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지역언론연대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 손길이 닿지 않은 곳. 산촌만 간척지는 철새들 낙원이 된지 오래다. 거친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밭은 철새들에게 포근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인근 거제만은 철새들 먹이터가 된다. 사람들의 뜸해진 발길은 역설적으로 이곳을 철새들이 쉼 없이 찾아드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계절에 따라 찾아드는 각종 철새들은 산촌만 간척지를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철새들은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날아간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각 계절에 맞춰 날아드는 철새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산촌만 간척지를 찾는다.
일부에서는 자연생태학습의 장으로 이곳을 활용하기도 한다. 산촌만 간척지에 날아드는 철새는 계절에 따라 다양하다. 철새들 가운데 아예 이곳에 정착해 텃새화 된 경우도 있다. 가장 많은 철새들이 방문하는 계절은 역시 겨울철. 그 종류와 개체 수가 이를 증명한다.
산촌만 간척지를 매년 방문하는 겨울철새들은 재두루미,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의 천연기념물에서부터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중·대백로, 뿔논병아리, 아비, 쇠물닭, 도요새, 알락해오라기, 홍머리 오리, 독수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205호로 지정돼 있는 노랑부리저어새는 2012년 5월31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기도 하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충남 서산의 천수만이나 경남 창녕의 우포늪, 경기 시화호 등에서 월동한다.
국제적인 보호종부터 친근한 철새까지. 산촌만 간척지가 품고 있는 자연자원은 여느 곳 못지않게 풍성하다.
개발과 보존, 영원한 딜레마 경제적인 풍요를 위해 개발지상주의에 매몰된 세태를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웰빙(Well-being·참살이)이 대두됐다. 웰빙을 주장하는 이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발을 우선시 하는 사람들과 자연 그대로의 가치를 주장하는 이들의 혼재는 정책방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거제시가 주장하는 '조선해양관광도시'는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명칭이다. 아쉽게도 현실은 개발에 더욱 방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조선해양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연훼손이 불가피하다. 관광산업 육성 또한 최소한의 개발이라고는 하지만 자연자원 파괴가 수반된다. 대규모 숙박시설과 즐길거리를 위한 관광 인프라 조성, 도로망 구축 등은 자연자원 보존에 대한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가 우위에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고 있더라도 이를 찾는 사람들이 없다면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개발에 힘을 쏟는 이들의 주장이다. 지역민 역시 자신이 생활하는 터전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부상해 손쉬운 경제활동을 영위하길 기대한다.
이 때문에 관광산업을 위한 자연자원의 활용도는 늘 고민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한번 훼손된 자연환경은 원상복구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많은 논의와 전문적 식견, 개발로 인한 피해 최소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철새들의 낙원이 된 산촌만 간척지 역시 생태관광지 조성을 위해서는 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개발이 요구된다.
지난 2015년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제작한 거제 산촌습지 생태환경교육장 조성 타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산촌습지는 산양천과 오수천이 합류해 독립된 수계를 형성,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습지 앞 갯벌은 조간대가 넓어 간조 시 다양한 새들의 먹이 활동장으로 적합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