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등은 있으나 관리인이 일정 시간에 켜준다.
이규봉
가져간 컵밥 두 개와 크로와상 빵 한 조각으로 가볍게 점심을 했다. 점심을 끝내고 나니 2시다. 밖은 비가 계속 오니 나가 다니기가 좀 그렇다. 방 안에서 듣는 비 떨어지는 소리가 너무 정겹다. 왜? 난 비를 안 맞고 있으니까.
화장실은 10미터쯤 앞에 따로 있다. 물론 등은 없고 자연광뿐이며 수세식으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화장지도 준비되어 있다. 이곳에서 세수나 양치를 할 순 있지만 절대 비누나 세제는 사용할 수 없다. 물을 깨끗이 보존하려는 그들의 정책이다. 3박 4일 내내 함께 지내면서 비누를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알뜰하게 여행 온 한국인 네 쌍을 만나다
3시 반쯤 되니 한 팀이 또 들어온다. 한 무리의 한국인들도 있다. 우리보단 좀 젊어 보이는 여덟 명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인이 모두 10명으로 이번 밀포드 트랙 걷기에 참여한 인원의 1/4이 넘는다. 역시 세계 어디를 가든지 한국 사람을 만난다더니 실감한다.
그들은 부부로 오클랜드에서 10인승 차를 빌려 4주 예정으로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텐트에서 잠자고 직접 해먹으면서 일인당 500만 원 정도 쓰고 있다고 한다. 참 알뜰하게 여행한다. 이렇게 모임을 꾸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평소 함께 다니던 사이란다. 한 여자애는 대학 4학년인데 엄마 대신 왔다고 한다. 아무튼 부러운 사람들이다. 저 나이에 함께 다닐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