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늑대> 표지
돌베개
우연치 않게 <울지 않는 늑대>(돌베개)라는 책을 접했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가 지인이 말했던 것과 거의 동일했다. 지인한테 이 책을 봤느냐고 물어봤는데 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인이 말한 게 사실로 밝혀졌고, 알고 보니 이 책이 늑대의 고정관념을 깬 첫 번째 콘텐츠였다. 부끄럽지만 늑대를 좋아하게 되었다.
저자 팔리 모왓은 캐나다 최고의 작가이자 자연학자라고 한다. 그동안 환경과 동물의 권리에 천착하여 글을 써왔는데, 그에 더해 인간과 문명의 탐욕을 유머스럽게 비판해왔다. 이 책은 그 총체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그가 어느 해 여름부터 1년 동안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그곳엔 공포와 미움의 대상 늑대 대신, 탐욕과 포악의 대명사 인간이 있었다.
그는 캐나다 자치령 야생생물보호국의 소환을 받았다. 어느 여름날 그는 현장에 투입된다. 현장이란 다름 아닌 '늑대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위해 가야 하는 북극권 이하의 불모지대 어딘가 였다. 우여곡절 끝에 그곳에 다다른 그는, 에스키모와 백인의 혼혈 마이크를 만나 그의 오두막에 지내게 된다. 그러곤 늑대의 습성을 살피기 위해 본격적으로 조사 및 관찰에 들어간다.
그가 알고 있는 늑대가 아니다조사와 관찰을 하면 할수록 점입가경이다. 늑대가, 그가 알고 있는 늑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늑대는 그를 충분히 찢어발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늑대들의 집을 공격하고 어린 새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보였을 텐데도 말이다. 오히려 그를 완전히 무시함으로써 그에게 모욕을 주었다. 그렇지만 그걸로 그는 늑대에 대한 통념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가 조사해야 하는 '늑대 문제'는 궁극적으로 순록과 관계가 있었다. 순록의 멸종에 가까운 급감이 늑대의 약탈 때문이고, 상부는 볼모지대에서 이루어지는 늑대와 순록의 관계에 대한 연구 조사가 논쟁의 증거를 내놓을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열심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그런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늑대는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사는 걸까? 늑대라면 순록 정도는 잡아 먹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가 조사해본 바로 늑대는 주로 쥐를 잡아 먹고 살았다. 늑대의 이미지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실이고, 적어도 순록의 여름철 서식지 밖에서 가족을 부양하는 불모지대의 모든 늑대들은, 거의 쥐를 주식으로 살고 있었다. 이렇게 그가 원정을 온 이유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의 상관들이 만족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없게 되었다.
순록도 죽이고 늑대도 죽이는 인간책은 비단 늑대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방점을 두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진실을 밝히고 있다. 늑대에 대한 잘못된 신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고, 늑대를 '죽여 마땅한' 동물로 인식하게 하여 돈을 벌고자 한다는 것. 그에 앞서 늑대가 멸종 시켰다고 떠들고 있는 순록 또한 인간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인간이 순록을 죽여 놓고 늑대에게 뒤집어 씌운 다음 늑대를 죽이는 계획을 짰다. 대단한 계획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인간이야말로 이처럼 포악하고 야비하며 나쁘다.
한편 이 책은 굉장히 독특한데, 가장 큰 이유가 유머러스한 풍자에 있다. 책의 화자는 자신이 늑대에 대해 그래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고 현장에 투입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는 늑대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자연스레 시종일관 바보 같은 생각과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과 행동을 저자이자 화자는 솔직하게 표현한다. 독자가 그 모습을 보면, 인간이야말로 저토록 무지하고 대책 없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인간에 대한 비판을 꾀한다.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와, 유머러스한 풍자가 주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이야기로서도, 소설로서도, 비판서로서도, 자연과학서로서도, 교양인문학서로서도 그 가치와 재미가 충분한데, 흔히 접하기 힘든 책이다. 두고두고 몇 번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3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