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올린 사진. 마산 고속버스터미널 커피집에서 서울행 고속버스를 기다리며 스마트폰 충전을 하고 있다.
이상옥
나이 60에 디지털노마드로 새로운 길을 나선다. 60이면 이순(耳順)이라 듣는 대로 다 이해되는 나이가 됐다. 공자는 60에 귀가 순해져서 남의 말을 들으면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할 수 있게 됐다지만 범인들이야 어찌 그렇겠는가. 나이 60이 되어도 여전히 나의 귀는 거칠기만 하다. 이런 심경을 담아 최근 아래 졸시 한 편 써서 어느 문예지 올 봄호에 발표하기로 했다.
"공자가 아닌/ 나도 어느새 60세/ 귀가 더 밝아져/ 들리지 않던/ 온갖 잡음, 소음까지/ 다 들린다"(졸시 <耳順> 전문) 그렇더라도 나도 60이 됐으니 뭔가 생각을 좀 달리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 본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난 할머니는 초연하신 것 같았다. 생과 사를 이미 초탈하신 듯한 것으로 보였다. 영감님 무덤가인지, 굽은 허리를 하시고 뭔가를 손질하고 계셨다.
'이승이면 어떻고 저승이면 어떻겠는가' 하고 초연히 생의 본분을 다하고 계시는 것 같은 할머니가 곧 엄정한 말씀으로 읽혀졌다. 중국이면 어떻고 한국이면 어떻겠는가. 그곳 그 자리에서 내게 맡겨진 일을 할머니처럼 묵묵하게 해나가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