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이 만드는 방송은 마을 주민이 텔레비전 속 주인공이다.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꿈틀버스의 2015년 마지막 종착지는 서울시 성북구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 앞.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아 떠나는 꿈틀버스 6호의 엔진 시동이 켜졌다. 서울 시내를 가로질러 다다른 목적지는 성북구 아리랑로 82번지. 성북마을 미디어센터 앞이다. 숨 가삐 내달린 엔진이 고요해졌다.
백발의 어르신이 카메라를 잡았다. 때론 마이크 앞에 앉기도 한다. 키 작은 꼬마 앵커가 낭랑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고 아빠들의 수다와 엄마들의 호박씨가 전파를 탄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뉴스도, 시선을 끌 유명인사도 출현하지 않는다.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낼 뿐이다. 이름하야 '다락방 방송'.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이 꿈꾸는 미디어다.
다락방(多樂方)을 풀이하면 이렇다. 다(多)는 나와 너, 우리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방송, 락(樂)은 유쾌하고 발랄하게 마을을 풀어가는 방송, 방(方)은 우리의 손으로 만들고 참여하고 공유하는 방송을 뜻한다. 영어로는 'UFO'다. 유 미디어<U media>, 퍼니 미디어<Funny media>, 오픈 미디어<Open media>의 첫 글자를 땄다.
낱말에 가치를 담았다면, 숫자는 역사를 말한다. 지난 2013년 3월, 서울 한복판에 성북마을방송 '와보숑TV'가 개국했다. 2년 뒤에는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이 설립되고 같은 달, 라디오 와보숑 FM까지 개국했다. 그동안 쌓인 영상물도 만만치 않다. 성북마을뉴스 60편, 마을포커스 17편, 아빠들의 수다 6편, 라디오 공개방송 5편, 언니들의 호박씨 3편 등 총 200여개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알았을까. 김현미 대표가 말했다.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재미있는 일을 찾아 헤매던 중 미디어교육을 받았다. 운 좋게 교육 후 만든 영상이 익산시민영상컨텐츠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 했다. 다들 신이 났다. 혼자 보기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제야 우리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전달하는 미디어가 필요하단 것을 알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다. 이웃을 찾아주는 방송이 되고 싶다."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으나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긴 말이 필요 없다. 아래 영상을 플레이(▶Play) 해보자. '와보숑TV'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보여주는 영상이다.
호주머니를 털고 발품을 팔아 일하는데 즐겁다. 무엇인가 열중한 나머지 밤을 꼬박 샜는데, 눈은 초롱초롱하다. 미디어협종조합 '와보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한 일들이다.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쌀이 나오는 일도 아닌데 왜 이럴까. 김현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살이는 먹고살기 바쁜 일상이다. 동네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일 조차 쭈뼛거리게 한다. 옆집이 아니어도 동네주민이 아니어도 마음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어떨까. '와보숑'에서 참여하는 것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이웃을 만나고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소소한 일상을 발견하는 일이다.""마을주민들과 지역공동체 활동은 조금씩 어설프고 가진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와보숑에 참여한 사람들은 주민들이 만들고 싶은 공동체를 현실에서 마주한다. 새로운 상상으로 공동체의 구체적인 모습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은 희망을 보기도 한다. 타인의 불행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 대한 공감도 커진다. 마을미디어가 잘 될수록 공동체는 살아난다."장남순(73) 어르신은 삶이 달라졌다. 그는 와보숑의 최고령 촬영감독이자 앵커다.
"인생을 다시 사는 기분이다. 와보숑은 내게 활력소다. 스마트폰에 중독됐고 마을이야기에 푹 빠졌다. 무엇보다 이웃을 만나는 게 재밌고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지금은 그렇지 않으나 옛날엔 서울에서도 옆집, 뒷집 다 아는 사람이었다."이웃을 만나고 소소한 일상을 발견하는 방송.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방송은 어떨까. 다음은 두 사람이 손꼽은 가슴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졌던 일명 '자뻑 영상'이다. 기자의 짧은 평을 달면 이렇다.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으나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마을방송에는 주민들의 얼굴과 인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