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투르카나 부족 아이가 강 바닥에서 길어온 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다. 깨끗하지 않은 물로 인해 설사, 장티푸스, 콜레라 등 각종 풍토병이 기승을 부린다.
지유석
물 문제는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케냐를 비롯한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 국민들은 배탈, 설사, 말라리아, 콜레라, 장티푸스 같은 각종 풍토병에 시달립니다. 이 같은 풍토병은 따지고 보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생기는 질병입니다. 이런 이유로 깨끗한 물은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의 숙원사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유니세프나 유엔식량계획 같은 국제기구 역시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사회간접 자본의 미비는 물 문제 해결을 더욱 꼬이게 만듭니다. 나남 마을엔 우물이 있었습니다. 부족 추장은 몇 년 전 이 우물이 말랐다면서 현지에서 선교활동 하는 공인현 선교사에게 우물을 다시 파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국제구호기구나 생색내기 좋아하는 종교단체가 이런 사연 들으면 귀가 솔깃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 적어도 현지 상황을 감상적으로 포장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무엇보다 현지에 우물을 파는 작업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케냐로 논의를 한정시켜보겠습니다. 우물을 파려면 먼저 케냐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정부가 지정한 실사단이 현지실사에 착수해야 합니다.
실사 결과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굴착 작업을 수행할 중장비가 나남 마을까지 오려면 비포장 도로를 통과해야 합니다. 투르카나 지역의 경우 길이 워낙 위험해 중장비가 도로에서 전복될 위험성은 감수해야 합니다. 케냐 정부가 발벗고 나서 비포장 도로를 정비해 주면 이런 고민은 시원스레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고개를 내젓습니다. 공인현 선교사도 "사역을 명분으로 손댈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