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세스바예스 마을을 떠나는 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790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있다.
박성경
산티아고 순례를 안내하는 책에는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에서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la)까지 남은 거리를 783km로 소개하고 있다. 또 어떤 책에선 그보다 더 짧게 쓰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론세스바예스에서 숙박을 하고 실제 마을을 빠져나가려고 보니 아직 790km나 남았단다.
헉! 어제 내가 이미 걸었다고 믿었던 7km는 어디로 간 거니?
'앞으로 얼마가 남았다'는 표지가 때론 힘이 되기도 하지만, 그게 너무 까마득할 땐 약간 절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산티아고까지의 거리를 생각하기엔 너무나 이른 시점. 오늘 걸을 수비리(Zubiri)까지의 거리, 23km만 생각하기로 한다.
해발 952m의 론세스바예스에서 해발 528m의 수비리로 내려가는 것이니 편할 거라는 기대도 일찌감치 접는다. 높이를 단순 적용하면 내려가는 것이지만, 오늘도 고개를 두 개나 넘어야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책에 '친절히' 소개돼 있다.
론세스바예스를 떠나 가장 먼저 도착한 마을 부르게테(Burguete). 이곳이 바스크 지방인 지라, 입구 표지판엔 바스크 지명인 오리츠(Auritz)도 병기돼 있다.
부르게테 마을에 딱 들어서면, 헤밍웨이란 이름이 순례자를 먼저 반긴다. 마을이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것과 거의 동시에 말이다.
헤밍웨이가 천국으로 묘사한 마을 부르게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