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이세돌 9단(오른쪽)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 1국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인 아자 황 박사(왼쪽)가 알파고 대신 돌을 두고 있다.
구글 제공
알파고에 대해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다만 10년 전의 나와는 다른 의미가 추가돼 있었다. 바로 내가 아이 셋의 부모라는 사실이 알파고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 것이다.
최근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바둑학원 열풍이 불고, '알파고가 어디에 있는 고등학교냐?'는 우스갯소리 등이 돌아다니는데 그것들은 결국 인공지능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을 의미한다. 나의 아이들이 사는 시대에는 인공지능이 더 활성화될 텐데, 그것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삶을 미치게 될 것인지 모든 부모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너희들은 이제 어떻게 살래? 너희 사는 세상은 좀 더 나아질까?"어머니는 가끔 자라나는 나를 붙들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내가 나의 아이를 붙잡고 똑같은 말을 하게 될 줄이야. 과연 나의 아이들은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적응하고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직업이 사라지는 시대사실 많은 부모들이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에 많은 관심을 갖는 데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적잖이 작용한다. 인간의 기술은 지금까지 계속 발전해 왔고, 그만큼 우리의 삶도 조금씩 편해져왔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출현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왔던 지능이 기계에 추월당한 것이지 않은가.
이 불안감은 단순히 사람들이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SF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갖는 게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철석같이 믿어온,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월등히 뛰어난 이유는 지능 때문이다'라는 전제가 어그러진 데서 기인한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의 지능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 그 새로운 시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 세대야 당장 무슨 일이 있겠냐만은, 내 자식 때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했을 텐데 어떻게 하지? 내 자식이 잘살 수 있을까?'알파고의 승리 이후 뉴스에서 쏟아졌던 미래 직업에 관한 리포트 등은 바로 이와 같은 불안함의 발현이다. 현재 사회에서 직업이라 함은 먹고사는 생존의 수단이요, 동시에 개인의 사회적 자본이기도 한데 이를 인공지능이 잠식한다고 하니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이보다 심각한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