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역외 탈세 의혹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BBC
파나마 조세회피 스캔들에 연루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최근 폭로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작고한 부친 이언 캐머런이 주식중개인으로 활동하며 1982년부터 2010년까지 '블레어모어 홀딩스'라는 역외 펀드를 운영했다.
부친이 영국에 세금을 내지 않으려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 펀드를 등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캐머런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을 아끼며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
그러나 '옆나라' 아이슬란드에서 부인의 역외 펀드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시그문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가 거센 비난 여론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 사퇴하자 영국에서도 캐머런 총리의 확실한 해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캐머런 총리는 이번에도 "나와 가족은 현재 역외 펀드에서 얻는 수입이 전혀 없다"라며 넘어가려고 하다가 야권과 언론의 추궁이 계속되자 결국 과거에 아버지의 역외 펀드 주식을 소유했었다고 실토했다.
캐머런 총리는 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지난 1997년 아내와 함께 블레어모어 홀딩스의 지분 1만2497파운드(약 2000만 원)어치를 매입했고, 총리 취임 직전인 2010년 3만1500파운드(약 5100만 원)에 팔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분 매각 후 소득세를 모두 냈고, 자본이득세는 면세 한도액 미만이어서 내지 않았다"라며 "이미 말한 대로 나는 현재 어떠한 역외 펀드도 소유하지 않고 있으며, 전혀 숨길 것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캐머런 총리는 "그동안 블레어모어 홀딩스의 경영 현황을 매년 공개했고, 회계 감사도 받으며 투명하게 운영했다"라며 "탈세를 목적으로 세운 회사라는 것은 완벽한 오해"라고 강조했다.
야권 "총리직 사퇴해야", 캐머런 '최대 위기'
그러나 캐머런 총리의 '말 바꾸기'가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영국 BBC 방송은 "캐머런 총리의 해명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치적으로 아주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라고 전했다.
야권은 즉각 맹공에 나섰다. 톰 왓슨 노동당 부대표는 "캐머런 총리는 탈세를 위한 역외 펀드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해왔다"라며 "이제 (아이슬란드 총리처럼) 그가 사퇴할 차례"라고 비난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외무담당 대변인 앙구스 맥닐 의원은 "만일 캐머런이 아이슬란드의 총리였다면 벌써 사임했을 것"이라며 "파나마 페이퍼스가 없었다면 누구도 이런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캐머런 총리는 결국 이날 보수당이 주최한 포럼에서 "나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이번 일로 깨달음을 얻었고, 앞으로도 얻게 될 것"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이어 "올해는 물론이고 그동안의 납세신고 기록을 모두 공개하겠다"라며 "한 국가의 총리이자, 집권당의 대표로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야권은 캐머런 총리의 어머니,형, 누나 등 다른 가족도 역외 펀드의 지분을 소유했는지 공개하라고 촉구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BBC는 익명의 정치평론가를 인용해 "이번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라며 "캐머런 총리의 정치적 미래가 안갯속에 빠졌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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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회피' 말 아끼던 영국총리 '역외펀드 주식 소유' 뒤늦게 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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