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분야 분류에 '새마을'이 신설·추가됐다(사진).
한국연구재단 개정내역
이는 향후 새마을운동 연구에 합법적 연구비 지원이 가능하며, 관련 연구를 독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단 측 담당자는 "분류 분야가 만들어지면 일단 관련 분야가 하나로 모이기 때문에, 해당 지원 과제가 많아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마을운동이 신설된 학술·연구분야 분류 개정은 1990년대 이후 처음이다.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분류의 다른 항목이 사회복지학·인문지리학·교과교육학 등임을 고려하면 '새마을운동' 분야의 신설은 다소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추진된 새마을운동이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또한 관련 학회도 존재하고, 소수이긴 하지만 이를 학문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갑자기 새마을운동을 학술·연구분야에 신설한 것은 재단 차원의 '정권 코드 맞추기'거나 정부 차원의 '박정희 띄우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학문 분류에 정통한 인문학 분야 연구자인 A교수는 이런 사실을 제보하며 "언제부터 '새마을운동'이 공식 학문 분야로서 이런 위상을 주장하게 됐는지 모르겠다"라며 "새마을을 연구하는 곳은 특정 대학과 소수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코드 맞추기'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A교수는 "연구재단의 분류체계 변경이 중요한 이유는 그에 따라 연구비 명목으로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이라며 "새마을 분야는 아직 학문으로 분류할 정도의 분야가 아니다, 과거 4대강 관련 온갖 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했듯 이를 통해 새마을운동을 연구하겠다는 일부 어용·관변학자들에게 연구비가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새마을학회장 등 재단 내 '새마을 관계자' 다수이와 관련, 흥미로운 사실은 재단 내에 이상하리만큼 '새마을 관계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번 학술·연구분야 분류 개정을 담당한 사람은 지난해 사회과학단에 근무했던 이광희 현 성과확산팀 팀장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팀장의 은사는 '새마을 전도사'로 알려진 노화준 영남대 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이다.
또한 같은 팀 직원인 노유진 연구원은 지난 2011년 1월 노화준 교수와 함께 '새마을운동의 추진논리와 발전전략의 재음미'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학술진흥본부장으로 선임된 이상엽 한서대 교수의 경우, 과거 대전·충남 지역 새마을 학회장을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광희 팀장은 "참고하기 위해 은사(노화준 교수)에게서 새마을 대학원에서 뭘 가르치는지 커리큘럼을 받았고, 이상엽 본부장이 새마을 전문가라고 해서 관련 자료도 받았다"면서도 "이상엽 교수가 이전에 새마을 학회장이었던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상엽 학술진흥본부장은 특히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만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수차례 재단 측에 전화했으나, 이 본부장은 비서를 통해 "지금 바쁘다", "실무자와 통화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만 답변하며 통화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