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척식회사 관사와 공존한 천연기념물 제4호

[백운동천을 따라 서촌을 걷다 ⑩] 600년의 역사를 증언하는 통의동 백송

등록 2016.02.24 10:44수정 2016.02.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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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전도(1861)에 표기된 영조의 잠저 창의궁(彰義宮)과 그것이 위치하고 있는 의통방(義通坊) ⓒ 유영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의 북동쪽 일대가 통의동(通義洞)이다. 이곳은 본래 조선시대 한성부5부 52방 가운데 하나인 의통방(義通坊)이라 불리던 곳인데 갑오개혁 때 통의방(通儀坊)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그대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한양도성 내 여전히 조선지명을 사용하는 동명

통의동처럼 조선시대의 지명을 지금도 계속 쓰고 있는 곳이 몇 있다. 당시 한성부를 구성하고 있던 5부 52방의 명칭 가운데 여전히 같은 명칭을 쓰고 있는 동은 종로구적 선동(積善洞), 가회동(嘉會洞), 안국동(安國洞), 서린동(瑞麟洞)이다.


반면 청계천 이남의 중구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인들이 주로 거주하며 그 명칭조차 일본식으로 바뀌어 조선시대의 지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동명은 없다.

그리고 이곳 통의동 35번지 일대는 조선 영조의 잠저인 창의궁(彰義宮)이 있던 곳으로 대로변에는 창의궁터라는 표석이 놓여 있다.

참고로 잠저(潛邸)란 국왕의 장자로 태어나 왕세자가 된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이나 사정으로 임금으로 추대된 사람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 바로 이 곳이 숙종의 차남으로 태어난 영조가 292년 전까지살았던 곳이다.

뿐만 아니라 추사 김정희의 집인 월성위궁도 이 일대에 있었다는 표석도 함께 놓여 있다. 추사 김정희의 증조부인 월성위 김한신이 영조의 딸 화순옹주와 혼인함으로써 영조의 부마가 되었고, 영조는 부마 월성위 김한신을 위하여 자신의 잠저 옆에 집을 지어주었다. 그것이 바로 월성위궁이다. 이렇게 되어 김한신의 증손인 추가 김정희가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것이다. 결국 160년전 추사 김정희도 이곳에 살았던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니 역사책에서만 보았던 인물들이 결코 현재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기였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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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4호였던 통의동 백송. 이것으로 인하여 이 일대를 흰소나뭇골, 백송동(白松洞)으로 불렀다고 한다. ⓒ 유영호


또 추사의 집이었던 월성위궁 터에는 약 600년 된 백송이 있다. 백송은 중국 베이징 부근이 원산지로 한반도에 들어온 시기는 명확하지 않으며 중국을 왕래하던 사신들에 의해 옮겨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 자란 백송은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다른 빛깔을 띄기 때문에 주목받은 데다가, 희귀하며 생장이 느리고 옮겨심기가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소중히 여겨져왔다.


실제로 한국에서 크게 자란 백송 개체는 거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곳 통의동 백송은 가장 오래된 백송으로 천연기념물 제4호로 지정되었으나 1990년 태풍으로 넘어져 버렸다. 문화재청과 마을주민들은 쓰러진 백송을 살려보려 갖은 애를 써보았지만 생물학적으로 고사 처리되면서 안타깝게도 천연기념물에서 삭제되었다. 현재는 고사된 백송의 그루터기와 그 주변에 심어진 몇 그루의 어린 백송이 후계목의 자격으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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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척식회사의 관사로 추정되는 곳으로 같은 모양의 집들이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 유영호


이렇게 조선시대를 지켜왔던 창의궁과 월성위궁 터는 외세에 의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모되고 말았다. 1908년 동양척식회사가 설립되고 그 후 이곳 통의동 일대는 동양척식회사의 사택지로 지정되면서 도시계획에 따라 격자형 택지로 조성되었다.

그렇게 변모된 이곳은 해방 이후 적산처리되어 민간인에게 불하되었지만 아직도 골목길의 형태며 몇몇 집들은 여전히 당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남아 있다. 또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토목건축기술이 그리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곳에 새로운주택을 건설한다고 해도 땅 속 깊은 곳까지 건드리지는 못했다. 따라서 그곳에는 여전히 우리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조선의 역사가 남아 있는 것이다.
#서촌기행 #통의동 백송 #백운동천 #동양척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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