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은 인권이다" '철탑농성' 주민의 외침

만덕공동체는 재개발 이익보다 사람이 우선인 선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등록 2016.04.22 11:13수정 2016.04.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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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5지구 사회적 기업 '미디토리'에서 제작한 만덕5지구 영상입니다. ⓒ 미디토리


2011년, 저는 부산 북구 신만덕에 살았습니다. 신만덕을 기준으로, 만덕대로 맞은편은 구만덕이라 불렀습니다. 만덕5지구는 구만덕입니다. 집 근처 도로, 구만덕 쪽에선 북치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곤 했습니다. 재개발 거부 시위를 하는 구만덕 주민들이 내는 소리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건설사에서 돈을 얼마나 더 받으려고 저러고 있나'생각했습니다.

2013년 구만덕에 있는 '만덕대추나무골사랑방'(현재 만덕주민공동체)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주거복지사업, 도시재생,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무언갈 말하는데, 어렵더군요. "도정법에 이런 내용이 있다"며 "LH공사는 사기꾼이다"라고 흥분하기도 하고 욕도 했습니다. 그렇게 만덕사랑방을 오고 갔습니다. 지금은 그들의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향에 살 수 있게, 조그마한 땅덩이라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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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만덕5지구 전체는 펜스로 가려져 있다. 2차세계대전 게토가 생각날때도 있고 대지진 후 폐허가 생각날 때도 있다. '웃으면서 투쟁'이라 만덕공동체 조끼를 보면 울컥할때가 있다. ⓒ 만덕주민공동체


만덕5지구는 주거환경개선사업 대상입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낡고 오래된 주택이 밀집된 지역에 도로, 주차장,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하고 불량주택을 개량함으로써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단지로 바꾸는 사업입니다. 도시 저소득주민의 복지증진과 도시환경개선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을 지닙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다시 세 가지로 나뉩니다. 현지개량방식, 공공주택건설방식, 혼합방식입니다. 공공주택건설방식은 우리가 익히 아는 재개발을 말합니다. 마을의 건물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는 것입니다.

현지개량방식은 주민이 개별적으로 주택개량이 가능한 지구에서 주민 스스로 개량자금을 융자받아 낡은 주택을 증축, 개축 또는 신축하고, 지자체에서 도로, 주차장,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만덕주민공동체는 이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진행할 것을 줄곧 주장했습니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취지에 맞고, 법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LH홈페이지에도 있는 내용이니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LH는 '부산에는 그런 선례가 없다,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마을에 철거가 진행되고 사람이 하나둘 떠났습니다. 마을이 회복 불가능한 방식으로 철거되면서 만덕주민공동체는 '혼합방식'을 요구했습니다.

혼합방식은 현지개량과 공공주택건설방식을 혼합해서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만덕주민공동체는 '만덕5지구 내 어디라도 좋으니까 조그만 땅덩이를 내어달라, 마을을 만들어 살고 싶다'고 요구했습니다. LH는 '일부 주민에게만 그런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용산참사가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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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철탑위 최수영 대표 "커피 한 잔 있으면 여기는 펜트하우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만덕주민공동체


언론에서 만덕공동체를 취재하고 가면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만덕주민공동체는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됐습니다. 하지만 만덕주민공동체는 '보상을 더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주거기본권을 명시한 '주거기본법'이 있습니다. 국민의 주거권 보장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법률입니다. 2015년 6월 22일 제정되어 같은 해 12월 23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주거기본법은 국민의 주거권을 '물리적·사회적 위험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로 규정했습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거비 부담을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임대주택 우선 공급 등을 통해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수준이 향상되도록 해야 하며, 주거환경 정비와 노후주택 개량으로 거주 주민의 주거수준 향상을 꾀하고,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의 안전한 주거생활을 지원'해야 합니다.

오늘도 최수영 만덕공동체 대표는 철탑에서 "내 집에 살겠다. 고향에 살겠다. 주거권은 인권이다. 도정법의 취지에 맞게 우리의 요구에 들어달라"며 농성 중입니다. LH는 법대로 '행정대집행'을 할 것입니다. 머지않은 날에 또 하나의 용산참사가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만덕공동체가 혼합방식이라는 선례를 남긴다면, 최수영 대표는 엄청난 일을 한 겁니다. 이윤보다는 사람이 우선인 선례를, 분양권(혹은 입주권)을 가지고 웃돈을 버는 개인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행복이 추구하는 선례를... 과연 그런 선례가 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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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유일하게 나를 "기자야"라고 부르는 한 주민. "끝까지 싸워야지. 내 고향 내가 지킨다"라고 소리칠도 있고, 술에 취해 있을 때도 있다. ⓒ 송태원


#만덕5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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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폐지, 헌옷, 고물 수거 중 하루하루 살아남기. 콜포비아(전화공포증)이 있음. 자비로 2018년 9월「시(詩)가 있는 교실 시(時)가 없는 학교」 출간했음, 2018년 1학기동안 물리기간제교사와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임, 책은 출판사 사정으로 절판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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