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아픔 ★★★★★ 알바, 그게 뭐냐면요

[체험기] 기계처럼 움직여야 하는 손, 프리뷰 아르바이트의 단면

등록 2016.03.18 18:00수정 2016.03.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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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아르바이트라는 게 있습니다. ⓒ pexel


'프리뷰 아르바이트'


방송가의 일명 '꿀알바'라고 불리는 이 아르바이트는 고단한 손과 눈을 필요로 하는, 사실상 3D 아르바이트 중의 하나다. 하지만 재택 근무가 가능하고, 방송을 보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러나, 빨리 그만두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기도 하다.

프리뷰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한글프로그램과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 튼튼한 손목과 눈과 귀가 있으면 된다. 오랜만에 한글프로그램을 깔았다. 대부분의 방송 샘플 파일은 한글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기 때문에 한글 프로그램이 설치해야 하니, PC방 컴퓨터로 일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나의 경우, 프리뷰 아르바이트의 시작은 KBS구성작가협의회 누리집이다. 내 기준으로 봤을 때, 방송3사의 구성작가협의회 누리집 중 KBS구성작가협의회 누리집은 단연 으뜸이다. 거의 모든 작가 채용과 프리뷰 아르바이트생 채용이 이뤄지는 곳.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그 누리집을 열 뿐이다. 지난 2월 중순, 프리뷰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또다시 이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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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 ⓒ 이진희


프리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프리뷰'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명 포털 N사에서 검색한 '프리뷰'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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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N사에서 검색한 '프리뷰'에 대한 뜻 ⓒ 이진희


그런데, 위의 설명과 프리뷰 아르바이트는 차이가 있다. '미리 본다'는 의미에 있어서는 공통점을 지니지만, 모든 것을 미리 볼 수는 없다. 일부분을 미리 보고 편집점을 찾게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바로 프리뷰 아르바이트다. 블라인드 시사회와 유사하달까.


이쯤에서 프리뷰 아르바이트가 가지는 장단점을 알아보자.

▲ 프리뷰 아르바이트의 장점 : 재택 근무 가능. 방송을 미리 볼 수 있음. 현재 임금 정책 상 테이프 하나당 1만4000원~2만 원. 장당 1500원~2000원.
▲ 프리뷰 아르바이트의 단점 : 손목이 아픔(★★★★★). 임금 지급 늦음. 임금은 아르바이트생 스스로 챙겨야지 아니면 임금 지급이 안 될 때도 있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서 최저임금 보장이 안 될 수도 있음(물론 일처리가 빠르다면 최저임금보다 높은 금액을 받는 셈). 속기사들에게 부업으로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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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아르바이트 작성파일 1 ⓒ 이진희


작가나 PD들은 방송 상영 전에 편집 및 자막 제작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촬영 파일을 미리 아르바이트생에게 주고 방송 내용을 받는다. 예능·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방면의 방송프로그램에서 프리뷰 아르바이트생을 필요로 한다. 평소 아무 생각없이 방송을 보는 걸 복기한다고 생각하면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이번에 내가 프리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된 건 '싱가포르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는 사람들' '가정 내 아동폭력에 대한 대책' 등등이었다.

프리뷰 아르바이트는 스케치(화면 설명), 인터뷰(대사 설명)으로 나뉜다. 사실 스케치가 쉽다고 하는 이들이 있고, 인터뷰가 쉽다고 하는 이들이 있어,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샘플 파일에 따라 각 작가나 PD의 스타일이 구별된다.

프리뷰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서는 KBS구성작가협의회 누리집에서 원하는 채용공고를 클릭한 뒤 작가에게 연락을 취하면 된다. 나는 항상 이렇게 작가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안녕하세요. 프리뷰어입니다. 패션·예능·다큐 프리뷰 경력 있습니다. 완료 시각, 페이, 정산일을 알려주시고, w*****@n****.com으로 샘플 파일과 동영상을 보내주세요."

샘플 파일과 영상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없다. 받고 나서는 자신이 생기거나, 휘둥그레하거나, 둘 중 하나지만 빨리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가기 때문에 일단은 시작부터 하는 게 상책이다.

임금은 알아서 챙겨야 하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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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아르바이트 작성파일 2 ⓒ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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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아르바이트 작성파일 3 ⓒ 이진희


프리뷰 아르바이트는 주간 방송, 일간 방송의 특성 상 마감 시각이 빠른 편이다. 페이는 장당과 테이프 당으로 나뉜다. 경험상 A4 용지당으로 하는 게 임금이 높은 편이다.

프리뷰이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일부 구성만 촬영해봤다. 이런 식으로 타임이 중요하고, 그 타임에 맞게 내용을 정확히 타이핑하는 게 중요하다.

테이프 하나 당 걸리는 소요시간은 3시간 남짓(내 경우에 한한다). 인터뷰만 따는 경우엔 2시간 남짓 걸린다. 분당 1000타의 타이핑 속도를 가졌음에도 꼼꼼한 성격이라면 일처리가 늦을 수 있다. 이건 순전히 사람의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임금은, 정산이 느린 편이다. 제작사-외주사의 관계와 방송 상영 뒤 정산이 되는 점 등의 이유 때문이다. 반드시 본인이 나서서 챙겨야 한다. 그래서 프리뷰 수첩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보통은 통장 사본과 주소, 주민등록증 사본이 필요할 수 있으며 입금까지는 한 달 남짓 소요될 수 있다.

프리뷰 아르바이트는 고단하다면 고단한 아르바이트다. 테이프를 넘겨받고 빠른 시간 안에 파일을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 재택근무를 하다보면 잠수를 타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작가들은 비상이 걸린다.

항상 해놓고 나면 '왜 내가 이 아르바이트를 다시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방송을 되감고 되감으며 다시 보면서 느끼는 게 있다. 누군가 아직 보지 못한 방송을 미리 보는 짜릿함과 놓치기 어려운 방송을 여러 번 보는 재미 그리고 나도 아직 '쓸모가 있다'는 취업준비생의 보람이 더해진다. 물론, 그것을 의뢰한 작가와 PD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의미가 있을 게다.

예전 인턴 시절 속기록을 쓰면서 '이것을 대체할 프로그램은 언제 개발되나'를 바랐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마음이 반반이다. 그런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프리뷰 아르바이트생', 일명 '프리뷰어'는 역사 속 사라진 직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인간을 대체할 뭔가가 계속 개발되는 요즘, 누군가 프리뷰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손목 아프게 올리는 글이 무의미해질까봐 두려워지기도 한다.
#프리뷰 #프리뷰아르바이트 #프리뷰알바 #프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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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자 http://blog.naver.com/wanw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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