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가사노동은 여성, 이런 현실 바꾸려면?

[주장] 남녀 임금 격차 큰 한국, '기본소득'이 해답이다

등록 2016.03.08 10:55수정 2016.03.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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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세계 여성의 날이 108번째 해를 맞이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1만5천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뉴욕의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한 날이다."
"3·8 세계 여성의 날이 108번째 해를 맞이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1만5천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뉴욕의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한 날이다."pixabay

3·8 세계 여성의 날이 108번째 해를 맞이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의 1만5천여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뉴욕의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정치적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한 날이다. 이 뜻깊은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여성의 노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여성의 노동이란, 가사와 부업에 한정된다.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에 비해 하찮은 것이며, 노동 강도가 떨어지고, 생산성 또한 낮은 것으로 인식됐다.

근대에 들어 남성 가부장 중심의 '가족 임금' 체계가 정착되면서 주로 중산층 이상의 여성들은 집 안에 머물며 가사를 도맡아 왔다. 성별 분업체계가 당연한 듯이 인식됐고, 그 역사 속에서 여성의 노동은 마치 없는 것처럼 취급됐다.

하지만, 여성들은 단 한 번도 노동을 '쉰 적'이 없다. 무엇을 노동으로 규정할 것이냐의 문제도 있겠지만, 가진 건 몸 뿐인 가난한 계층의 여성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노동을 쉴 수 없는 계급의 사람들이었다. 가사가 '노동'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임금 격차 크고 '유리 천장 지수' 낮은 한국

그렇다면 과거의 여성 노동에 비해 현재의 여성 노동의 처지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이성애자이고 기혼 여성이 아닌 여성의 노동은 어떠한가? 이혼 후 여성 혼자서 벌이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경우이거나, 장애인 여성인 경우, 비혼주의 여성이나 성소수자 여성 등 결혼 제도 밖에 있는 여성의 노동은 어떠한가?

통계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부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평일 5.48시간, 토요일 5.37시간, 일요일 4.54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가사노동의 성별 분업은 여전히 매우 강력한데, 한국여성개발원의 조사(2003)에 따르면 기혼 여성의 97%가 '자신이 가사노동의 주요 책임자'라고 응답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취업과도 별로 상관이 없어서 취업을 한 경우에도 주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여성 주부였다(취업주부 92%, 전업주부 98%).


 "여성의 가사 노동은 화폐가치가 없는, '비가시적 노동'으로 남아 있어 여성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가사 노동은 화폐가치가 없는, '비가시적 노동'으로 남아 있어 여성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pixabay

또한 남성들은 가사노동에 참여할 경우에도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 배우자가 없는 경우보다 2시간 25분을 더 가사노동에 투자했다. 필수시간과 여가시간은 각각 16분, 24분 적고, 의무시간은 50분이 더 많았다. 그러나 여성의 가사 노동은 화폐가치가 없는, '비가시적 노동'으로 남아 있어 여성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하고는 있으나 노동조건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직종에 집중됐다. 성별 직업 분리 구조 탓에 성별 임금 격차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 현상인 '노동의 유연화'와 그에 따른 파트타임 여성노동자의 증대와 맞물려 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들어 여성노동력의 비정규직화로 여성의 고용불안정 현상이 사회문제가 되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여성 정규직 근로자는 38.4%인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53.7%로 절반을 넘는다. 또한 같은 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평균임금 비율은 남성 정규직 근로자의 35.4%, 여성 정규직 근로자의 5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비스·판매·유통업 등의 전문적인 노동 숙련도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업종의 근무자 약 60% 정도가 여성 노동자이며, 이들 중 80%는 비정규직이다. 같은 시기 남성 임금근로자의 고용형태 역시 상용고용이 감소하고 비정규직이 증가하였지만, 여성의 경우보다 속도가 훨씬 느리게 진행되었다.

또한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크며,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자아성취에 큰 장벽이 되는 '유리 천장 지수(100점 만점에 가까울수록 평등)'가 가장 낮은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여성 노동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성폭력을 경험하고, 여성 노동자는 전체 노동시간의 66%를 채우지만 세계 전체 소득의 10%만을 받는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몰 성적(gender-blind)'인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남성보다 취약한 여성 고용의 질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우선 양적으로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95년 48.4%에서 2011년 현재 49.7%로 10여 년간 49% 전후로 정체되어 있다. 이는 2010년 OECD국가 평균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인 61.8%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여성가구 빈곤,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 일자리의 질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나타난 2010년 남성 대비 여성임금의 비율은 62.6%에 불과한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사례에 해당한다(OECD, 2011)."
"여성 일자리의 질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나타난 2010년 남성 대비 여성임금의 비율은 62.6%에 불과한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사례에 해당한다(OECD, 2011)."pixabay

2009년 대졸 여성의 진학률(82.4%)이 남성(81.6%)을 앞지르면서 여성의 고학력화가 진행 중이나 대졸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63%로 82.4%의 OECD 평균, 그리고 90%를 웃도는 북유럽 국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더불어 육아와 가사로 인한 경력단절 역시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관계부처 합동, 2011).

여성 일자리의 질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나타난 2010년 남성 대비 여성임금의 비율은 62.6%에 불과한데, 이는 OECD 국가 평균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사례에 해당한다(OECD, 2011).

여성 일자리의 나쁜 질은 전체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41.6%)이 남성(26.8%)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관리직 비율 역시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OECD 국가의 평균 여성관리직 비율은 28.3%에 이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9%에 불과하다(관계부처 합동, 2011).

비혼주의 여성, 비 이성애자 여성, 이혼 여성 등 결혼을 매개한 가족 제도 밖에 존재하는 여성들과 장애인 여성의 노동과 삶은 어떠한가. 이혼을 하게 되면 여성들의 취업이 크게 증가하지만 불안정한 주변부 노동 부문에 집중 고용됨으로써 노동 빈곤층이 될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한국 여성가구주의 빈곤은 절대적인 빈곤규모나 남녀 상대적 차이에 있어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가구주의 40%가 빈곤한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 남녀 빈곤의 차이가 20% 이상인 국가 역시도 한국이 유일하며 특히, 여성노인의 빈곤은 그 심각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남녀 임금 격차와 노동 조건 차이가 큰 한국에서 독신 여성이 혼자 벌이를 하며 삶을 유지해 나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장애인 여성의 경우 장애인이라는 위치와 여성이라는 위치에서 오는 이중적인 차별을 견디며 노동을 해야 한다.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20.22%로 비장애 남성의 고용률(71.6%)에 비해 훨씬 낮다. 또한 비장애 여성에 비해 더 적은 임금을 받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남성에 비해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청년좌파는 그 해결책 중 하나로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한국 안팎에서 페미니스트 기본소득 논의는 주로 기존의 남성 중심적 사회질서에 기본소득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특히, 기본소득이 성별 노동분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모두 평등하게 노동할 방안,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전업주부 여성의 경제력 향상을 통해 (배우자)남성에 대한 자치권과 협상력을 높일 것이며 이러한 협상력에 기반해 (기혼)남성의 가사노동 참여율을 높여 성별노동 분업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이 궁극적으로 남녀 고용 임금 노동자 모두의 노동시간을 단축해 남성 노동자가 가사노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함으로써 성별노동분업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은 '모든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혼/유자녀 여성일 경우에만 한정되어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가족임금제, 정규직 남성 노동자 등을 상정해 선별적, 조건적으로 이뤄져 온 기존의 사회보장 정책과는 근본적으로 그 취지를 달리하는 기본소득은 성별·연령·결혼 여부·재산정도·고용여부 등과 무관하게 국가가 조건 없이 모든 개인에게 일정한 소득을 정기적으로 평생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본소득은 기혼/중산층/남성 중심적 가치질서를 기반으로 여성에게 강제되는 남성과의 관계성에 유의미한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매개로 한 가족 제도 밖에 있는 여성들의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페이트만(2003)은 '여성이 소득·결혼·고용·시민권 사이의 강제된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개인으로서의 자유를 가져야만 비로소 개인적 자치권과 자치력을 가진 온전한 근대적 시민 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본소득이 여성에게 이러한 고리를 끊어낼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본다.

또한 여성의 자치력이 개인적인 관계와 고용관계 모두에서 개인적 자치를 침해하는 관계가 형성되려 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자유, 즉 여성이 자신에게 안전하지 않거나 열악한 상태를 거부할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해 줄 것이라고 제시한다.

모두 '어렵다', '먹고 살기 팍팍하다'고 말하는 시대이다. 삶과 생활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노동 조건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각박한 노동 환경 속에서도 더욱 열위에 처해 있는 여성들의 노동 실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모두가 좀 더 평등하고 인간답게 노동할 방안과 조건들을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 그 해답 안에는 기본소득이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 #여성의 날 #여성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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