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미래? 울산을 보면 알 수 있다

[진단] 민중단일후보 김종훈·윤종오 상승세... 진보대통합당 건설 실현될까

등록 2016.03.25 12:35수정 2016.03.2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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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울산선거 민중단일후보이자 민주노총 전략후보로 선정된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와 북구의 윤종오 후보의 선전이 기대된다 ⓒ 김세규


4.13 총선이 불과 19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마다 공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선거구별 대진표도 확정되고 있다. 언론들은 저마다 다양한 선거전망을 내놓으며, 이번 총선의 결과를 점치고 있다.

아직까지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바로 진보정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대 총선에서 진보정당은 2004년 10명(민주노동당), 2008년 5명(민주노동당), 2012년 13명(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바 있다.

2008년과 2012년 진보정당은 큰 내홍을 겪으며 분열과 분열을 지속해왔고, 급기야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권에 의해 해산됐다. 진보정당은 안에서는 분열하고 밖에서는 탄압을 받는 상황을 맞게 됐다.

현재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그리고 최근 창당한 민중연합당까지 여러 진보정당들이 있지만 분열된 현실 속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 민주노총에서 선거연합정당이라는 제안이 제출되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추진되지 못하면서 진보정당은 역대 최악의 선거결과를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목받는 울산 북구와 동구

진보정당은 매 선거 때마다 정당비례득표에 주력해왔다. 뿌리깊은 지역주의 속에 양당구도를 격파하기 힘든 정치지형 때문이었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매 선거마다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며 진보정치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번 4.13 총선에서도 진보정당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듯 지역구 돌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다. 바로 울산 동구와 북구이다. 울산 동구와 북구는 예전부터 '진보정치 1번지'로 손꼽히며 진보정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하지만 2012년 총선 당시 울산 지역에서 진보정당은 단 한 석도 배출하지 못하면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하지만 다시 울산이 뛰고 있다. 울산 동구와 북구는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후보가 일찌감치 새누리당 후보와 일대일 구도를 형성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 진보진영 내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구로 꼽히고 있다.

울산 동구와 북구 외에 당선 가능한 지역은 창원 성산 노회찬 후보 정도다. 최근 북구에서는 더민주 후보가 사퇴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동구 역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야권단일화 요구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당선 가능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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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단일후보로 선출된 김,윤후보 김종훈 후보와 윤종오 후보가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쉬운해고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 박석철(시사울산)


진보정치 부활의 첫걸음은 '노동정치'의 부활

울산 동구와 북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당선가능성만 높다는 데 있지 않다. 바로 울산 동구와 북구가 노동자 밀집지역이라는 데 있다. 진보정치 1번지라는 말은 노동자의 힘이 강한 지역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체 유권자 13만2000명 중 현대자동차와 그 부품사 조합원이 4만 명인 북구, 전체 유권자 13만5000명 중 현대중공업과 그 협력사 노동자가 7만 명, 정규직 조합원이 1만5000명이 있는 동구는 말 그대로 이번 총선에서 노동자의 선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진보정치의 생명력은 바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정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정당의 첫 시작이었던 민주노동당을 출범시켰던 힘도, 다수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던 힘도 다름 아닌 노동자의 힘이었다. 지금의 분열을 거듭하고 힘 빠진 진보정치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도 다름 아닌 노동자에게 있다. 노동정치가 부활하지 않고서는 진보정치의 부활은 요원한 일이다.

울산 북구 윤종오 후보는 민중단일후보 경선기간인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노동자 출신 정치인이 국회로 갔지만 진정 노동자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있었느냐"라면서 "노동자가 직접 선출한 후보가 새누리당과 맞서 싸워 이길 때 의미가 있다"라고 노동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울산 동구와 북구의 선거결과에는 단순히 국회의원 한 두석의 의미를 넘어 노동정치가 다시 부활하는가, 노동자가 다시 진보정치를 일으켜 세우는가를 지켜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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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든 단일후보 동구 김종훈 후보가 함께 경선한 이갑용 후보(우측에서 두번째)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세규


가장 어려운 시기, 가장 아름다운 단일화

울산 동구 무소속 김종훈 후보와 북구 무소속 윤종오 후보는 민중단일후보이자 민주노총 전략후보다. 민주노총은 지난 23일 창원성산 노회찬 후보, 경주 권영국 후보, 부산 진구을 김재하 후보, 대전 동구 이대식 후보, 대구 달성 조정훈 후보와 울산 북구와 동구를 합쳐 총 7곳의 전략후보를 발표한 바 있다.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도 진보가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예상외로 울산 동구와 북구는 진보진영간의 후보단일화를 순조롭게 이뤄냈다.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그림이었다.

현재 울산 동구와 북구 그리고 창원 성산을 제외하고는 여타 어느 지역도 진보진영간의 후보단일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선거구마다 2~3개의 진보정당이 후보를 내면서 경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울산 동구와 북구는 진보진영이 단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이를 슬기롭게 잘 풀어냈다.

단결의 힘은 바로 노동자였다. 울산 동구와 북구는 기존의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가 아닌 지역 노동자들의 모바일 투표로 단일후보를 선출했다. 노동정치를 세워야 한다는 양 후보와 노동자들의 마음이 통했던 결과였다.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는 단일후보 선정이후 논평을 통해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이 저를 선택한 것은 노동개악 저지와 새누리당 심판을 위해서 앞장서라는 것으로 그리고 이갑용 후보의 몫까지 다해 본선에서 꼭 승리하라는 것으로 알고 열심히 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울산 동구와 북구의 노동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모든 싸울 준비를 마친 셈이다. 자신들의 힘으로 진보진영 후보를 단일화시키고, 이젠 자신들의 힘으로 민중단일후보를 당선시킬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다.

노·농·빈 주도의 진보대통합당 건설 탄력 받나

울산 동구와 북구에 출마한 윤종오·김종훈 후보는 무소속이다. 이들은 기존 진보정당으로의 입당보다 한결같이 노농빈 주도의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대중들이 직접 당을 건설하고 진보진영이 하나로 뭉친 당을 새롭게 건설하자는 것이다.

김종훈 후보는 지난 15일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민중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지금 울산에서 노동자의 희망을 만들어달라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노동운동의 출발점인 울산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노동자 대통합을 이뤄내는 선거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총선 이후 본격적인 통합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밝힌 것이다. 이미 울산지역에선 지난 7일 울산 노동중심 진보대통합 추진위원회가 출범하여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소속 후보인 울산 동구와 북구에서 김종훈, 윤종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진보대통합당 건설은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자의 도시 울산지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힘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진보진영은 각자가 자신의 정당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노농빈 주도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내걸고 달려가고 있는 울산의 두 후보의 발걸음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으며,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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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중심 새로운 진보대통합 건설 윤종오 후보가 새로운 노동중심의 새로운 진보대통합당 건설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 박석철(시사울산)


진보의 미래? 울산을 지켜보라

진보진영은 여러 선거구 중에서 특히 울산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 다시 진보 국회의원이 탄생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도 있겠지만, 답답한 진보정치에 새 활력을 심어 넣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 어쩌면 더 클지 모르겠다.

노동자의 정치가 다시 부활하여 진보정치를 일으켜 세울 것인가, 분열되어 있는 진보정당을 하나로 만드는 대통합의 촉매제가 될 것인가. 우리는 울산 선거를 통해 그 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진보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울산으로 달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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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미래는 노동정치의 부활로 동구의 김종훈 후보가 지역 노동자들과 함께 총선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김세규


#울산 #진보정치 #총선 #노동자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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