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 홉킨스대(Jhons Hopkins University)는 1876년에 설립된 미국 명문 사립대 중 하나로,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위치해 있다. 연구 중심 대학으로 명성이 높고 특히 의학과 과학 분야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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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뚜렷하고 단기적인 목표가 있을 때 유용해, SAT(미국 수능) 준비를 할 때 효과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역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자신이 한국의 과학고나 자사고를 나왔다면 '학업 경쟁력'은 늘었겠지만, 교실 밖 이점을 누릴 기회나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는 훨씬 적었을 것이다.
미국 교육은 학교 밖으로의 연결고리도 풍부하다. 가령 중현씨는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기 전 학교를 통해서 독일 '막스플랑크 핵물리학 연구소'의 인턴십도 구했다. 학업과 과외활동의 성공적인 병행으로, 그는 마침내 존스 홉킨스대에 입학해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런 교육들을 누리는 비용은 어떻게 다 마련할까.
중현씨가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이고 가정이 연 소득 20만 달러 미만이라면, 존스 홉킨스대는 매년 평균 3만8000달러를(약 4653만 원) 지원한다. 하지만 그는 시민권자도 영주권자도 아니다. 한 주립대가 전액 장학금을 제의했었지만, 존스 홉킨스대에 진학했고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 매년 6만 달러(약 7347만 원)의 비용을 학교에 낸다(학비+기숙사비+학식비). 한 학기 생활비 2500달러(약 306만 원) 정도만 방학 중에 스스로 번다.
결국 학비를 부담할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는 한국에서 고질적인 고학력자 '인재유출'도 문제지만, '인재양성' 과정도 문제라고 본다. 중현씨는 "만약 존스 홉킨스대 기초과학 건물을 방문해서 동양인을 본다면, 99%는 국가장학금으로 유학 중인 중국인을 본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아는 한 존스 홉킨스대에서 물리학, 수학 대학원 과정 이상을 밟고 있는 한국인은 '없다'. 해당 전공으로는 정부 지원을 못 받기 때문이다.
동기, 선·후배 중에서도 응용과학 전공자는 넘쳐나지만 순수과학 전공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중현씨가 하고 싶은 일을 좋은 보수를 받으며 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다. 한국에 고마움을 느껴야 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돌아갈 생각도 현재 없다. 미국 이공계 석·박사과정부터는 풀펀딩(등록금 면제+매월 생활비 수령)을 받기가 꽤 수월하다. 그렇다면 부모님의 부담도 앞으로 덜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3. "탈조선하고 문화충격을 경험했어요"류혜진(가명)씨는 국내 인문계 석사과정을 마친 뒤, 차근차근 유학을 준비했고 현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주 20시간 일하는 연구 조교를 맡는 대신 풀펀딩을 조건으로 입학했고, 학교로부터 매월 180만 원가량을 받는다(세후 기준). 혜진씨는 이조차 다른 박사과정생들에 비해 적다고 했다. 아직 경력이 짧기 때문이다.
그래도 혼자 먹고 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한국의 모 기업에서 주 40시간 이상 알바를 했을 때 흔히 월 130만 원을 받았던 때보다 훨씬 낫다. 결정적으로 한국에서 '하루에 다 하라'고 줄 일을 미국에서는 일주일에 걸쳐 시키는 걸 알고 '문화충격'을 경험했다. 한국에서는 보조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월 20만 원을 주고 시키던 수준의 노동 강도였다.
매 학기 2천만 원 정도의 등록금을 면제받고 월급도 한국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 수준으로 받는다. 이런 상황이니,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과 다르게 오히려 공부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학교에는 대학원생 조교들의 노동조합도 있다. 혜진씨는 아직 모임에 나가본 적은 없지만 나가보려고 생각 중이라고 했다. 혜진씨는 자신이 더 인간적으로 살고 있다고 느낀다.
연구 조교로서 하는 일은 전부 경력에 도움이 된다. 박사과정 1년 차 때 학부생 1학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두 개 했는데, 이력서에 넣기 좋은 경력이다. 2년 차에는 연구소 두 곳으로부터 일을 받았고, 연구소가 책을 하나 내면서 자기 이름도 올렸다. 하지만 한국은 조교들도 프로젝트에 참여했을지라도 교수 이름으로만 올라가는 일이 빈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