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인을 잃고 분회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전동휠체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고령 장애인의 모습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방관식
송 분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강해지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가슴 속에야 슬픔이 넘쳐흐르지만 제2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흔했던 여름은 그나마 나았고, 추운 겨울에는 논바닥에 쌓인 짚더미 속에서 잠을 청해야만 했던 가난한 어린 장애인에게 따뜻한 손길 한번 내밀어 주지 않는 세상에게 원한을 가졌을 법도 하지만 그는 과거의 시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 같다며 담담하게 웃었다.
송 분회장의 키가 작아 그를 작은 거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극복해낸 과거의 고난과 지금의 활동이 그를 큰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최악의 고난과 함께 희망이 찾아왔다고 송 분회장은 회상했다.
"십대 중반에 알 수 없는 병이 다시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포기해 버릴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70년대 중반 한 국회의원이 장애인단체를 사단법인으로 승격시켜 장애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려한다는 사실을 접하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그동안 모진 세상을 살아온 이유를 찾는 순간이었습니다." 장애인을 홀대하는 사회풍토가 만연했던 당시 장애인단체가 정식으로 사단법인화 된다는 것에 희망을 가진 송 분회장은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내가 나눠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장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10여 년 전부터 분회장을 맡아 회원들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송 분회장은 지역에 숨어있는 장애인들을 사회로 이끌어내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장애를 부끄러워하고 숨기기보다는 당당히 밝은 곳으로 나와 극복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여긴 까닭이다. 지체장애인협회가 자리를 잡은 후 읍면동 별로 분회가 생길 때면 방문해 그동안 익혀온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에도 노력했다.
비록 가진 것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자신이지만 오랜 세월 어려움을 통해 익힌 경험이 새롭게 시작하는 장애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까닭이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이곳저곳을 방문해 지원을 이끌어내는 일에도 그는 최선을 다한다. 아직은 노력하는 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모여 언젠가는 장애인도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송 분회장은 마지막으로 장애인들의 자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업장 마련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많은 장애인들이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작업장이 마련되면 일거리는 만들 수 있습니다. 큰돈은 못 벌어도 함께 모여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일석이조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호 작업장을 마련했으면 하는 것이 저를 비롯한 전 회원의 절실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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