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국회의장 직권상정 안하겠다더니...'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이희훈
상황은 야당에게 불리하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테러방지법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일으키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법안이 직권상정된 이상 필리버스터만으로는 통과를 막을 수 없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는 것이지, 그것 자체로 법안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법안을 부결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야당에서 지적하는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을 빼거나 수정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현재 상정돼 표결을 기다리는 테러방지법 수정안(주호영 의원 제안)을 변경할 의사가 전혀 없다. 최대 쟁점은 국정원의 대테러 조사 및 위험인물 추적권을 규정한 법안 제9조와 이를 위해 도·감청 및 특정 금융정보 제공을 허용한 부칙 제2조다.
새누리당은 이 두 조항에 대한 보완책으로 국정원이 조사·추적권을 행사할 경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사전 또는 사후 보고하고, 대책위 소속 인권보호관이 이를 감시·견제한다는 내용을 수정안에 담았다. 그러나 더민주는 이 역시 사후보고에 한계가 있고, 현재 국회에서도 감시가 어려운 국정원을 어떤 권한도 없는 인권보호관이 감시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진다. 필리버스터로 시간 끌기에는 성공했지만 그 사이 협상을 할 대상을 움직일 방법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질타한 상황에서 원유철 원내대표 등 친박 인사들은 복지부동한 상태다. 그렇다고 필리버스터를 2월 임시국회 기한인 3월 10일까지 이어가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더민주는 지난 24일 현역 의원 10명 컷오프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공천 과정에 돌입했다. 문제는 경선이다. 더민주는 안심번호 도입을 통한 상향식공천룰을 실시해야 한다. 안심번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선거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 경선일정을 늦춰 필리버스터를 회기 끝까지 진행한다 해도, 국회법상 다음 본회의에서 곧바로 테러방지법 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선거법을 통과시키려면 무조건 테러방지법을 처리해야 하는 외통수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대해 더민주 핵심 당직자는 "필리버스터 이후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라며 "현재로서는 국민 여론을 모아 새누리당을 압박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 선거법 처리를 위해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결단을 내려 새누리당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6일 선거법 처리가 꼭 필요한 한 사람, 김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