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아돌프 다리.계곡 위에 세워진 육중한 아돌프 다리의 모습이 압권이다.
노시경
이 다리는 룩셈부르크 대공국의 네 번째 대공인 아돌프 대공(Duke Adolphe)이 통치하던 시절에 만들어져서 아돌프 다리로 불린다. 현재 아돌프 다리는 구시가와 신시가를 오가는 차량들의 교통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보수공사에 들어가 있다. 아돌프 다리 위로 트램 철로를 설치하고 트램을 운영하려고 했는데 트램을 버티기에는 다리가 너무 낡아서 대규모 보수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워낙 유명한 다리라서 보수 중인 아돌프 다리를 둘러보려는 관광객들을 위해 다리 앞에 따로 아돌프 다리 전시관을 만들어뒀다. 아돌프 다리가 만들어질 당시의 과거 흑백사진들을 보면 그때도 다리를 둘러싼 전경들이 압도적으로 아름다웠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은 물에서 진화하고 오랜 세월 숲 속에서 살았으니 깊은 계곡의 강과 숲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멍하니 페트루세 계곡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한곳에 오래 앉아 있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장관을 보면 편히 앉아 휴식을 취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가교에서 아돌프 다리를 보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영국의 관광객인 듯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 이야기는 거대 석교와 계곡을 편안하게 감상하던 나의 감상을 흔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이 다리는 자살로도 유명한 다리야""많은 사람들이 이 다리에서 뛰어내렸대?""이 다리 위에서 무려 500여 명 이상이 아래로 뛰어내렸어. 세계에서 자살하기로 이름난 아홉 다리 중 하나야."다리와 계곡의 장관에 취해서 울창한 숲 속으로 낙하하고 싶었던 사람도 많았던 모양이다. 세계 최대의 석조 아치교, 아돌프 다리는 알고 보니 자살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아돌프 다리는 아주 크고 높아서 유명해졌지만, 또한 높다는 이유 때문에 자살을 하는 사람들도 찾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아름다운 경관도 달리 보이는 것이지만 이 아름다운 계곡 밑으로 뛰어내리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만 하다.
아돌프 다리 밑, 페트루세 계곡에는 시민들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이 펼쳐져 있다.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페트루세 익스프레스(Péitruss Express)가 가끔 한 번씩 계곡을 누비지만 계곡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평화롭다.
계곡 주변의 건물과 비교해보면 계곡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계곡의 깊이가 40m가 넘지만 계곡에서 자란 나무의 높이도 계곡만큼 높아서 나무만 보아도 사람이 압도되어 버린다. 계곡의 강을 찾아보았지만 강물은 숲에 둘러싸여 더 깊은 곳에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