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최초로 민관이 손잡고 인권지표 만든 광주

[2016년 5.18 ①] 사안마다 부서 정하고, 예산도 마련

등록 2016.05.10 16:19수정 2016.05.10 16:19
8
원고료로 응원
5.18항쟁 36주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5.18정신의 요체는 민주·인권·평화라고 말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민주·인권·평화의 5.18정신을 현재화하고 있는 현장과 사람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관과 민간이 협력해서 45개 인권지표 정책을 만든 '광주'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a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관이 머리 맞대서 45개 핵심인권지표 실천계획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광주광역시. 사진은 '학교 밖 청소년 분과'가 핵심 과제를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관이 머리 맞대서 45개 핵심인권지표 실천계획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광주광역시. 사진은 '학교 밖 청소년 분과'가 핵심 과제를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있는 모습이다. ⓒ 광주광역시 인권평화협력관실 제공


광주광역시가 지자체 최초로 민간과 협력해 45개 핵심인권지표 정책과제를 확정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어 5.18 36주기를 더욱 뜻 깊게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2010년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인권 전담부서를 만든 바 있다.

지난 4월 28일 광주광역시는 '생명존중 사람중심, 평등한 인권도시 실현을 위한 핵심인권지표 세부 정책과제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학교 밖 청소년, 이주민, 생명권, 빈곤, 교통약자, 비정규직 등 6개 분야 45개 정책과제의 실행계획이 주무부서는 물론 예산과 함께 발표됐다.

광주광역시의 핵심인권지표 실천계획이 눈길을 끄는 까닭은 민·관이 협력하고, 행정부서끼리 협력해 만든 협치와 협업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인권정책 실행과제를 민관이 협력해서 만들고, 이를 행정부서가 공유하여 공동의 실행계획을 만들어낸 것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광주가 처음이다.

특히 핵심인권지표 정책과제들이 졸속논의를 통해 급조된 것이 아니라 1년 넘게 다양하고 무수한 논의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광주광역시는 2014년 9월 핵심인권지표 선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2015년 2월까지 모두 11회의 논의와 검토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핵심인권정책 발굴을 위한 TF를 민관이 함께 꾸려서 2015년 3월에 꾸려 10월까지 운영했다.

핵심인권정책 제안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한 이 과정에서 민관 TF는 9회의 정책 발굴 논의와 6회의 현장 릴레이 토론회를 열었고, 제안정책의 타당성과 실행방안을 논의하는 시민원탁토론회까지 개최했다. 철저히 민관 협치 중심, 현장중심 논의였다.      

이 현장중심 정책과제의 실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민관협의 실무지원단(단장 김수아 인권평화협력관)'을 구성한 것은 지난 1월 21일. 6개 정책과제 분과 외에 지원분과를 포함해 모두 7개 분과로 꾸려진 민관협의 실무지원단에는 민간전문가와 현장활동가 29명이 참여했다. 또 광주광역시 21개 부서도 함께 했다.


민관협의 실무지원단은 다시 4월까지 실천계획수립을 위한 분과별 회의를 서너 차례씩 개최해서 제안된 61개 정책과제 가운데 45개 과제는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a  전국 최초로 45개 핵심인권지표 정책과제 실천계획을 민관이 함께 만든 광주. 사진은 핵시인권지표 실천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협의 실무지원단 전체회의 모습.

전국 최초로 45개 핵심인권지표 정책과제 실천계획을 민관이 함께 만든 광주. 사진은 핵시인권지표 실천계획 수립을 위한 민관협의 실무지원단 전체회의 모습. ⓒ 광주광역시 인권평화협력관실 제공


학교 밖 청소년분과에서는 대안교육기관 지원 확대와 하교 밖 청소년 공공형 일자리 사업 등 6건을 핵심인권지표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학교 밖 청소년 공공형 일자리 사업은 노인 일자리 모델을 참고로 한 것으로, 청소년의 사회적 일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안팎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이주민 분과는 13건의 정책과제는 바로 실행키로 하고, 2건의 과제는 장기과제로 남겨 6개 분과 중 가장 많은 정책과제를 실천하게 됐다. 이주민 지원 종합 연계망 구축과 이주민의 지역사회 참여 권리를 보장하는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행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생명권에 관한 정책과제도 모두 8건 실행된다. 우선은 자살 없는 생명도시 광주를 위한 통합행정체계 구축과 사회관계 회복과 사회연결망 구축 사업이 진행된다. 이를 위해 자살예방 액션 플랜과 독거노인이 주체로 참여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된다.

빈곤분과에선 중증장애인 공공형 일자리 발굴 등 모두 3건의 정책과제를, 교통약자분과에선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운영시스템 개선 등 8건의 정책과제를 실행한다. 비정규직 분과에선 아파트 등 경비·청소노동자 인권보호 활동 강화를 목족으로 하는 주요 5건의 정책과제를 실행할 예정이고, 현장토론을 통한 인권정책 발굴체계 구축과 부서간 협업을 통한 인권정책 이행체계 구축이 인권평화협력관실 주도로 실행될 예정이다.

핵심인권지표 실천계획 수립 과정에서 학교 밖 청소년 분과장으로 참여한 이민철 광주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은 "이번 핵심인권지표 실천계획 수립의 가장 큰 의미는 민과 관이 함께 45개 인권정책과제를 합의하고 실천계획을 마련했다는 것"이라며 "아울러 소관 업무를 따지며 이른바 '칸막이 행정'을 해오던 행정 부서들이 부서를 뛰어넘어 협력해서 정책과제를 실행키 위한 계획을 잡았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센터장은 특히 "그동안 광주가 인권도시라는데 인권이 무엇인지, 또 광주시에 인권평화 부서가 있다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모호한 점이 많았었다"라고 지적하고 "하지만 이번 핵심인권지표 실천계획을 통해 광주시는 인권도시로서 핵심인권지표 정책을 끌어가는 역할을 하게 됐고,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실은 광주시의 인권정책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인권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자기역할을 잡은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김수아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은 "광주의 핵심인권지표들이 민관 거버넌스 협력체계를 통해 정책 실행과제의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이를 광주시의 전 부서가 협업을 통해 통합적인 인권행정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목표이자 의미"라며 "인권도시 광주의 다양한 인권제도와 장치들이 이젠 시민들의 실질적인 인권증진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핵심인권지표 실천계획을 담당하고 있는 임지영 광주시 주무관 역시 "민간이 현장에서 제기하는 인권 현안과 행정이 만나고, 많은 업무로 바쁜 다른 부서끼리도 협업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큰 성과"라며 "민과 관 그리고 부서와 부서간의 간격을, 대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좁혀가는 것이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민관이 함께 마련한 핵심인권지표 실천계획. 현장토론에서 시작된 첫걸음인 만큼 보완해야할 점 역시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민철 센터장은 "처음에 핵심인권과제 도출을 행정이 주도하다보니 인권정책과제를 도출하는데 상상력의 한계가 있었다"라면서 "핵심인권지표 정책과제의 태반이 예산을 동반하는 만큼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민간기업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도 함께 해서 민관 거버넌스 영역을 넓히면 행정중심 인권정책과제에서 벗어나 인권정책의 상상력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행정 부서 내부의 협업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문제도 중요하다. 임지영 주무관은 "이번에 도출된 6개 정책과제들은 현장토론 등 여러 논의 경로를 통해 최소한 1년 이상 오랜 동안 논의해온 결과물"이라면서 "인권정책 과제 자체가 특정 부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여러 부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만큼 행정부서들이 업무는 많지만 마음을 함께 기울이면 좋겠다"라고 협조를 부탁했다.

인권도시를 자임하는 광주에서, 민관이 처음으로 함께 머리 맞대 만든 핵심인권지표 실천계획. 지자체 최초로 실행되고 있는 이 걸음이 어떻게 이어져갈지 안팎의 관심이 높다.
#광주광역시 #5.18 #비정규 #학교밖청소년 #이주민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5. 5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