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이태준 문학상 수상자제1회 이태준 문학상 수상자 이태준 기념사업회가 제1회 이태준 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김성동 씨를 선정하였다.
박현주
'조선의 모파상'이라고 불리던 작가가 있었다. 일제 식민지 기간 동안 70여 편의 주옥같은 단편과 13편의 신문 연재소설을 쓰면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소설가 상허 이태준. 1940년대 총독부에 동원돼 제국주의 전쟁을 찬양하는 시국 연설을 강요당했을 때, 그는 <춘향전> 한 대목을 읽고 강단을 내려왔었다.
거세지는 총독부의 압력에 카프 작가들마저 줄줄이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어로 쓴 작품을 발표할 적에, 그는 차라리 붓을 꺾고 낙향을 선택했다. 이태준은 해방 후 친일파의 득세에 좌절해 월북하지만, 김일성 영웅화 작업을 거부한 이유로 숙청돼 창작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문단에서 사라지고 만다.
남과 북에서 모두 잊힌 천재작가 이태준남에서도 북에서도 잊혀졌던 이태준은 결코 잊혀질 작가가 아니다. 이태준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이태준기념사업회'(대표 안재성, 아래 기념사업회)가 지난 1일 제1회 이태준 문학상을 시상했다. 첫 수상자로 소설가 김성동 선생이 뽑혔고, 수상작으로는 단편 <민들레꽃 반지>(2012년 작)를 선정하였다.
시상식은 서울 성북동의 고즈넉한 골목에 자리잡은 전통찻집 수연산방에서 소박하게 열렸다. 수연산방은 1933년 이태준이 터를 골라 손수 지은 집으로 이곳에서 수많은 작품이 탄생했다. 수연산방은 작지만 생전의 작가처럼 단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집인데, 지금은 외손녀 조상명씨가 이곳에서 찻집을 운영하며 고택을 지키고 있다. 이 공간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차를 마시며 이태준과 그의 작품 떠올린다.
이태준이 글을 쓰던 누마루인 문향루에 봄 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수상자인 김성동 선생을 둘러싸고 기념사업회 회원들, 동료 및 후배 문인들이 전통차를 마시며 축하의 자리를 함께했다.
기념사업회 대표 안재성 작가는 "친일적인 글을 전혀 쓰지 않았던 이태준 선생은 외국어나 외래어는 물론, 어려운 한자를 피해 순수한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려 노력한 작가로 문학사적 의미가 깊다"라면서 문학상 제정의 취지를 밝혔다.
제1회 수상작인 <민들레꽃 반지>는 "아름다운 우리말과 글을 살린 문장으로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을 처연하면서도 뼈아프게 보여주어 작품의 밑절미가 이태준 문학정신에 가장 닿아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 대표는 <실종작가, 이태준을 찾아서>(2015)를 발간하면서 남과 북 모두에게 잊혀진 소설가 이태준의 삶을 평전으로 복원했고, 지난 2월 기념사업회가 건립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