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유르 마을, 길 떠나는 당나귀
양학용
현지 여행사들을 몇 군데 돌아보며 가이드 1명, 요리사 2명, 헬퍼 4명, 당나귀 10여 마리와 캠핑 준비물 및 식료품 일체를 패키지로 계약한 것이다. 그리고 트레킹 도중 있을지 모를 급격한 산소부족 상황을 대비해 휴대용 산소통 10개, 끓인 물을 담을 수 있는 개인물통 15개, 계곡물을 정제하는 정제알약 3통, 고산증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다이아막스 2통 등을 추가로 구입함으로써 트레킹 준비를 마쳤다.
페이(Phey) 마을을 떠나는 날 아침. 사륜구동, 트럭, 미니버스가 한 대씩 마을로 들어왔다. 트럭에는 4박 5일 동안 우리들의 집이 되어줄 텐트와 요리 장비와 식료품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여행사 대표 가쵸가 가이드, 요리사, 헬퍼들을 소개해주는 사이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히말라야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을 것이다.
페이 마을을 떠나 물길을 몇 차례 건너고 하늘을 향해 뻗은 도로를 달려 3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트레킹의 시작점인 라마유르였다. 우선 라마유르를 돌아보기로 한다. 천천히 언덕 위 하얀 곰파(Gompa, 사원)를 향해 걸었다. 마을은 구멍이 숭숭 뚫린 사막 빛 산비탈을 따라 곡예하듯 가옥들을 품었고, 곰파는 언덕으로 난 길 끝자락에 푸른 하늘을 날개 삼아 하얗게 서 있었다. 더없이 황량하였다. 그리고 지독히 아름다웠다.
누런 산과 하얀 곰파와 티베트 스님의 자줏빛 승복이 서로를 신비롭게 대비시키고 있었다. 그 길에서 마니차를 돌리며 기도하는 노인들을 만난다. 또 어디에서부터 타고 왔는지도 알 수 없는 오토바이 여행자를 만난다. 만약 여행학교 아이들과 동행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저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저토록 황량한 언덕에 서서 저처럼 고고한 얼굴로 마을을 내려다보았을 거란 생각에 사로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