 빠른 비트가 오히려 원곡의 다소 늘어진 부분을 훌륭하게 커버합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백하게, 젊은 취향에 맞게 편곡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을 전공한 20대 학생인 여수진씨는 <서른 즈음에>를 불렀습니다. 노래의 감정을 잘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역시 노래 실력이 있기 때문에 그 걱정을 기우로 만들더군요. 확실히 김광석의 감성은 어느 누구에게나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학교 선후배 사이라는 혼성 2인조 '투박한 우리'가 선보인 <너에게>는 여성 보컬의 발라드로 새롭게 창조됐습니다. 중간중간 나온 플루트 연주도 좋았죠. 김광석의 노래가 감미로운 발라드로 변하는 순간, 어색함보다 편안함이 들게 한 것이 바로 이들의 실력이었습니다.

기타로 달콤함을 노래한다는 혼성 2인조 '어쿠스윗'.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멋진 이중창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여성 보컬로도, 이중창으로도 이 노래는 정말 어울렸습니다. '안 어울리겠는데'라고 괜히 편견을 가졌던 제가 머쓱해졌습니다.

혼성 5인조 밴드인 'MAJO'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을 보사노바풍으로 편곡했는데 정말 잘 어울립니다. 악기와 보컬의 조화가 잘 이뤄지면서 새로운 장르의 노래로 탄생했습니다.

이날 '노래 부르기' 대상은 '기타 신동'으로 불리는, 16세 중학생 3인방(이강호·임형빈·김영소)이 수상했습니다. 이들이 선보인 것은 <먼지가 되어> 핑거 기타 연주였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핑거 기타 연주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먼지가 되어>가 이처럼 흥겹고 박력있는 곡으로 탈바꿈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연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김광석'이기에 모두가 하나... '김광석 노래 부르기' 계속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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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다시부르기 2016' 대상을 차지한 중학생 3인방. 이들은 이날 <먼지가 되어>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 학전블루소극장


사실 이 공연은 상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김광석의 노래를 다시, 새롭게, 그리고 같이 부르는 것이죠. 그들은 전혀 경쟁한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김광석의 노래를 여러 관객들 앞에서 부르고 연주한다는 것에 감격하고 있었고 하늘에서 김광석이 자신의 노래를 듣는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실력을 뽐냈던 것입니다.

박승화가 생전에 김광석이 쓰던 기타를 치며 <사랑했지만>과 <그날들>을 열창하는 순간 관객들은 조금씩 하나가 됐습니다. 마침내 박승화가 <그날들> 후렴을 부르면서 '떼창'을 제안하자 바로 관객들의 노래가 이어졌습니다. 김광석이라는 이름 앞에 모두 하나였습니다.

피날레는 박학기와 박승화, 한동준 등 모든 가수들과 참석자들이 어울리며 부른 동물원의 <혜회동>과 <일어나>였습니다. <일어나>가 나올 때 관객들은 모두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일어나 다시 한 번 해보는거야'를 외쳤습니다.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목소리, 그리고 비록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여전히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고 애정을 보내는 이들의 목소리. 이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하늘나라로 간 지 20년이 됐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잊지 못하는 모습에 감동한 가객 김광석이 하늘에서 준 선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에서도 당신은 분명 가객으로 불릴 겁니다. 고맙습니다. 여전히 선물을 주고 있는 하늘의 가객 김광석.

참, 여러 매체에서 '마지막' 공연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사실은 '김광석추모사업회 주최'로는 마지막인 공연이라고 합니다. 현재 김광석추모사업회는 추모재단을 새로 꾸려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날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선 김민기 추모사업회 회장이 "참가자들의 열정에 감복했다"며 "계속 공연을 하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추모재단이 세워져도 '김광석 노래 부르기'를 계속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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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다시부르기 2016' 종료 후 참가자·심사위원 등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 학전블루소극장


#김광석 #김광석 다시부르기 #학전블루 #먼지가 되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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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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