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진실 알리는 만화 <지슬>

희생된 '무등이왓' 영령들, 제주 떠나 국민과 만나다

등록 2016.04.16 17:58수정 2016.04.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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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제주 4.3 사건이 발생하기 전 오누이가 오름을 배경으로 평화롭게 놀고 있는 모습 ⓒ 김금숙 작가 제공


지슬(감자의 제주어)은 68년 전 제주에서 있었던 광기의 역사인 4·3사건 당시 토벌대(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의 공권력)가 추진한 초토화 과정에서 없어진 마을인 '무등이왓'에 대한 이야기다.  

무등이왓(어린아이가 춤추는 모습을 닮은 지형이라 무동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함)은 남제주군 안덕면 동광리에 소속된 자연부락중 하나로 130여명이 사는 중산간 마을이다.

이 마을에 토벌대의 '초토화작전' 이전인 47년 8월부터 죽음의 그림자가 비치기 시작하였다. 무등이왓 마을 주민들의 보리수매와 공출문제로 마을 청년들이 군청직원들을 구타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마을청년들이 연행되기 시작하였고, 경찰의 탄압은 입산자를 양산시켰다. 그리고 11월 15일 안덕면 지역의 동광리 지역에 소개가 이루어졌으나 마을을 떠나지 않은 마을 주민 10여 명이 학살되었고 나머지 주민들도 해안마을에 가도 '도피자 가족'으로 몰려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여 궤(동굴의 제주어)로 피신을 하였으나 학살된 마을 주민의 시신을 수습하러 몰래 나타났다가 잠복(12월 12일)했던 토벌대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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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으로 도피 마을 주민들이 토벌대의 진압을 피해 오름으로 올라갔다. 두려움과 추위 등으로 떨고 있다. ⓒ 김금숙 작가 제공


마을 주민들은 중산간의 오름에 있는 여러 궤에 피신을 하였고, 그 중에 큰넓궤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피신을 하였으나 토벌대의 진압이 시작되자 주변 볼레오름과 미오름 등으로 분산하여 다시 피신을 했는데 볼레오름에 간 주민들의 발자국이 남아 토벌대에 발각이 되어 이듬해인 1월에 정방폭포 부근에서 총살을 당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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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대의 초토화 작전 오름으로 도피하다가 토벌대에 붙잡힌 소녀 ⓒ 김금숙 작가 제공


당시 주민들이 피신했던 큰넓궤는 입구는 협소하고 수직 동굴이 있으며, 동굴 안에는 2번의 넓은 공간이 있어 사람이 머물 수 있도록 형성되어 있으며 동굴 더 안쪽으로는 사람의 출입이 불가능하게끔 되어 있다.

이런 동굴의 특징은 입구가 비좁아 쉽게 발각이 안되지만 발각될 경우 입구가 폐쇄되면 안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당시 주민들은 40여 일을 동굴 안에서 숨어 살았으며 어린이들은 한 번도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어른들은 밖에서 망을 보면서 생활을 하였으나 결국 발각되어 죽임을 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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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의 신위 추운 겨울날 마을 입구 팽나무 밑에서 '빨갱이'를 한 명도 잡지 못했다는 이유로 군인 한 명이 발가벗은 채 벌을 받고 있다. 그간의 4.3을 이분법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군인과 주민이 모두 피해자임을 암시하고 있다. ⓒ 김금숙 작가 제공


68년 전 한반도 너머에 있는 섬 제주에 있었던 4.3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가 제정한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하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되어 있다.

<지슬>은 미군정과 이승만정부시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마을의 이야기이다.


<지슬>은 오멸 감독의 영화<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2012)>를 원작으로 하는 만화 <지슬>의 수묵화로 태어난 만화책으로 프랑스와 한국에서 국민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 원화 중 43점과 작가와의 만남 등을 통해 제주4·3의 상처와 고통 그리고 미래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오멸 감독의 <지슬>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였고, 프랑스 브졸 국제 아시아 영화제에서 황금수레바퀴상을, 이스탄불영화제에서는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4개 부문 수상 등 국내 독립영화 최다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만화 <지슬>의 작가 김금숙씨는 프랑스에서 한국의 만화책을 100권 이상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특히 한국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을 이야기한 '내산에 오르기', 작가 자신과 어머니를 투영한 '아버지의 노래'(몽펠리에 만화 페스티발 NMK 언론상), 2014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지지 않는 꽃'그리고  단편 <비밀>을 발표하는 등 한국의 근현대사의 아픔과 슬픔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지슬> 원화는 67주기인 2015년 4월에 제주도민들과 만난 이후, 부산의 민주공원에서 부산 시민을 만났고, 서울시청에서 수도권 시민들을 만났다.

68주기인 올해는 3월 25일~4월 20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서 광주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광주 전시는 518기념재단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노무현재단 광주·제주위원회가 기획과 운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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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진행된 <지슬> 개막식 후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박진우


5월 3일~20일은 경상남도 밀양시립박물관과, 6월 9일~14일은 마산315아트센터에서 노무현재단 경남·제주위원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준비를 하여 경남 시민들과 만날 계획이다.

제주4·3사건 68주기인 올해 <지슬> 원화 전시회는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피를 흘린 지역인 4.19 민주화의 성지인 마산, 80년 군부독재를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외쳤던 광주, 그리고 항일 해방투쟁의 산실인 밀양 등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준비하였다.

제주 4·3은 아직도 역사속에 갇혀 있다. 제주도민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일이다. 제주의 아픈 역사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고 고통스런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미래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도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반드시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고 했다.  스페인 출신의 미국 철학자인 조지 산타냐야(George Santayana)와 영국 총리이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도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고 했다.

아프고 고통스런 역사의 현장을 잘 보존하고 후손들의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활용하면서 또다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때 그 숭고한 가치가 오늘에 빛날 것이라 본다.

4·3은 해방정국의 미군정과 이승만정부 시기에 발생한 역사적 사건으로 제주만의 역사가 아닌 대한민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태평양의 역사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68년전 제주에서 있었던 광기의 역사인 제주 4·3을 배경으로 한 <지슬>은 토벌대(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의 공권력)가 초토화 작전을 펴 없어진 마을인 '무등이왓'에 대한 이야기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관광지의 또 다른 모습으로 그 누구도 꺼내기를 피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제주43 #지슬 #김금숙 #무등이왓 #토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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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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