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코 후지모리 후보를 반대하는 페루 시민들의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가디언
독재자의 딸인 후지모리가 지지율 선두를 달릴 수 있는 것은 숱한 비리에도 후지모리 전 대통령 시절을 그리워하는 보수층의 향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2006년 총선 승리로 정계에 입문한 뒤 10년 만에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른 것도 아버지의 후광 덕분이다.
하지만 독재자의 딸이 대권을 잡게 할 수 없다는 정서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반대급부로 좌파의 젊은 여성 후보 멘도사의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후지모리는 마지막 승부수를 꺼냈다. 최근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버지의 사면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명예 서약서'를 펼쳐 든 것이다.
후지모리 후보는 "조국의 역사를 어떻게 돌아봐야 하는지, 또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할 사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라며 독재와 비리로 얼룩진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과 선을 그었다.
지난 6일 수도 리마에서 열린 후지모리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페루 역사상 최악의 지도자"라며 "후지모리 가문의 유산이 이어지는 것을 두고 볼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후지모리 부녀를 지지하는 시민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게릴라 반군의 테러를 진압한 용기있는 지도자였다"라며 "그가 실수를 했지만, 페루 국민에게 피해보다 혜택을 더 많이 줬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후지모리가 아버지의 오점을 극복하고 '부녀 대통령'의 꿈을 이룰 것인지, 아니면 독재자의 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대 여론이 짜릿한 막판 역전승을 거둘 것인지 곧 판가름 난다. 페루는 독재를 잊었을까, 아니면 기억하고 있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역사 잊은 페루? '독자재의 딸' 대선 지지율 선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