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님.
이번 총선 때문에 제가 대표님께 벌써 두 번째 드리는 글이 되는군요.
대표님은 탈당과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개헌저지를 최소한의 목표로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표님의 말씀대로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개헌저지를 하려면 총선에서 적어도 100석 이상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대표님이 고집하는 야권연대 거부로 인해 이번 총선에서 오히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개헌도 가능한 200석을 넘기게 될 것 같다며 모든 언론이 새누리당의 압승을 점치고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요?
우선, 대표님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통합은 물론이고 수도권 연대도 절대로 안 된다고 다시 한번 못박았습니다. 그런데 호남지역 28석을 제외하면 국민의당을 포함해 분열된 야권이 새누리당과 다자구도로 경쟁해서 승리할 수 있는 지역이 단 한곳이라도 제대로 있습니까?
오히려 야권에 절대로 유리한 지역마저도 대표님의 고집스런 선거연대 거부로 인한 야권분열 때문에 어부지리로 새누리당이 당선될 가능성은 더욱 많아졌을 뿐입니다. 이런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새누리당은 대표님의 '야권연대 절대불가'에 대해 "용단을 내렸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극찬을 쏟아냈습니다.
존경하는 안철수 대표님.
대표님은 새누리당의 극찬을 진심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새누리당의 극찬에 대해 한번이라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보셨습니까? 비단 삼척동자만이 아니라 세살배기 어린애도 그 이유를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십시요. 야권이 당선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곳은 호남권 28석 밖에는 없습니다. 호남을 제외한 중부와 수도권에서 야권이 강세인 지역은 절반에 불과한데, 이곳에서도 야권이 연대를 하지 못하고 분열하면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은 영남권 60여 석과 강원 ·충청권 일부에 수도권 압승으로 200석이 넘는 거대여당이 될 것이고,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은 겨우 호남권 28석을 쪼개어 나눠 가진 초라한 '호남당'이 될것입니다. 정말 이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제3당으로서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텐데 독주하는 거대여당을 상대로 무슨 새정치를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대표님은 선거결과에 대해 국민들께 책임지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대표님의 선거연대 거부 때문에 야권이 참패하고 전멸하게 되면 이미 끝나버린 총선결과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말뿐이 안 되겠지요.
존경하는 안철수 대표님.
며칠전 대표님께서 "보수는 하나만 같아도 뭉치는데, 진보는 하나만 달라도 싸운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보수는 단순히 한 가지 이익을 위해 뭉치는 집단이지만 진보는 청렴한 윤리적 도덕성을 여러가지로 따지고 때로는 억울하리만치 대의를 위한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존경하는 안철수 대표님.
대표님께 제가 이렇게 두 번씩이나 글을 드리는 이유는 4.19와 5.18광주항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희생되며 이루어낸 이 땅의 민주화가 어쩌면 야권분열에 의한 총선참패 때문에 영원히 물속에 수장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대표님 삼국지에 '오월동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야권이 서운하고 밉더라도 야권과 함께 오월동주라도 해야지 새누리당과 함께 오월동주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대표님께 "사사롭고 개인적인 감정은 털어버리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야권은 반드시 통합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 하신 말씀을 전해드리면서 부디 역사에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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