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열 교수(사진)는 서울디지털대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다 지난 2월 학교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오 교수는 "보복성 해고"라 주장했다.
유성애
학교 측은 징계위원회 규정에 따른 처분이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오씨는 이런 해임 처분이 "엄영석 전 이사장의 비리 조사에 사실대로 응한 데 따른 보복"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보복성 해임이라는 것이다. 오씨는 이에 지난 3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 처분 취소청구'를 냈고, 소청심사위는 지난 19일 '해임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오씨는 앞서 2013년에도 감사원 감사를 전후해 보직해임 및 재택근무를 명령받은 적이 있었고, 이는 결국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권고로 철회됐다. 앞서 2008~2013년까지 5년 간 교무처장도 역임했던 그가, 학교로부터 근 3년 사이 보직해임과 해임 등 중징계를 잇달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재판부 "엄영석 전 이사장, 교비 회계 배임·횡령"사건의 발단은 평생 교육시설로 시작한 서울디지털대가 2008년, 학생 유치를 위해 사이버대학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부터다. 당시 정부에 인가를 요청했으나, 당시 디지털대는 학교법인이 확보해야 할 재산인 '수익용 기본재산' 35억 원 등이 모자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학교 측은 대책회의를 여는 등 엄영석(81) 전 이사장 주도 아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힘썼다.
그러나 무리하게 법인 측 재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엄 전 이사장 측이 학생들 수업료 등으로 이뤄진 교비회계를 마음대로 사용해 학교에 80억 원가량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사립학교법상 학교회계(교비회계)와 법인회계는 엄격히 구분돼 사용하도록 돼 있으며 교비회계는 그 용도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교비회계로 학교 건물(교사) 두 곳을 사면서 이를 적정 가격보다 5억 원 더 비싼 값에 사고, 또 친동생이 소유한 강원도 연수시설을 약 18억 원 더 비싸게 산 뒤, 이 과정에서 남은 돈을 법인회계에 기부금으로 출연해달라고 공모하는 등의 방식이었다고 한다. 학교 강의용 콘텐츠 제작계약을 지나치게 높은 금액에 부당발주해 학교에 52억 원가량의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결국 엄 전 이사장은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배임·횡령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문제는 엄 전 이사장 측이 당시 교무처장이던 오씨를 통해 이를 덮으려 하면서 생겼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이와 관련해 감사를 진행할 당시, 오씨는 "답변 범위를 넘어선다"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2년 후 시행된 감사원 감사에서 오씨는 적극적으로 답변하기 시작했다. "(엄영석) 이사장에게 많이 실망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2013년 7월 감사원 문답서 중 일부다.
문(부감사관) : "교과부 감사 당시에는 진술을 거부했다가 현재 감사원 문답에 적극적으로 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답(오규열) : "입장 변화에 따른 것입니다. (엄영석) 이사장이 그 사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마련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IDRM를 통해 부정축재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11년 9월경 강남 호텔 뒤편에 있는 일식집으로 저를 두 차례 불러 (…) 사실상 이사장이 ㈜IDRM을 통해 교비를 횡령하는 사실을 은폐하려고, 기존 교직원들 물갈이 작업을 제게 시켰습니다.① 학교정보지원실, 디지털교육연구실을 통폐합해서 직원 1/2을 감원하고, ② 정년보장 전임교원 38명의 75%에 대해 비정년으로 대우를 낮춰(급여 40% 삭감) 자진사퇴를 유도할 생각으로 방안을 지시했으나 저는 거부했고, 이후 이사장에 대해 많은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당시 엄영석 전 이사장의 지시 탓에 불법적인 의도로 CP(강의 콘텐츠 관련) 계약이 진행됐다면, 결국 오씨도 공범이 돼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도 오씨는 이후 조사 과정에서 지속해서 엄 전 이사장의 비리를 지적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판결문에서 "오규열은 피고인(엄영석) 전횡으로 인한 학교의 비정상화를 바로잡고자 자신의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는 바, 그 진술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춰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오씨를 언급하며 "피고인(엄영석)은 피고인 전횡으로 인한 학교 비정상화를 막기 위해 피고인 비리를 폭로한 오규열을 형사고발하고 교내 징계절차에 회부하는 등 보복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의 범행 후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원소청심사위 '해임 취소' 결정... 학교 측 "내용 검토할 것"서울디지털대 측은 오씨에 대해 "외부 계약업체로부터 금품수수 사실이 있어 청렴의무를 위반했고, 승인 없이 교내 개인정보 문서를 외부에 무단 유출했다"라면서 해임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오씨는 "이는 (금품수수가 아니라) 교무처장으로서 업무지원 과정에서 생긴 식비와 차비 등을 실비 정산한 것이며, 후자는 외부 유출이 아니라 교원소청심사위와 검사에게 입증자료 등으로 제출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교원소청심사위가 '해임 취소' 결정을 내려 오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학교 측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결정문은 내달 2일 나올 예정이다.
서울디지털대 교무행정팀 관계자는 "(해임) 취소라는 것만 문자로 받았다"며 "왜 그런 결정이 나왔는지 내용을 봐야 한다, 내부 검토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당해고'라는 오씨 주장에는 "그분의 주장"이라며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씨는 "(조사 과정에서) 제가 가장 화났던 건 경영진이 학생들 등록금을 전용(轉用)했던 부분"이라며 "제 해고 문제보다도 사학비리가 얼마나 심한지 구체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불의에 저항까진 하지 못하더라도,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 주요 보직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동료와 학생들에게는 고맙고도 미안하다, 그러나 이사진 등 소수의 전횡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학교 측 광고에 따르면 서울디지털대는 "국내 사이버대 중 최고 경쟁률을 자랑하고, 최다 재학생을 기록했으며, 국내 온라인대중 가장 많은 졸업생을 배출한" 곳으로써 2001년 국내 최초 온라인대학으로 개교했다. 고등교육법상 4년제 정규 대학교이며, 졸업생에게는 학사학위가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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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재직 모범 교수, 왜 갑자기 해고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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