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실토했어도, 박 대통령 '계속 돌격 앞으로'

[황 기자의 한반도 이슈] 홍 장관에게 '개성공단 자금 핵개발 전용' 근거 질문한 이유

등록 2016.02.16 07:27수정 2018.03.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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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전면중단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한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전면중단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한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남소연

[기사보강: 16일 오전 11시 8분]

- 지난 10일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 정부성명'을 발표하실 때 ´개성으로 들어간 돈이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쓰였다´고 말씀했는데, 우려나 추측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개성공단의 임금 등 여러 가지 그런 현금이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된다는 그런 우려는 여러 측에서 우려가 있었고요.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또 여러 가지 관련 자료도 정부는 가지고 있고요."

- 추가로 질문 드립니다. 지금 장관께서 자료가 있다고 했는데, 지금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관련 자료를 공개하실 용의가 있습니까.
"공개할 수 있는 자료였다면 벌써 공개를 해드렸겠죠. 하여튼 그것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나중에 검토하고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2일 세종로 정부청사 기자회견장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용→ 우려 있으나 확인 안돼→ 관련자료 있다→ 확증없다, 송구

내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대책'이라는 이날 기자회견 주제와는 거리가 있는 질문을 한 것은, 그 이틀 전인 10일에 있었던 아리송한 상황 때문이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 원(5억 6천만 불)의 현금이 유입되었고, 작년에만도 1320억 원(1억 2천만불)이 유입되었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 190억 원의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결국 국제사회가 원하는 평화의 길이 아니라,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홍 장관은 이날 발표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 관련 정부 성명'에서 이같이 '전용'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시간 안 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자금으로) 얼마가 들어갔다고 확인된 부분은 없으나 우려는 있었고, 그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는 말을 했다. 우려는 있으나 확인된 것은 없다는 얘기였다.


사실 이것이 그동안 통일부가 '전용'문제에 대해 밝혀온 입장이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지난해 12월18일 비공식 기자 간담회에서 "개성공단의 경우 1년에 1억불 넘게 북한에 들어가지만, 근로자 임금이지 대량파괴무기와 관련이 없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유엔제재와 상관없이 계속 현금이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그 이전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통일부 장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생중계되는 공식석상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과 '전용'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홍 장관은 "관련 자료가 있다"고 말했고, 이어 이틀 뒤인 14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관련 자료'는 내놓지 않으면서도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핵·미사일,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쓰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전용'을 더 확실히 한 것이다. 대부분 언론은 이를 "개성공단 자금이 노동당에 상납된다는 사실은 과거부터 알려졌으나 상납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그대로 보도했다.

불과 며칠 전 '통일부 고위당국자'가 "우려는 있으나 확인된 것은 없다"고 한 발언을 전한 것은 <CBS 노컷뉴스>, <한겨레>, <경향신문> 등 몇몇 매체뿐이었다.

홍 장관의 사과... 개성공단 폐쇄 양대 명분 중 '전용' 문제 허물어져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KBS 일요진단 화면갈무리

그러다 결국 홍 장관은 "'전용'사실을 알고도 감췄다면, 한국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라는 압박 속에, 15일 국회에서 "확증은 없다"며 "진의가 잘못 알려져 오해와 논란을 불러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명분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선도,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배후기지 역할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전용 문제'였다.

홍 장관의 실토는, 이 개성공단 폐쇄 양대 명분 중 하나인 '전용'문제를 허물어버렸다. 이 문제가 굳어졌을 경우, 이후 정부들은 원칙적으로 북한과 경제협력을 할 수 없게 된다. 당장에 핵개발 자금 지원이라는 융단폭격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 같은 거창한(?) 차원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의원을 포함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회의원들이 개성 만월대 발굴 현장을 방문해서 선물을 사고 낸 달러도,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금강산에서 쓴 달러도 미사일 개발 자금을 지원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홍 장관이 남북관계 업무의 주무 장관이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기는 했지만, '전용' 문제를 기정사실화 한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발표문은 제목 그대로 '정부 성명'이었다. 결국 '전용'문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한 거짓말인 셈이다. 따라서 홍 장관 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할 사건이다.

옆에서 뭐라 하든 눈귀 딱 막고 앞만 보고 가는 형국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에서 '전용'론을 계속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달러가 부족한 북한은 중앙에서 외환집중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달러가 당 중앙으로 집중되는 것은 다 아는 얘기고 그 다음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밝혀내야만 '전용'문제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홍 장관은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못했기 때문에 '자료가 없다'고 실토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 박 대통령도 똑같이 '달러가 중앙으로 간다'는 얘기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옆에서 뭐라 하든 눈귀 딱 막고 앞만 보고 가는 형국이다.

'국제사회 대북제재 선도'까지 무너지면...

이제 개성공단 폐쇄 명분은 '중국의 고강도 대북제재 동참' 하나가 남았고 이것마저 무너질 경우, '박근혜 통일외교안보'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표적인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붕괴됐고, 집권 때부터 내건 '동북아 평화구상'과 '미중 사이의 균형외교'마저 완전히 무너졌다는 얘기가 될 것이 때문이다.

징후는 좋지 않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 중인 대북 제재 결의안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안보리가 새로운 결의를 통과시켜 진일보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북한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필요한 대가를 치르고 상응하는 후과(부정적 효과)를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재) 목적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추가개발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것이며 제재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문제가 대화·담판(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궤도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한 기존의 3대원칙(▲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서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홍용표 #개성공단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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