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도중 발생한 사고 책임을 온전히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발렛파킹 알바 노동자들이 있다
JTBC 뉴스 갈무리
"서울이 주차공간이 아주 부족하잖아요. 요즘에는 외제차도 많아져서 차의 크기도 커졌고, 차량도 엄청 많지요.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주차대행해주는 일도 많아진 거 같아요. 강남은 발레파킹 안 이용하면 주차는 거의 꿈도 못 꾼다고 보시는 게 맞아요. 카페나 음식점 같은 곳에서 주차 대신 해주는 거 많이 보셨죠? 그 가게에서 주차 알바로 직원을 한명 뽑아서 그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이것도 다 하청이고 파견이에요. 주차대행 업체에서 호텔이나 병원, 큰 음식점 같은 사업장이랑 계약을 맺는 거예요. 저희는 주차대행업체에 속해있긴 하지만, 대리운전이나 퀵서비스 노동자들처럼 개인사업자로 계약이 되어 있어요."지훈씨는 주차 일을 꽤 일찌감치, 대학생일 때부터 시작했다. 운전에만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일을 할 수 있고, 당시 시급 7~8천 원 정도로 최저시급보다 훨씬 많이 주는 일이라서 좋았다.
그가 처음 들어가 약 3년간 일했던 곳은 서울시내 특급호텔로 유명한 ○○호텔이었다. 호텔 안에 필요한 여러 업무가 그렇듯, 주차장 발레파킹 일도 외주화 되어 있었다. 주차장에서 호텔손님들의 차를 받던 지훈씨는 그 호텔의 보안경비, 환경미화, 로비 접객(벨보이) 업무를 외주계약으로 맡았던 업체에 소속되어 일했다.
"그 호텔에는 하루에 적어도 (차량) 1500대가 드나드는데, 호텔 건물 안에 있는 주차장에는 300대만 수용할 수 있었거든요. 대략 500대 정도는 다른 주차장을 써야 했어요. 그래서 근처에 다른 큰 건물이나 대학교 등의 주차장을 쓸 수 있게 호텔이 계약을 맺어놓지요. 발레파킹하는 사람들은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와 이동해야 했죠.
근데 만약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다 주차일하던 사람이 물어내야 해요. 그나마 호텔은 주차장 안에서 사고가 나면 업체(혹은 호텔)랑 사고 낸 (주차)운전자랑 같이 부담하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부담하는 게 한 30만 원 정도? 재해보험이 들어있어서 그렇다나 봐요. 그렇지만 건물 밖의 다른 주차장으로 이동하다가 도로에서 사고 나면 전부 운전자가 책임지는 시스템이었어요. 주차장 안에서 보장되는 보험만 해도 큰 데에서 일하니까 들어 있었던 거지, 예전에 어떤 병원 쪽에 파견 나가 일했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파킹 파견해주는 업체가 영세하면 보험을 하나도 안 들어 놓기 때문에, 사고 나면 운전한 알바가 다 독박 쓰게 되는 거죠."시간에 쫓기는 주차 대행 노동자차는 많고, 주차공간은 적은 서울의 도로사정으로 인해, 주차 알바는 시간에 매우 쫓기는 편이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1시간 동안 20-30대씩 차가 들어오기도 한단다. 빠르게 주차를 하고 다음 차를 맡으려 하다보면, 도로 이동시 과속하지 않고는 손님들 편의를 맞추기 힘들다. 하물며 식시시간 같은 건 제때 챙기기 어렵다.
"남들 밥 먹는 시간이 제일 바쁘죠. 바로 직전에는 갈빗집에서 일했어요. 거기는 정말 딱! 식사 시간 때가 제일 바쁜 곳이잖아요. 아침 9시에 출근하면 점심은 오후 3시쯤, 저녁은 8시 이후에나 먹을 수 있었어요. 거기서 일할 때 저는 일부러 저녁은 걸렀어요. 허겁지겁 밥을 먹고 금방 또 뛰어다니고 그러면 속이 부대껴서 다음날까지 힘들어서 말이죠. 휴게시간은 따로 있지는 않고 손님들 없는 시간에 짬짬이 알아서 쉬는 거죠. 일하는 12시간 내내 바쁜 건 아니니까요. 지금 일하는 자동차회사 건물 주차장은 그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식사시간을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예요. 그러고 보니 지금 일하는 데가 임금체불도 안 되고, 분위기도 좋고... 여러모로 나은 점이 많네요."지훈씨는 호텔 주차장 일을 관두고 2년 정도 쉬다가, 갈빗집에서 다시 올해부터 주차대행 알바를 시작했다. 돈이 급해 시작한 알바였건만, 너무 영세한 업체였던 탓인지 임금체불이몇 번이나 있었다. 이 갈빗집은 전용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도로변에 손님들 차를 세워놨다가 빈자리가 생기면 주차대행 노동자들이 차를 차곡차곡 주차장으로 옮겨놓는 방식이었다.
"강남일대에 비상등 켜놓고 승용차들이 쭉 세워져 있는 거 보셨나요? 이게 백이면 백, 주차장 없어서 발레파킹 하는 사람들이 도로가에 임시로 세워둔 차들이에요. 제가 일했던 갈빗집도 손님들 차가 넘치니 도로에 세워뒀었죠. 그런데, 일하는 사람이 부족하니 식당 손님 차량을 빨리 빨리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러다 손님 차에 주차위반딱지가 붙으면 이걸 주차 대행업체에서 다 물어줘야 해요. 예를 들면 식당은 한 달에 주차업체에 2천만 원을 통으로 주고, 거기서 인건비나 과태료 등을 다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는데, 이 식당은 손님들 주차위반 딱지 값만 한 달에 400만 원 어치가 되다보니... 주차업체 사장이 자기 쓸 거 빼면 직원 3명에게 월급주기도 빠듯했던 거죠. 나중엔 사장이 자기가 더 적게 가져간다고 투덜대기도 할 정도였는데, 결국 월급이 밀려서 그만두게 되었어요."지훈씨가 예전에 일했던 호텔 같은 경우는 큰 보안회사에서 주차 업무도 맡기 때문에 임금체불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많은 주차 대행 업체들이 영세하고, 노동자와 편법적으로 계약을 맺거나 일의 대우를 부당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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