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6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2동 제1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선대식
투표가 시작된 후 1~2분 뒤 몇몇 어르신들이 투표소 밖으로 나왔다. 한 60대 여성은 "집 근처 투표소로 왔는데, 다른 투표소로 가라고 해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어난 김에 투표하러 왔다. 낮에 어영부영하다가 투표를 놓치면 4년을 기다려야 하니까 꼭 투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87살의 한 할머니는 조그마한 유모차를 끌고 비를 맞으며 투표소에 닿았다. 난간을 붙잡고 계단 한 칸 한 칸을 올랐다. 할머니는 기자에게 "인간 노릇을 하려고 투표한다"라는 말을 남기고 투표장으로 향했다.
이날 출근 때문에 종종걸음으로 투표를 한 이들도 많았다. 택배기사 김명준(46)씨는 서둘러 투표를 마치고 자신의 트럭으로 향했다. 그는 "선거일이 임시공휴일이라고 하지만, 택배 기사는 쉬지 못한다. 사전투표를 하려고 했지만, 토요일에도 일하기 때문에 사전투표도 못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오전 7시까지 인근 물류센터에서 택배를 받아야 한다. 투표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김씨는 "저야 택배를 받는 곳이 집 근처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 투표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택배기사들은 투표를 못한다. 택배 기사 반 이상이 투표를 못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그는 "투표를 안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너무 독단적인 것 같아 이번에는 야권에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 나왔다"면서 "(유권자들이) 이번에도 집권여당을 밀어주면, 집권여당은 원래 그런 줄 알고 더 오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 마트 직원인 이아무개(51)씨는 투표소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재빨리 투표를 마쳤다. 기자는 다시 오토바이에 타려는 그를 불러 세웠다. 이른 아침에 투표하는 이유를 물으니, 이씨가 피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보통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많이 피곤하지만, 투표는 꼭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왔다. 집권여당에 대한 견제가 있어야 정치가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투표했다."종종 20대도 보였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 허아무개씨(22)는 이날 생애 첫 투표에 나섰다. "아침부터 학원을 가야하기 때문에 지금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 투표하러 나왔다"면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나왔다. 또한 제가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이 있기 때문에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번 국회의원선거는 12년 만에 60%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60.6%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후, 2008년(18대), 2012년(19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은 46.1%, 54.2%에 그쳤다. 국회의원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에서 유권자의 12.2%가 이미 투표를 마쳤다. 사전투표를 통해 선거일에도 쉬지 못하는 유권자들도 투표 기회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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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너무 독단적" 보수성향 택배기사도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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