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장수 농산물로만 만든 '슬로비 밥상'은 참석자들의 하루 저녁을 행복하게 했다.
임은경
식사 후 참가자들은 장수 '긴물 찻집'의 고욤잎 차를 마시며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행사의 취지를 설명한 박진희 푸드앤져스티스 지니스테이블 대표는 "신농영농조합과 함께 농부를 지지하는 음식 시민, 공동생산자(소비자)들을 만나는 일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째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3년 여름 전북에서 열린 '협동의 경제와 살림' 캠프를 시작으로 해마다 도시와 농촌이 교류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해왔다.
이날 열린 슬로비 밥상처럼 직접 도시지역을 찾아가 장수 농산물을 함께 나누는 소셜 다이닝 말고도 일 년에 두세 번은 도시민들이 장수를 방문해 농사를 배워보거나 장수 농산물로 요리하는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작년 10월에는 장래 요리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장수를 방문해 진행한 '영셰프스쿨과 함께하는 장수 고랭지 식재료 여행'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는 장수의 청소년들이 지역에서 농업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워크숍을 준비 중이다.
이날 행사에는 신농사과영농조합법인의 제5농장 대표인 김승기씨도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신농사과조합의 사과는 서울시 친환경 학교 급식에 납품을 하고 있다. 장수 사과가 유명해진 것은 추석 때 출하되는 조생종인 '홍로'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란다.
박진희 대표는 "지역에는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수많은 사업이 있지만 대부분 건물 짓는 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사업을 진행하는 보람을 털어놨다.
"사과나 감자나 양파를 보면 그것을 키운 농부들을 떠올리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해 시작한 일이에요. 장수에 놀러 오세요. 농사일을 돕는다는 마음보다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오시면 더 좋아요."
행사가 파하고도 사람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쉬이 돌아가지 못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하루 저녁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거기에 장수의 맑은 기운을 듬뿍 담은 맛있는 밥상이 함께하니 어찌 즐겁지 않을까.
'장수 농산물, 장수 농부들과 함께 하는 소셜 다이닝'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혹시 인근 동네에서 개최 소식이 들리면, 망설이지 말고 신청하기를. 행복한 저녁 식사와 함께 멋진 친구들까지 덤으로 얻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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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들을 무의식적인 소비의 노예로 만드는 산업화된 시스템에 휩쓸리지 않는 깨어있는 삶을 꿈꿉니다. 민중의소리, 월간 말 기자, 농정신문 객원기자, 국제슬로푸드한국위원회 국제팀장으로 일했고 현재 계간지 선구자(김상진기념사업회 발행) 편집장, 식량닷컴 객원기자로 일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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