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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읍에 있는 작은도서관 진리도서관

등록 2016.03.31 10:59수정 2016.04.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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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도서관(홍천읍에 있는 작은도서관) 홍천읍에는 작은도서관인 진리도서관이 있다. 이 곳은 25평 정도 되는 공간에 아이들, 청소년, 성인까지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다양한 모임을 펼쳐가고 있다. ⓒ 고영준


홍천읍 희망로에 '진리도서관'이란 푯말이 보인다. 이곳 지명이 홍천읍 진리이기도 하지만, 면류관교회(허태범 목사)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기에 '진리'란 말 본뜻을 담긴 이름이기도 하다.

교회 건물 1층에 자리잡은 25평 정도 도서관 벽면에는 책들이 빼곡히 비치돼 있다.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들이 여럿 보였다. 분위기가 아늑해서 찻집 같은 느낌도 들었다. 교인들뿐 아니라 지역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장으로 교회를 개방한 것이다.


허태범 관장은 "진리도서관은 '생활도서관'을 지향합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책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는 게 목적이고, 또 그렇게 할 때 공부가 돼요. 누구나 와서 공부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차도 마실 수 있는 다목적공간으로 쓰이고 있지요"라고 말한다.

진리도서관 책들을 보니, 다른 도서관처럼 책들에 분류기호 붙임딱지가 붙어있지 않다. 전집 같은 경우 한 군데에 모여 있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은 종류별로 정리되어 있진 않았다. 사실 작은 도서관이 갖추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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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도서관 허태범 관장 진리도서관 허태범 관장은 작은도서관협회 활동을 하며, 지역에서 의미있는 만남과 배움을 이루어 가고 있다. ⓒ 고영준


"여기 책들이 5천권 정도 됩니다. 꼭 분류가 잘 되어 있어야만 좋은 도서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분류해서 꽂아두는 것보다 책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데 에너지를 써야지요. 일일이 책을 찾으면서 제목을 보는 것도 공부가 되기도 하니까요."

하긴, 책 분류와 전시에만 몰두하면 뭐하나? 그 속에 만남이 없고, 배움의 향연이 없는 생기 없는 도서관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럼 이곳에서는 어떤 활동이 펼쳐지는지 궁금했다.

"저는 청소년지도를 12년 정도 해왔어요. 진리도서관이 홍천여자고등학교와 홍천고등학교 사이에 있거든요. 그래서 고등학생들과 함께 독서동아리를 만들어서 다양한 활동을 벌였어요. 그 학생들이 여기 와서 읽고 싶은 책도 찾아보고, 시험기간에는 자기 공부도 했어요.


사람들이 생활하는 가까이에 이런 도서관들이 생길 수 있도록 작은도서관 운동을 펼치고 있어요. 그리고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독서지도사를 양성하는 과정도 운영하고 있어요. 작년에 열두 명이 독서지도사 과정을 마쳤고, 올해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허 관장님은 (사)한국작은도서관협회 강원지회장이기도 했고, 각지에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독서운동을 펼치는 일에 관여해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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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도서관 진리도서관은 주중에 개방하고, 아침10시부터 20시까지 운영한다. ⓒ 고영준


"가능하면 지역 사람들 힘으로 도서관을 자체적으로 꾸려가는 게 좋습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해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3월에 시작해서 12월에 끝내야 하고, 제약이 많거든요. 도서관을 통해 지역 아이들과 늘상 만나면서 관계를 통해 인성을 가꾸어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요."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의 마음과 사명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적인 운영관리에 머물지 않고, 도서관을 찾아오는 이들과의 만남에 집중하고, 만남을 통해 배움을 촉발시키는 역량 그리고 사람이 바뀌면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읽는 이에게 좋을 만한 책도 자신있게 추천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은 도서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마을에서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주말이나 방학이면 책 속에 파묻혀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는 힘도 키우고, 학부모와 직장인, 지역농민,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차 한 잔 나누며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생기있는 도서관이 세워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아름다운마을신문(http://admaeul.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진리도서관 #홍천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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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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