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듬 시인 선영역시집 『CHEER UP, FEMME FATALE』
액션북스
2016년 1월에는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에서 작품을 선별 번역하여 묶은 선영역시집 <CHEER UP, FEMME FATALE>이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말 액션북스 출판사와 시집 계약을 했는데, 이 사실을 잊고 있던 상황에 출간 소식을 들어 상당히 놀라고 기뻤다고.
"제 시집을 번역한 최돈미 선생은 미국 루시앙 스트뤽 아시아문학 번역상을 수상한 분이고 다른 두 분 이지윤, 요하네스 고란슨씨 또한 미국에서 인정하는 유능한 번역자이자 시인이기 때문에 번역이 아주 잘 되어 그 기쁨이 더 큽니다.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CHEER UP, FEMME FATALE>의 추천사를 쓰신 김혜순 선생님과는 어떤 인연인가요?"영역시집의 추천사를 두 명의 여성 시인이 써주셨습니다. 한 분은 스웨덴의 유명 시인 아세 베리(Aase Berg)이고 한 분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시인 김혜순 선생님이십니다. 저는 책이 출간될 때까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미국 출판사 측에서 김혜순 선생님께 추천사를 청탁한 것 같은데요, 어떻게 그 어려운 추천사를 흔쾌히, 더구나 아주 아름답고 길게 써주셨는지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김혜순 선생님과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가야 합니다. 제가 2001년 시전문지 <포에지> 신인상 공모에 투고하여 등단했을 때 심사위원은 황현산, 김혜순 선생님이셨습니다. 진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혼자 시를 쓰던 사고무친(四顧無親)의 제게 이 두 분은 문학의 부모님과 다를 바 없습니다."
- 외국 독자가 선생님의 시를 어떻게 읽을지 상상을 한 적이 있나요? "저는 2012년 여름에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많은 외국 독자 앞에서 시를 낭독했습니다. 당시에 베를린 자유대학에 있었는데요, 독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 한일 교류 시 축제(2013년),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 시 페스티벌(2014년), 프랑스 파리 발드마른 국제 시 비엔날레(2015년) 주최 측의 초청으로 외국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저의 작품이 유니크하고 아방가르드하다고 평하기도 했는데요, 아마도 한국의 시가 남북한의 통일에 주제의식을 둔다거나 전통 서정적인 형식일 거라고 생각한 기존의 선입견을 깨뜨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외국 독자가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상상하고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 지금, 현재 쓰고 계신 시의 테마는 무엇인가요?"지금 현재의 시는 '바로 지금'의 범주에 있습니다. 즉 춥고 외롭고 낯선 이곳 동유럽의 삶이 시의 테마를 구성하게 됩니다. 물론 이 현실을 활주로로 삼아 더 멀리 저 너머의 세계로 도약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어젯밤에 쓴 시는 입양아와 조국의 관계를 다룬 시입니다. 다소 주제가 광범위해지는 감이 있지만, 실제로는 소소한 만남에서 출발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제 또래의 여성을 파리의 로망드빌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녀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한국인이었습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프랑스인이지요. 국적이 프랑스니까요. 그녀는 4살 때 한국의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로 입양 온 사람으로 자신을 버린 부모와 조국에 대한 말할 수 없이 복잡한 심경을 제게 표현했습니다. 저는 마음 깊이 그 친구의 정체성 문제와 아픈 삶을 공감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연스레 시를 끄적이게 된 것 같습니다."
- 독자가 시와 가까워질 수 있으려면 어떤 관심이 필요할까요?"글쎄요, 다소 어려운 질문이며 '정답'은 없는 질문이겠지요. 작가들마다 그 답변이 다르겠지만, 저는 '마음을 열어주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를 통해 위로와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를 읽으면서 자기 생각이나 느낌과 일치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마음을 열면 어떨까요? 자신의 인생관이나 취향과 꽤 다른 시를 향해서요. 마치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조금 난해하거나 굉장히 낯설어도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그림을 감상할 때 의미를 따지지 않는 것처럼. 시에 관한 '어떤 관심'의 시초가 단순한 '호기심'이어도 좋을 것입니다. 그 호기심을 통해 지각의 영토가 확장되지 않을까요? 미셸 푸코가 마지막 작품에 쓴 구절을 인용해보겠습니다.
내 작업의 동기는 아주 간단했다. 그토록 끈질기게 작업에 몰두했던 나의 수고는 단지 호기심, 그렇다. 일종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나가는 것을 허용해주는 그러한 호기심이다. 지식의 습득만을 보장해 주고 인식 주체로 하여금 길을 잃고 방황하도록 도와주지 않는 그러한 지식욕이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인생에는 '성찰과 관찰을 계속하기 위해서 자기가 현재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며, 자기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지각할 수도 있다'라는 의문이 반드시 필요한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는 1월 말, 류블라냐 대학 2학기 수업을 마치고, 2월 초 귀국했다. 귀국 후의 큰 계획은 책 원고 집필에 몰두하는 것이다. 2015년 3개월에 걸쳐 파리에서 만난 20여 명의 인터뷰 녹취를 풀어 한국어로 번역, <파리 인터뷰>(가제) 출간을 준비하고 <슬로베니아 에세이>(가제)의 원고도 정리한다. 3월 말에는 미국 LA에서 열리는 AWP 행사에 김경주 시인과 함께 참석하며, 2학기에는 대학의 시간강사로 복귀하여 일상적 업무에 충실한다. 세부적인 일은 "하루하루 시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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