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더 끔찍해질 것이다, 왜냐면

[리뷰] <언제나 당신이 옳다>, <호모 주리디쿠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등록 2016.04.21 16:11수정 2016.04.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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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당신이 옳다>
- 자크 아틸리/ 와이즈베리

a  책 표지

책 표지 ⓒ 와이즈베리

이 책을 읽기 전엔 먼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 세상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사람일지라도 충격을 받기 쉽다. '학력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아탈리가 일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학식이 뛰어난, 현존하는 유럽 최고의 지성 자크 아틸리는 책에서 말한다. 이 세상은 앞으로 더 끔찍해질 것이라고.


종교 전쟁, 환경 악화, 식량 오염, 사라지는 일자리, 중산층 붕괴, 깊어만 가는 불평등, 외상으로 생을 연명하는 국가, 기업, 개인.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85명이 소유한 부가 가장 가난한 35억 명의 부와 같은 현실. 기후 난민 3200만 명.

정치적 난민 500만 명. 지구 상의 동물종 중 30퍼센트는 2050년에 멸종이 예상되고, 기술의 발전은 지금보다 더 개인의 삶을 감시하고 통제하게 될 것이며, 인구 노령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가들은 속수무책으로 이를 바라만 보고 있다는 게 아탈리의 말이다.

1943년생인 아탈리는 기울어가는 세계를 어떻게든 바로잡아 보려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젠 지쳤다고 말한다. 인기를 얻는 데에만 급급한 게으른 정부와 단기적 결과에만 열정을 쏟는 기업인들에게서 더는 어떤 희망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탈리는 각각의 개인에게 이렇게 고한다. 이제 더는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자기 삶을 스스로 지배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저항하고, 생각하고, 서로 도우라고. 기존의 권력층에 의존하는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가 아닌 '자기 자신 되기'에 참여해 세상을 바꾸라고. 아탈리는 이 세상의 마지막 희망은 '자기 자신 되기'에 성공한 이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 되기'란 무엇일까. 책을 보면 알게 된다. 책엔 '자기 자신 되기'에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와 함께 아탈리가 직접 설계한 '자기 자신 되기'의 다섯 가지 단계가 소개돼 있다.


- 책 속 한 문장
'이미 위험한 상태에 있는 이 세상은 앞으로 점차 더 위험해질 것이다.'

<호모 주리디쿠스>
- 손병석/열린책들


a  책 표지

책 표지 ⓒ 열린책들

살다 보면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것 같진 않다. 그럼에도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동체를 위해선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공동체의 존립 여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정의로운 인간'이 되는지에 달려있으니까. 하지만 도덕적 딜레마란,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쪽이 더 정의로운지 판가름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하는 게 아닌가.

예를 들면 아래 짐의 경우처럼. 짐은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던 중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 들르게 된다. 그곳에서 20명의 인디언들이 벽에 묶여있는 것을 목격한다. 무장병들이 그들을 죽이려 하는 것도 본다. 무장병들에겐 이방인인 짐을 헤칠 마음은 없다.

대신, 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짐이 1명의 인질을 죽이면 19명의 인질을 살려주고, 1명을 죽이는 것을 거부하면 20명의 인질을 모두 죽이겠다는 것. 이 경우, 짐이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행위일까?

'정의로운 인간'이란 뜻의 <호모 주리디쿠스>는 우리가 삶에서 간혹 맞닥뜨리게 되는 도덕적 딜레마들을 다루고, 어느 쪽이 더 정의로운 선택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해를 위해 짐의 경우처럼 극단적 예시가 다뤄지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일상의 딜레마들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 한 문장
'인간 사회에 정의가 존재하게 되면 인간은 가장 훌륭한 동물이 되지만, 정의가 부재하면 가장 사악한 짐승으로 전락할 수 있다.'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 이기호/마음산책

a  책표지

책표지 ⓒ 마음산책

카리스마 넘치는 중년의 검도 사범이 중학생 남자아이 멱살을 잡은 이유가 소녀시대 태연 때문이라면 그 이유가 무얼까.

결혼식에서 웃음보가 터진 신부에게 짜증을 내던 사회자가 그녀를 짠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또 무얼까. 자살을 하려던 남자가 고등어 장수 때문에 운 이유는 또 무얼까.

이에 대한 답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에 있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은 질문들은 어떨까.

베란다에서 생활하던 아내는 왜 사라진 걸까. 누군가에겐 쉽기만 한 일이 왜 누군가에겐 그토록 어려운 걸까. 왜 우리의 삶은 이토록 애잔한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얼까. 

이에 대한 답은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에 없다. 책 자체가 질문이므로. 이 책에 포함된 모든 소설들은 따뜻하다. 마치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 같은 이 소설들이 우리의 눈물, 웃음, 짠함을 따뜻히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 책 속 한 문장
'짧은 글 우습다고 쉽사리 덤볐다가/편두통 위장장애 골고루 앓았다네/짧았던 사랑일수록 치열하게 다퉜거늘.

언제나 당신이 옳다 -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

자크 아탈리 지음, 김수진 옮김,
와이즈베리, 2016


#자크 아탈리 #손병석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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