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데비 주봉(7817m)이 저만치서 하얗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송성영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의 일대기를 서술한 <히말라야가 처음 허락한 사람, 텐징 노르가이>(에드 더글러스 지음, 시공사 펴냄)에는 다음과 같이 난다데비에 얽힌 이야기가 나온다.
'1964년 10월 중국은 신장성의 롭 노르 핵 실험장에서 최초의 원폭 실험에 성공했다. 린든 존슨(Lyndon Johnson)은 소련 상공에 떠 있는 미국 보유의 인공위성 몇 기로 중국의 핵무기 계획을 감시하라고 명령했다. 그에 따라 CIA는 인도와 티베트 국경 산맥에 원자력 시설을 설치하여 롭 노르의 핵실험을 감시한다는 성공할 것 같지 않은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가장 높고, 중국에 접근하기에 정치적으로 가장 편리한 봉우리로 난다데비를 선택했다.'하지만 이 책에서는 '1965년의 첫 원정에서 플루토늄 238을 채운 SNAP 원자력 발전기가 난다데비 정상 능선 600미터 아래에 놓였으나, 결국 1966년 거울에 눈사태로 매몰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그 발전기로 인해 수백만 명의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다고 한다.
'... 뒤이은 원정들에서의 회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원자력 발전기는 그곳에 남아 점차 부식되면서 히말라야의 이 지역에서 발원하는 강의 하류에 사는 수백만 명의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다. 1967년 두 번째 원정에서 도청 장치가 난다 코트 근처에 설치되어 눈과 얼음에 묻힐 때 까지 1년 이상 작동했다.' 히로시마 원폭, 체르노빌 핵발전소, 후쿠시마 핵발전소 등을 통해 보아왔듯이 핵에너지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물질이다. 또한 지구촌 저편에서 굶주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즐비한데 한쪽에서는 그 위험천만한 핵에너지를 통해 좀 더 먹고 마시고 즐기는 소비문화를 누리고 있듯이 인류의 탐욕을 가장 크게 집약시켜 놓은 것이기도 하다. 이 탐욕스러운 에너지가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좀 더 많은 핵에너지를 생산해 내겠다고 난리다.
난다 데비는 인류의 종말에 얽힌 이야기 속에도 등장한다. 여타의 창조신화가 그렇듯이 인도의 창조신 마누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이다. 손을 하늘로 향하고 학처럼 한쪽 다리만으로 꼿꼿하게 서서 10만 년 동안 고행하고 거기다가 물구나무 자세로 100만 년 동안 고행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성자시여 나는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물고기입니다. 큰 고기들이 무서우니 그들에게서 나를 지켜 주소서! 힘 있는 물고기다 힘없는 물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우리들 세계의 법칙이오니 이 무서움 속에서 날 구해 주소서 이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날 지켜주신다면 반드시 그 은혜를 갚겠습니다."자비심이 많은 마누는 물고기를 들어 올려 달처럼 새하얀 항아리에 넣어 자식처럼 물고기를 보살폈다. 물고기는 어느 사이에 항아리가 좁을 정도로 크게 자랐다. 마누는 큰 우물로 데려가 돌봐주었고 물고기는 우물이 비좁을 정도로 더 크게 자랐다.
물고기는 다시 마누에게 말했다.
"성자시여 나를 강가로 인도해 주소서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물고기의 말에 마누는 강가에 놓아 주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강도 비좁았다. 물고기가 다시 말했다.
"성자시여 내 몸은 이제 너무나 크게 자라서 강가에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나를 바다로 데려가 주소서."마누는 그를 바다에 풀어주었고 바다에 나선 물고기가 말했다.
"성자시여 당신은 모든 면에서 나를 잘 보살펴 주셨습니다. 이제 제 말을 잘 들으십시오. 당신을 위해 말씀드립니다. 살아있거나 살아있지 않은 것들,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은 것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파멸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물고기는 마누에게 세상의 종말이 왔음을 이야기하며 피할 방도를 알려줬다.
"당신은 이제 크고 튼튼한 배를 만들어야 합니다. 배에 튼튼한 끈을 매어 일곱 성자와 함께 타십시오. 그 배에 예전에 제가 일러주었던 모든 씨를 넣고 종류에 따라 잘 보관 하십시오. 성자여 그 배에 오른 뒤에 나를 기다리면 됩니다. 저는 뿔 달린 모습으로 나타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한 말을 하나도 어김없이 다 시행하도록 하시고 제 말에 한 치라도 의혹을 갖지 마십시오."마누는 물고기 말대로 실행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마누 앞에 물고기가 나타났다. 마누는 물고기의 뿔에 닻줄을 걸고 물고기가 이끄는 대로 대지를 모두 삼켜버린 바다를 헤쳐 나갔다. 배를 집어 삼킬 듯한 거센 바람과 파도를 헤쳐 마누 일행은 히말라야의 한 봉우리에 줄을 잡아맬 수 있었다. 그곳이 바로 가르왈 히말라야에서 최고 높은 봉우리 난다데비라는 것이다.
인도의 신화 '마누의 대홍수'와 기독교의 구약 성서에서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닮아 있다. 마누의 이야기가 먼저인지 노아의 방주가 먼저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 두 이야기에서 우리가 귀 담아 들어야 할 것은 세상의 종말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랑과 자비에 있다는 것이다.
생명수를 흘려보내 삼라만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난다데비는 히말라야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사랑과 자비의 신이다. 난다데비의 사랑과 자비는 비옥한 땅을 적시는 생명수와 같은 것이다. 하여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받들어 모시는 대상인 것이다.
난다데비를 닮은 사람들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