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인수합병, '인공지능 공무원'에 물어봐?

[현장] 최성준 방통위원장 "인공지능은 못해", 행정연구원 "30년 뒤엔 공무원 대체"

등록 2016.04.07 21:31수정 2016.04.0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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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7일 낮 경기도 의왕시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지상파-케이블TV 재송신 대가 갈등 등 방송통신업계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방통위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을 두는 걸 보고 인공지능이 지상파 재송신 대가를 계산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요즘 고민이 많다.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 출신인 최 위원장은 7일 낮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하는 정책들은 이해 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법원에서 피고-원고간 분쟁을 조정하는 것보다 10배는 더 힘든 것 같다"면서 "이런 힘든 작업들을 알파고가 대신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잘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최성준 "알파고도 재송신 대가 결정할 순 없을 것" 

요즘 방송통신업계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사업자(SO;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간 갈등,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로 뜨겁다. 방통위는 수 년째 끌어온 재송신 대가 산정 갈등을 해결할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있고, IPTV-케이블TV간 첫 인수합병 문제도 미래창조과학부 승인 사항이긴 하지만 방통위 사전 동의가 필요해 별도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부는 방송통신업계 독과점 문제와 사업자간 이해 관계에 주로 초점을 맞추지만 방통위는 여기에 더해 방송의 공공성, 다양성, 지역성 문제와 시청자,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두루 살펴야 한다. 더구나 방통위는 정부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여야 추천 상임위원들로 구성돼 이해관계가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날 최 위원장 입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알파고'가 튀어나온 것도 단순한 우연은 아닌 셈이다.

지상파 재송신 갈등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이날 "처음엔 (콘텐츠 대가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어) 작은 금액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올리다가 갑자기 적정 대가를 찾으려고 하니 서로 간극이 커 결론을 내기 어려운 것 같다"면서 "우리가 조정자로서 가격을 제시하는 게 적절한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고, 우선 당사자간 협상 절차, 가격 산출시 고려 요소 등 (재송신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방통위에서 직접 재송신 대가를 산정하기 보다는 대가 산정 기준이 되는 협상 가이드라인 제시에 더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인수합병 정부 방침? 각 부처 의견 종합해서 정해야"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관련해선 방통위의 독립적인 의견 제시를 강조했다. 공정위-미래부-방통위 등 정부부처 세 곳에서 이번 인수합병을 심사하다보니 사실상 위(청와대)에서 정부 방침을 결정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 있어서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물론 정책을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게 아니라 큰 그림으로 갈 수도 있지만 (내가 공무원 물을 덜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런 방침을 정할 땐 각 부처의 의견이 종합해야지 위에서 정해서 하향식으로 가는 건 좀 (그렇다)"라고 밝혔다.

또 미래부와 방통위 심사 내용이 중복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최 위원장은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재허가 사전 동의 때도 (미래부와 방통위가) 같은 내용을 심사하지만 방통위는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 지역성, 시청자 보호, 이용자 보호 측면을 따로 떼서 20% 배점한다"면서 "이번에도 미래부가 A부터 Z까지 방송을 다 본다면 우리는 시청자 관점에서 이번 인수합병이 콘텐츠의 다양성, 방송 서비스 품질 수준, 접근성, 이용 요금 등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달 하순 방통위의 원조격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찾아 톰 휠러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마침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승인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여서 더 주목받고 있다.

최 위원장은 "기업 결합과 합병 관련 부분도 (FCC 방문) 관심사 가운데 하나"라면서 "기업의 결합, 합병이 각 나라마다 고유한 사정들이 있어 어떤 나라에서 어떤 원칙하에 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할 순 없지만 참조 자료는 될 수 있다"면서 "FCC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사안도 있고 얼마 전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혀 철회시킨 일도 있어 어떤 관점으로 살펴봤는지 논의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FCC는 현재 미국 케이블TV 2위-3위 사업자인 타임워너케이블과 차터 커뮤니케이션의 인수합병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FCC는 지난해 케이블TV 1위-2위 업체인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은 사실상 불허했다.

행정연구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공무원 업무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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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국> 이세돌 9단과 알고리즘 이세돌 9단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3국 맞대결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캐논 1DX 2회 다중촬영. ⓒ 연합뉴스


최 위원장은 이날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머지않아 '알파고'처럼 인간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인공 지능이 공무원 대신 복잡한 의사 결정을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공교롭게 이날 인사혁신처 주최로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별관에서 열린 '인사비전 2045' 발표회에선 앞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행정 업무에 활용돼 일부 공무원 업무를 대체하리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이날 "정부 운영 운영체제(OS)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실시간으로 시민들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결과를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해 최적의 의사 결정과 최상의 행정서비스를 추구할 것"이라면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무인 기술 발달로 집행 성격이 강한 업무와 민원, 회계, 법무 업무가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성준 #방통위 #알파고 #CJ헬로비전 #인수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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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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