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의원 "조선업 대량해고 방치해선 안 된다"

가브리엘레 슈미트 독일 좌파당 시의원 "노동시간 단축하고, 일시적 기본소득 보장해야"

등록 2016.07.13 17:34수정 2016.07.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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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독일 좌파당 '가브리엘레 슈미트' 브레멘시 의원이 13일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노동당 울산시당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독일 좌파당 '가브리엘레 슈미트' 브레멘시 의원이 13일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노동당 울산시당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독일 좌파당 소속 가브리엘레 슈미트 브레멘시 의원이 13일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조선 산업의 해법을 제시했다.

슈미트 시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노동당 울산시당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독일 브레멘 주에서도 울산 동구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며 "국가가 기업만을 살리기 위해 자금을 제공하고 대량해고는 방치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고 밝혔다.

"독일의 과거 울산과 거제에서 되풀이"   

가브레엘레 슈미트 의원은 독일 좌파당의 기본소득위원회의 대변인이다. 그는 독일의 기본소득네트워크의 파견자로서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이후 노동당으로부터 울산 동구의 조선업 정리해고에 관해 전해 듣고 울산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슈미트 의원은 "비록 금속노조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제가 살고 있는 브레멘 주에서도 여기서 진행되는 것과 비슷한 조선업 구조조정이 일어났었다"며 "브레멘 조선업의 역사는 200년으로, 1990년대에는 유럽 최대 조선소였지만 1997년에 파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브레멘 조선업은 동유럽 및 한국 조선업과 경쟁관계에 있었지만 경쟁력이 없어지면서 독일연방정부가 3억 6천만 유로를 쏟아 부었지만, 1997년 파산하고 2만2500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국가가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펼쳤지만 결과는 비참했다"면서 "이런 일이 다시 한국 울산이나 거제에서 되풀이 되는 것 같다, 국가가 기업만을 살리기 위해 자금을 제공하고 대량해고는 방치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정반대의 방향에 해법이 있다, 해고 대신 노동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단축해 누구도 일자리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세계경제의 저성장 때문에 생산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고 경쟁 격화로 기술혁신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초과노동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슈미트 의원은 "다만 노동시간단축이 일어나면 임금이 급격하게 줄어들 우려가 있다"면서 "그래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을 지원할 자금으로 향후 3년간 울산 동구의 모든 주민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국가가 지급하고 사정에 따라 2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특정지역에 대한 한시적인 소득보조, 즉 일종의 제한적인 기본소득이라고 했다. 그는 "울산 동구 주민들은 현대중공업이나 하청 공장, 이와 관련된 서비스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모든 주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와 함께 기업은 고용보장 약속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생태적 지속성을 약속하기 위한 노동조합과 지역정치, 기업의 테이블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노동당 울산시당은 "조선소 노동자들이 해고의 칼바람을 맞으면서 이미 하청노동자 1만 명이 정리해고 당했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지난해부터 4000여 명 가량 (희망퇴직으로)해고당했다"면서 "구조조정의 여파는 자영업자의 삶도 위태롭게 하고, 동구를 넘어 울산 전체가 구조조정에 신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원배 노동당 울산동구 의원이 지난 6월 13일부터 현대중공업 정문 앞 농성을 하고 있고, 7월 6일부터는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동자들과 하청노동자들이 정문 앞에서 함께 농성하고 있다"면서 "많은 울산시민들이 대량해고 중단을 요구하며 시민 10만 명 서명으로 구조조정 중단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상기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현대중공업은 노동자와 시민에게 희생을 전가하는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회사가 잘나가던 시기에는 '어려울 때를 대비하자'며 임금동결을 강요하고, 최대주주에게 2천800억의 주식배당금을 챙겨주더니, 회사가 조금 힘들어지자 노동자부터 자른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를 해고하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순환출자로 경영권 세습에 골몰하고 최대주주의 배당금만 챙기려는 재벌에 대한 대대적인 재벌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면서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전가하는 잘못된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세화(노동당 고문, 장발장은행 은행장), 슈미트 의원(독일 브레멘시 의원), 이향희( 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권한대응), 이갑용(노동당 구조조정 저지 특위위원장), 김원배(노동당 동구의회 의원) 이근선(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 장흥배(노동당 정책실장), 정상훈(노동당 관악당협위원장)이 참여했다.
#울산 조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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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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