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4만160시간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태어나서부터 저 시간 내에 자신의 꿈을, 진로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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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 꿀 수 있는 14만160시간.
16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4만160시간이다. 작금의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태어나서부터 저 시간 내에 자신의 꿈을, 진로를 정해야 한다. 100세 시대라고 치면 87만6000시간을 살아가는데, 전체 시간의 16% 내에 자신의 꿈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 덕분이다. 이제 막 여름 방학을 맞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자신의 꿈을 정하고 그에 따라 생활해야 한다. 비교과적인 요소에 커다란 비중을 두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입지가 우리 사회에서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리, 독서, 각종 대회 참가 등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교에 맞춘 맞춤형 고등학교 생활을 17세부터 시작한다. 일관성 혹은 맥락이 없는 활동들은, 일관성과 맥락을 갖춘 다른 친구의 그것들보다 경쟁력이 약하다. 한번 발을 담그면 뺄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네 학창시절의 최종 목표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학교'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꿈 꿀 시간의 한계를 사회에서 규정짓는 것도 문제지만, 비교과 영역에 대한 측정도 문제다. 정확하고 명확하게 측정할 수 없을뿐더러 '학교를 정상화하자'라는 취지도 무색하게 한다. 지난 6월 16일 나온 <조선에듀>의
"우리 대학 학생부 평가 항목은"… 연대 등 서울 소재 6개 大, 공통 학종 서류평가 기준 마련 기사를 보면, 서울 소재 6개 대학이 제시한 핵심 평가 요소가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학업역량' '전공적합성'은 핵심 평가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이 평가요소의 평가항목이다. 여러 평가 요소가 있지만 두 가지 모두 '독서활동'과 '수상경력'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독서활동은 대적인 목적 전치의 표본이 되고 있다. '讀書(독서)'는 본래, 책을 혹은 글을 읽는 것에 목적이 있다. 하지만 입시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읽는 것은 의미를 잃는다. 지난 6월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현한 한 고등학생은 독서활동에 관한 진행자의 물음에 "읽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그 책을 읽는 걸 잘 나타냈느냐를 보게 되거든요"라고 대답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6.06.17)
문제는 '내가 학창시절에 이런이런 책을 읽었어요'라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눈이 사교육 시장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독서활동에 기록되는 책은 한두 권이 아니다. 따라서 학생부를 평가하는 대학 측에서도 읽은 책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묻기가, 요소를 뽑아내기가 쉽지 않다.
자연히 학생들의 독서활동 표현 방식은 고도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일선 학교에 독서 활동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있지만, 많은 학생에 면대 면으로 코칭하기 힘들뿐더러, 정규교과가 줄어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교육에서의 독서활동 컨트롤은 사실상 어렵다. 각종 학원, 컨설팅 회사로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수상경력 역시 마찬가지다. 수상을 위한 대회가 양산돼 학생들에게 상장만 주는 대회가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 수상을 위한 대회가 성적에 따른 상장 배분으로 변질돼,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보고자 하는 학생의 비교과적 가능성을 흐린다는 점이다. 대회를 기획하는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도, 각종 교과과정을 이수하며 꼬박꼬박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학생에게도 여러모로 고역인 것이다.
교외에서 주관하는 큰 대회의 경우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학생들을 오히려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 수가 있다. 교과과정, 비교과과정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학교에서는 각 학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전공에 맞는 특정 대회 준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7일 <머니투데이>의
'속 빈 강정 교내대회 양산되고, 독서기록은 예스24 베끼고 기사에선 "학교별로 3~5월에 치러지는 전국 청소년과학탐구대회의 경우 연세대, 고려대 특기자전형 입시에 유효하게 작용한다. 강남, 노원 등 사교육 중심지에서는 이 대회의 학교별 예선전 대비반까지 마련돼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업무가 복잡해질수록 분업이 일어난다. 인력거·말과 자동차가 그렇다. 자동차가 생기기 전 인력거와 말은 분업이 복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동차가 생기면서 1·2·3차 등으로 분업 됐고 복잡해졌다.
학생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학교 측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경제력과 특정 학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도, 평가 기준이 많아지고 복잡해짐으로써, 그것을 보완하는 학원과 컨설팅 회사가 생기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미 많이 생겼다. 취지가 좋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전형이 아니더라도 결과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그것에 대한 진단은 필요하다. 대한민국 대학입시에 있어선 특히 그렇다.
학생들의 꿈 꿀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 경제력과 특정 학군에 대학교 입학이 좌우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국가와 사회 차원에 대한 진단과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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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만160시간,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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