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파괴' 무허가 공사, '오마이뉴스' 보도 후 중지

[현장] 문화재청 담당자 "공사중지, 원상복구 명령"

등록 2016.03.25 15:49수정 2016.03.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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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중지와 원상복구 명령 내렸고요. 예천군을 통해 무허가 행위에 대해 고발조치를 하도록 했습니다."

얼마전 <오마이뉴스> 기사(관련 기사 : 소나무 몇 그루 심겠다고 국가명승지를 훼손한다?)가 나간 후 문화재청의 담당자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입니다. 국토해양부(아래 국토부)가 '내성천 하천환경정비사업'을 위해, 내성천 국가명승지 구간을 가로지르는 가설도로 공사를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공사를 강행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문제 제기로 공사가 중단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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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가로지르는 임시도로를 놓기 위해 길을 만들고 있었다. 문화재청은 이 공사를 중지시켰다. ⓒ 정수근


국토부는 선몽대 앞 솔숲의 고사한 소나무 몇 그루를 대체한다는 명분으로 소나무 열다섯 주를 다시 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름이 60cm나 되는 '어른 소나무'를 옮겨와야 해서 차량이 드나드는 길로는 소나무를 옮겨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에 강 건너편에서부터 강을 횡단해서 소나무를 가져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로써도 전혀 아쉬울 것이 없는 선몽대 솔숲에 소나무를 추가로 심겠다는 것도 설득력 있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 공간이 더 답답해질 것 같았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선몽대 앞 모래톱을 마구잡이로 가로지르는 길을 낸다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나무 몇 그루 옮기기 위해 국가명승지를 훼손한다니요. 주객이 뒤바뀐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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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선몽대 솔숲은 그 자체로 풍성하다. 이곳에 추가로 소나무를 더 이식할 필요가 있을까?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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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몽대를 알리는 입간판 ⓒ 정수근


게다가 현재 소나무 재선충이 유행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경상북도 공무원들은 연일 소나무 재선충의 예찰과 방제 활동에 여념이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만에 하나 이식하는 과정에서 재선충이 들어온다면 선몽대는 그 가치를 완전히 잃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위험한 시기는 피하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연제방 보존, 생태공원 조성은 어떨까


이처럼 국토부가 행하는 하천환경정비사업은 시작부터가 동의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014년 초에 있었던 환경영향평가 협의 단계에서부터 문제 제기가 많았습니다. 결국 심의의결까지 거쳐서 최종 사업이 조정된 것이지만, 그렇게 조정된 사업도 무리한 부분이 많아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선몽대 앞 솔숲의 보강 사업과 강 건너편 완경사 제방 공사는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될 사업을 국민 혈세를 투입해 공사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그로 인해 자연미를 간직한 내성천의 경관과 생태를 파괴할 것이 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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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몽대 맞은편 완경사제방 공사를 벌이고 있는 모습. 그 자체로도 튼튼한 제방인데 굳이 제방공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 정수근


하천환경정비사업 공사의 대부분은 자연제방을 돌과 철근 등을 이용해 인공제방을 만드는 식의 보강공사입니다. 혹은 농민들이 하천부지 안으로 들어와 농사를 짓는 땅에 더는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선몽대 맞은편의 완경사 제방공사에서 보듯이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공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오히려 하지 않는 편이 자연제방의 멋스러움을 그대로 살려주는 것이지요.

공존의 하천, 자연하천 내성천을 위하여

하천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절대로 아닙니다. 수많은 동·식물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처가 바로 자연하천 내성천입니다. 우리 하천의 원형을 간직한 강이 바로 모래강 내성천입니다.

그런 내성천에서 천편일률적인 인공하천 개조공사가 웬 말입니까. 내성천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4대강 사업 식의 하천공사는 절대로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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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모래톱에는 수많은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내성천은 야생동물을 비롯한 멸종위기종의 보고이자 주요 서식처이다 ⓒ 정수근


이번 선몽대 국가명승 훼손 사건은 내성천 하천환경정비사업의 성격을 잘 말해줍니다. 하천 환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사용상 편의와 탐욕을 위해 자연을 개발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내성천 하천환경정비사업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 이상 내성천에 손을 대지 말고 내성천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지요. 내성천은 영원히 흘러야 합니다. 자연의 모래와 함께.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7여년간 낙동강과 내성천을 모니터하면서 4대강 재자연화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강은 흘러야 합니다.
#내성천 #선몽대 #하천공사 #4대강사업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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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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