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실 업무보고 모습. 박원순 시장이 회의테이블의 가운데가 아닌 오른쪽 끝에 앉아있다.
서울시제공
"예전에는 국·과장만 들어가던 자리에 이젠 주무관까지..."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회의 테이블에 반드시 담당 팀장과 주무관이 들어와 앉는다는 것이다. 주무관이면 공무원사회에서 가장 말단직원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가장 실무에 정통하고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라는 믿음에서다.
국장, 과장이 돌아와서 다시 주무관에게 전달해야 하는 수고와 혹시 내용이 잘못 전해질 우려를 줄일 수도 있다. 간부들이 많아 자리가 없으면 뒷줄에 의자를 놓고 앉는다.
한 팀장은 "예전 시장 보고 땐 국장, 과장만 들어가고 주무관은커녕 팀장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다"며 "게다가 실제 보고도 거의 국장이 혼자 했다"고 말했다.
회의 때 으레껏 해오던 시장의 인사말도 없어졌다. 마치 교장 선생님 훈시처럼 뻔한 인사말로 시작부터 김을 빼는 대신 보고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토론한 뒤 마지막에 의사결정권자인 시장이 자신의 의사를 얘기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외부인사가 참석한 회의에서 소개하는 순서도 바뀌었다. 과거엔 항상 시장부터 소개했지만, 지금은 외부인사부터 소개하고 내부간부는 업무와 관련돼 꼭 알려야 할 경우에만 소개한다. 심지어 시장 소개를 안 하는 것도 다반사다. 다른 사람 명패는 다 있어도 시장 명패는 없다. 시장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부시장들, 기조실장도 박 시장을 따라 회의 형식을 바꾸고 있다.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고 했던가. 회의 형식을 바꾸니 내용도 토론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게 서울시 간부들의 말이다.
이영기 서울시 기획조정실 기획담당관은 "박 시장은 자신이 주재하는 회의가 일방적인 보고식 회의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생산적인 회의로 잡아 달라"고 주문한다며 "하루 일정이 15~20개나 될 정도로 시간이 천금 같은 시장 입장에선 어찌 보면 당연한 주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